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를 쓰다, 페렉 ㅣ 쓰다
김명숙 지음 / 파롤앤(PAROLE&)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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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를쓰다페렉 (feat. 사물들)


100명이 파리에 간다면 100개의 파리 이야기가 탄생할 것이다. 파리를 말하는 많은 책들 중 이 책에 눈길이 간 이유는 비교문학자의 시선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조르주 페렉의 데뷔작인 소설 «사물들»(1965)의 역자이기도 하다. 파리를 만나고 걷는 그 걸음에 페렉의 «사물들»이 동행한다.


롤랑 바르트는 페렉에게 보낸 편지에서 «사물들»을 '부를 꿈꾸는 상상 속에 녹여낸 빈곤함'이라 언급하며 진정 아름답다고 썼다. 스물둘 실비와 스물넷 제롬이 꿈꾸고 좌절하고 떠났다 돌아오는 과정에는 당시 사회의 모습이 담겨 있다. 조건법 문장의 끊임없는 열거로 미래의 집을 상상하는 장면에서는 소유에 대한 욕망과 '도달된 상태'만을 원했던 그들의 심리를 엿볼 수 있다.


실비와 제롬을 따라 걷지만 보고 들은 것을 기록한 기행문이라기보다는 파리라는 텍스트를 읽고 사유한 총합같은 글이다. 이를테면, "애초에 파리는 몽상가들의 도시였다."로 시작하는 챕터(p77)는 실비와 제롬이 외딴 섬으로 떠나는 장면에서 루브르에 걸려 있는 바토의 <키테라섬의 순례>로 이어진다. 또 바토의 그림 앞에 머물렀던 드뷔시와 그가 만든 <기쁨의 섬>의 피아노 선율로, 그리고 저자가 '언제나 불행한'이라고 표현한 시인 보들레르로 마무리된다.


도시와 도시를 살아온, 그리고 살아갈 사람들을 잇고 읽는 행위는 하나의 도시를 더 깊이 음미할 수 있게 해준다. 이런 생각은 "우리가 물질적인 풍요의 시대에 그 어느 때보다 삶의 위기를 겪고 있는 까닭은 미스트랄을, 카뮈를, 렘브란트를 불러내지 않기 때문인지 모른다"(p10)라는 말과도 연결된다. 이 책에서는 그 매개가 된 것이 문학, 철학, 음악, 미술, 영화다. 


100여 개의 미주와 본문을 오가며 책에서 불러낸 많은 인물들을 떠올리느라 100페이지 남짓한 두께임에도 꽤 오래 붙잡고 있었다. 60년대 파리의 사회상이 담긴 «사물들»을 읽으며 행복과 돈에 관해 생각했다면 «파리를 쓰다, 페렉»을 읽으며 도시를 기억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했다.


비교문학자의 일이 경계를 허무는 일이라는 저자의 실천 덕분에 파리를 조금 더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비교문학이라는 단어에서 섣불리 '차이'를 먼저 떠올리던 내게 "비교문학자는 '다름'으로 시작해서 '같음'으로 나아가는 길의 안내자다."(p8)라는 문장이 깊이 각인되었다. 다름으로 인한 풍요와 결국은 경계가 지워지고 하나 되는 신비한 경험을 마음에 새겨두고 싶다. 


도시마다 같이 걷고 싶은 작가가 있다면 페렉을 시작으로 한 '도시를 쓰다' 시리즈의 다음 편에서는 또 어떤 인물이 소환될지 기대된다.


#김명숙 «파리를 쓰다, 페렉»


#도서제공 #파롤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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