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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죽음과 자본주의의 미래
앤 케이스.앵거스 디턴 지음, 이진원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1년 7월
평점 :
이 책을 읽고 싶었던 계기가 된 거은 마이클 샌델이 쓴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이 책의 저자들이 쓴 내용을 소개했기 때문이고..
마이클 샌델이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주장한 주된 내용은 이 책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차이가 있다면 마이클 샌델의 책에서는 미국 사회 전반과 영국 그리고 프랑스 등에 퍼진 대학교 학사 학위를 가진 사람들과 못 가진 자들 사이에 만연한 불공정을 논하고 있는 반면에 이 책은 대학교 학사학위를 가진 사람들과 갖지 못한 자들 사이에 죽음에 벌어지고 있는 불공정을 얘기하고 있다는 점이 다른다.
특히 책머리에 한국 독자들에게 보내는 저자의 글에는 이 책을 쓰고 난 이후에 벌어진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해 학사학위를 갖지 못한 사람들이 코로나에 더 취약한 환경에 일하다 보니 더 쉽게 코로나에 걸리고 코로나로 인해 직장을 잃게 되는 상황을 얘기하고 있다. 직장을 잃게 되면 가혹한 미국 의료현실에서 직장 의료보험 자격을 잃게 되어 죽음으로 내몰리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대학학위를 갖지 못한 사람들이 절망으로 인한 죽음.. 즉 절망사로 내몰리는 가장 큰 원인은 미국 의료산업이 너무나 큰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의 원인은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 남용을 만든 제약회사들이다. 우리나라와 같은 전국민 의료보험이 없는 미국은 직장의료보험이 의료보험의 주축인데.. 이 의료보험으로 나가는 회사의 비용이 너무 커서 직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월급상승을 억제하게 만들고 있다.
반대로 대학교 학사학위 이상을 취득한 의사, 변호사, IT사업 종사자, 제약회사 임원 등 전문직업인들은 소위 블루칼라라고 불리고 노동자들의 급여의 몇 십에서 몇 백배를 급여로 받으면서 죽음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다.
이런 문제점은 전문직업인들이 주로 종사하는 자본주의 최상층 사람들이 혁신과 성장률이 침체된 사회에서 지대추구를 하기 때문이다.
지대추구(Rent Seeking)
경제 주체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비생산적인 활동에 경쟁적으로 자원을 낭비하는 현상, 즉 로비·약탈·방어 등 경제력 낭비 현상을 지칭하는 말이다. 털럭(Gordon Tullock)의 논문(1967년)에서 비롯되었다. 예를 들어 특정 경제 주체가 면허 취득 등을 통해 독과점적 지위를 얻게 되면 별다른 노력 없이 차액지대와 같은 초과 소득을 얻을 수 있다. 각 경제 주체들이 이와 같은 지대를 얻기 위해 정부를 상대로 경쟁을 벌이는 행위를 지대추구행위라 한다.
이런 자본주의의 모순을 극복하지 않는 한 자본주의의 미래는 없다는 저자들은 단언하고 있다.. 원래 자본주의의 종말이라고 책명을 지으려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는 생각으로 자본주의의 미래라고 했다는 저자들 바람대로 되려면 이런 지대추구를 하고 있는 오피오이드 남용으로 떼돈을 벌고 있는 제약회사, 비싼 의료비로 돈을 벌고 있는 의사들과 병원들을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마이클 샌델의 책에서 나왔던 불공정의 만연은 우리나라고 해서 다르지 않고..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절망사의 만연도 남의 나라 얘기로만 치부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 될 수도 있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파국 앞에 예외의 나라는 없다."라는 문구가 의미심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