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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고 쿠바 여행 - 비전 청년의 세계일주
문종성 지음 / 가이드포스트 / 2010년 4월
품절
"태양을 마주할 용기가 있는 젊은이라면 누구나 뜨거운 가슴을 찾아 헤맬 줄 알아야 한다. 그 길이 돌이킬 수 없는 길이라 할지라도 심지어 돌아오지 못할 길이라 할지라도"
이 시대의 가장 위대한 혁명가의 하나로 불리는 체 게바라가 남긴 말이다. 그는 젊은 시절 오토바이 한대로 남미 전역을 돌며 혁명의 꿈을 키웠고 그런 그의 젊은 시절을 그린 영화가 바로 '모터싸이클 다이어리(The Motorcycle Diaries, 2004)'다. 낡고 오래된 '포데로사'라는 오토바이를 타고 남미를 돌면서 체제의 모순과 민중의 고단한 현실을 피부로 느꼈던 23세의 의대생 에르네스토 게바라는 그렇게 혁명가로 거듭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떠난지 40여년이 넘게 흘렀지만 아직도 쿠바는 체 게바라로 기억되는 곳이다. 이는 그만큼 체 게바라의 의미가 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만큼 쿠바가 국제 사회에 알려진게 거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마츄어 야구 최강의 나라, 최고급 시가 생산지 그리고 거기에 몇가지를 덧붙인다면 국가평의회 의장 피델 카스트로라는 이름과 빔 벤더스 감독의 '브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라는 제목의 영화 등이 곁들여질 뿐이다. 쿠바가 미지의 땅으로 인식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쿠바를 찾아간다는 것은 다소 무모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일단 사회주의 체제 국가인 탓에 불편을 감수해야 하고 낙후된 경제체제로 인해 물자부족을 각오해야 한다. 게다가 미국 마이애미에 인접해 있어서 우리나라와 무려 14시간이라는 시차가 발생하고 직항편이 없기에 항공료도 비싼 편이다. 그런 상황에서 돈 들여 시간 들여 쿠바에 다녀온다는 것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니 미지의 땅, 쿠바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면 먼저 반가운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일게다.
"비전 청년의 세계일주"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는 '자전거 타고 쿠바여행'은 비교적 쿠바를 잘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400여 페이지 중에서 무려 반 정도가 사진으로 채워져 있기에 보는 재미를 더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작은 사진이 아니라 시원시원한 풀샷이어서 마치 직접 쿠바에 다녀온듯한 착각에 빠지게도 만든다. 이는 읽는 재미보다도 보는 재미가 더 솔솔하다. 쿠바를 다녀온 후 사진정리를 하는듯한 기분에 잠기는 탓이다. 사진만 보고 있어도 책값이 아깝지 않을 정도다. 다만 사진에 비해서 빈약한 스토리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앞에서 말한대로 이 책은 한권의 화보집처럼 꾸며져 있다. 사진만 보고 있어도 그때 그자리에 내가 있는듯 착각될 정도다. 이런 사진들은 여자 탤런트들의 비키니 화보보다 더욱 볼만하기까지하다. 스토리로 엮었다면 제법 괜찮은 책이 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렇기에 아쉬움은 더욱 진하게 남는다. 좋은 재료를 준비하고도 제대로 버무리지 못해 평범한 맛에 그쳤다는 생각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