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유령 허밍버드 클래식 M 3
가스통 르루 지음, 신소영 옮김 / 허밍버드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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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92. 가스통 르루 『오페라의 유령』 : 허밍버드 [9/10]


배우와 가수들이 모인 가운데 파리 오페라하우스에서는 관장의 퇴임을 기념하는 갈라 행사로 북적인다축하 공연을 앞둔 시각복도에서 유령을 보았다고 혼비백산한 군무 단원들의 소동으로 가스통 르루의 『오페라의 유령』이 시작된다.


  전부터 극장에서는 검은 옷을 입은 유령이 건물 사방에 그림자처럼 떠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누구에게도 말을 걸지 않을뿐더러 누구도 말을 붙일 용기를 내지 못하는  형체는사람들의 눈에 띄자마자 어디에서 어떻게 왔는지도 모르게 사라졌다더구나 걸을 때도 발소리 하나 나지 않아 정말 유령이라  만했다.


갈라 행사에서는 그간 무명 가수로 오페라계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크리스틴 다에가 아름다운 음색으로 군중의 박수를 받고 향후 오페라계가 괄목할 히로인으로서 눈도장을 찍었다.

아무도 없는 대기실에 홀로 있던 크리스틴은 벽을 타고 흐르는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인다아무렴 가수가 아니라 누구라도 이만한 소리에  기울이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크리스틴은 잠시 돌아가신 아버지가 약속한 ‘음악의 천사 떠올린다 음색은 필시 ‘음악의 천사라고 크리스틴은 생각한다천사에게 음악 수업을 받은 크리스틴은 완전한 가수로 새롭게 태어난다관객은 열광했고 극장은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어릴  친구로 함께한 라울 자작 역시 그녀의 음색에 반하며  다른 사랑을 예고한다.


 자이면서 동시에 죽은 자로 살아야 했던 저주받은 형상의 에릭은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자신의 집이요 동시에 마지막 무대가  오페라 극장의 건축에 참여한다극장의 건축 일을 하던 에릭은 페르시아 왕궁의 미로 건설을 하며 쌓았던 기술로 극장의 지하에 자신만의 미로를 건설하여 유령처럼 숨어 지낸다.


천상의 소리를 지닌 천사로부터 수업을 받던 어느 크리스틴은 자신이 천사로 생각하던 그가 오페라 유령의 실체이자 흉측한 몰골의 괴물임을 알게 되며 사건은 확장된다어느 순간 신분의 벽마저 허문  사랑에 빠진 라울은 두려움에 떨고 있는크리스틴에게서 에릭에 대해 전해 듣고 둘은 마지막 공연을 끝으로 무대에서 벗어나 결혼식을 올리기로 약속하지만애석하게도 크리스틴은 에릭이 만든 지하 미로에 갇히게 된다페르시아인의 도움을 받은 라울은 크리스틴을 찾아 극장의 지하로 내려가지만 지하 미로를 헤매다 고문실에 갇히면서 목숨을 구걸하는 입장에 놓인다에릭크리스틴라울의 절규가 오페라하우스에 울려 퍼진다.


가스통 르루의 『오페라의 유령』은 결코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이것은 인간의 끝없는 욕망이 불러낸 비극에 대한 이야기다에릭의 추악한 외모를 알지 못한 천상의 목소리에 빠진 크리스틴은 에릭의 형상을 마주하며 그들의 사랑 이야기는 반전의 양상이 되고 만다어릴  친구였으나 신분의 벽이 있던 라울은 천상의 소리를 얻은 크리스틴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크리스틴에 대한 에릭의 집착은 나날이 커져만 간다신이 만들었으나 인간과 사회에 의해 괴물이  에릭은 추악한 형상보다  추악한 인간으로 전락한다.


가스통 르루가 만들어낸 팬텀의 미로는 상대적 공간으로 인물에 따라 유토피아가 되기도디스토피아가 되기도 한다그런 점에서  소설은 현실의 사회와 상당히 닮아있다.

극장의 지하 세계라는 배경과 살아있으면서도 죽은 것과 같은 에릭의 삶에 사회 인식이란 장치가 더해지며 『오페라의 유령』의 서스펜스가 배가 되어 한순간도 지루할 틈이 없다.

단순하고 명쾌한 문장과 기자 출신인 르루의 현실적 묘사는 몰입도와 가독성 모두를 높여평소 고전문학을 기피하는 독자에게도 편히 읽힐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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