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동네서점
배지영 지음 / 새움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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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80. 배지영 『환상의 동네서점』 : 새움


2018 10월의 어느 , 저자는 한길문고에 있었다. 서점 한켠에서 영어모임을 하고 나오는 길에 한길문고의 문지영 대표가 그를 붙잡았다. 평소와는 다른 눈빛의 문지영 대표는 여느 날과 다른 태도로 저자를 대했다. 아마 그날만큼은 저자를 작가로 대한 것이리라. 문체부가 주최하고 한국작가회의가 주관하는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 서점에 상주하는 작가에게는 4 보험과 월급을, 작은서점 곳에는 대관료와 작가 강연비를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문대표는 저자에게 문학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작가와 독자가 만나는 자리를 만드는 한길문고 상주작가 일을 권했다. 저자는 언젠가 오야마다 히로코의 소설 『구멍』을 읽으며 메모해 이제 올해로 서른이잖아, 인생에서 번은 정직원이 되고 싶었어.”라는 대목을 떠올렸다. 물론 정규직이 되고 싶다는 열망은 없었지만, 적어도 20 년간 혼자 해온 일이 지겨워 몸부림을 사실이다. 한길문고가 서류 심사를 통과하고 거점서점으로 선정되자 저자는 지구 역사상 처음인 서점의 상주작가가 됐다. 세상에 없던 직업상주작가 저자 배지영은 한길문고라는 공간과 그곳을 방문하는 사람들과의 에피소드를 통해쓰는 읽는 정서를 고스란히 권의 책으로 남겼다.


제목 때문일까, 책의 첫인상은 동네서점 창업기 정도였다. 뭐랄까, 어떤 특별함 같은 것들은 기대하지 않았고 동네 어귀에 작은 점포를 얻고 독립서적들을 배치하고, 자신만의 감각으로 스스로 인테리어를 해나가는 풍경을 기대했던 나는 막상 독서가 시작되고 놀라운 마음을 금치 못했다. 기본적으로 책에는 공간과 사람이 존재한다. 서점이라는 공간은 내게 책이 주는 정서와 동일하다. 쓰는 사람들의 정서, 읽는 사람들의 정서가 뒤섞인 공간. 작가와 독자의 사이는 언제나 줄탁동시(啐啄同時)하고, 교학상장(敎學相長)하다.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 새끼와 어미 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대는 모습은 스승이 제자에게 가르침으로써 서로가 성장해 나아가는 모습과 같다. 면면은 그러하나 실상 서점에는 작가를 대표하는 책이 배치되고 그것을 즐기려는 독자는 존재하나, 막상 상주한 작가는 없다.


배지영의 『환상의 동네서점』이 비로소 환상적일 있는 이유는 상주한 작가와 방문한 독자들이 한대 어우러져 발생되는 정서일 것이다. 정서가 한길서점이라는 공간에 베면 추억이 되고, 추억이 활자로 변환되며 이야기로 거듭난다. 4 보험이 적용되고 월급을 받는 작가와 그를 찾는 사람들, 그리고 공간이 만들어낸 추억은 <작가한테 월급도 주고 4 보험도 들어준다고요?> 시작으로 스물다섯 가지 이야기가 되어 『환상의 동네서점』이라는 권의 책으로 출간된다. 마지막까지 읽고 쓰는 사람으로 남겠다는 저자는 2020 5 다시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한길문고의 상주작가가 되었다. 물건일 뿐인 책이 사람들 마음으로 스며드는 현장에서 일하고, 읽고 쓰는 사람들은 마치 자신의 일처럼 기뻐한다. 그는 여전히 글을 읽고 쓰며, 상주작가로서 행사를 기획하고 강연을 한다.


체험의 장이 사라지고 있다. 이상 우리는 교감의 공간을 필요치 않는지도 모른다. 현실에서의 공간은 온라인으로 옮겨간지 오래다.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사라지듯, 서점에서 독자들이 사라진다. 우리의 정서는 점점 인스터트해지고 있다. 사람들은 빠른 것을, 편한 것을 원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필름의 시대가 종식되듯, 이제는 종이책의 수명을 걱정해보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나는 오프라인에서의 공간, 그리고 사람과 사람이 만날 있는 체험의 장이 확대되길 바란다. 그것이 책과 관련된 것이라면 바랄 것도 없겠다. 유쾌한 책인데 뭉클하게 다가왔다. 어쩌면 사라질 뻔했던 서점이라는 공간을 사람 냄새로 채운 저자에게 고맙고, 무엇보다 30년이 넘는 세월을 견뎌준 한길서점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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