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헤밍웨이가 자바스크립트로 코딩한다면 - 피보나치, 팩토리얼, 행복수, 소수, 메서드 체인에 대한 문학 거장들의 기발한 해법
앵거스 크롤 지음, 김나솔 옮김 / 한빛미디어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문·이과를 넘나드는 다양한 지식은 혹독한 취업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비기일 뿐 아니라 풍요로운 삶의 숨은 비결이다. 시대를 넘나드는 명작들을 써낸 당대의 문인들이 현대의 매력적인 언어, 자바스크립트로 자신의 세계를 표현했다면, 하는 가정에서 출발하는 이 책은 인문학과 코딩, 상반되어 보이는 두 가지 세계를 넘나드는 '통섭의 자세'를 보여준다.


...라는 식의 한껏 어려운 독후감을 쓰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책을 접해 보니 일단 재미있었다! 헤밍웨이, 셰익스피어, 제인 오스틴 등, 책을 가까이 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중·고등학교 시절 '고전 읽기' 목록에서 한번쯤은 접해봤을 만한 작가들이다. 자기만의 특색있는 언어를 구사하는 작가들이 요즘 갑자기 불어닥친 '코딩 열풍'을 맞이해서 자바스크립트를 배웠다면, 어떤 작품을 썼을까? 저자는 여기에 각 작가들의 특색을 사알짝 과장해서, 읽으면서도 웃음이 쿡쿡 터지게 한다. 배치도 한 몫 한다. 헤밍웨이의 깔끔하고 절제된 문장(으로 된 코딩) 다음에 셰익스피어의 장황하고 화려한 문장(으로 된 코딩)을 배치해서, 각 작가의 색깔이 더욱 두드러지게 보이게 하는 식이다.


시간이 날 때면 누군가의 코딩을 따라 작성해보는 걸 좋아한다. 아니면 컴퓨터로 코딩한 결과를 손으로 다시 한 번 써 보는 것도. 코딩을 가르쳐주신 선생님은 '코딩에는 정답이 없다, 결과가 나오는 게 중요하다'고 하셨지만, 다른 사람이 한 코딩을 따라하다 보면 이 사람만의 성격이 나오는 것 같아서 재미있다. 이번에도 자바스크립트도 연습할 겸.. 해서 책에 나온 문제를 혼자 풀어보고나서 코드를 몇 개 따라 써 보았다. 실제로도 똑같은 문제를 사람마다 다르게 풀겠지, 하는 웃음을 실실 흘리면서.


하-필- 어렵게 느껴지는 헤밍웨이가 제목에 떡, 하니 박혀 있어서 선뜻 열기 싫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진짜, 진짜 재밌다. 사람마다 개그 코드가 다르니까, 어떤 부분이 재미있어? 라고 물어본다면 이렇게 대답하겠다. 괜히 어려운 말을 쓰는 선배에, 무슨 말인지 속을 알 수가 없는 부장님에, 아님 그냥 너무 똑똑하셔서 내가 이해할 수가 없는 교수님에(...) 작가들을 빙의시켜 보라. 그리고 이 사람이라면, 이렇게 코딩했을 거야, 낄낄, 하면서 보는 즐거움이 있다. 헤밍웨이(를 비롯한 고전의 작가)를 좋아하는 사람도, 자바스크립트를 좋아하는 사람도, 둘 다 좋아하는 사람도, 그리고 둘 다 썩 친하지는 않지만 한 번쯤 친해지고 싶은 사람도! 읽어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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