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히 @ 두려움 없이
전여옥 지음 / 푸른숲 / 1999년 12월
평점 :
품절


<일본은 없다>와 <여성이여 테러리스트가 되라>로 비전문작가로서 독서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전여옥씨가 21세기의 시작과 더불어 새로운 책을 내놓았다. 표지에서부터 이 책은 21세기의 입구에 들어서 있다. 제목 사이에 e-mail을 뜻하는 @와 작가 이름을 www.전여옥.com이라고 표기한 것 부터가 이 책의 방향을 보여준다.

그녀의 이야기는 20세기와의 결별에서 출발한다. 남성의 시대 그리고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던 20세기를 지나 여성의 시대(아니 인간의 시대가 더 옳은 표현일 것이다.), 경제의 논리가 지배하는 새로운 세기가 도래했음을 그녀는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물론 세기의 구분은 어린왕자의 말처럼 숫자를 좋아하는 어른들이 만들어낸 단순한 구분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경계와는 상관없이 세상은 변했고, 변하고 있고, 또 그 속도를 점점 더해가고 있다.

그렇다면 그녀가 얘기하는 21세기는 어떤 시대인가?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기회의 시대'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남성과의 수직적 관계에서 소외되어 있던 여성들의 시대이고, 세습적 부로부터 소외되어 있던 평범한 소시민들의 시대인 것이다.
물론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고 해서 그들에게 부와 명예가 그냥 주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노력하지 않고, 시대의 흐름에 앞서가지 못하는 사람에겐 처절한 패배만이 존재하는 무한 경쟁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말하는 21세기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간절함을 지니라는 것, 그리고 두려움을 떨쳐버리라는 것이다. 어찌보면 지극히 낭만적이고 상식적인 답일 수 있다. 그렇지만 그녀는 이렇게 평범할 수도 있는 답을 자신의 축적된 경험과 넓은 안목으로 설득력있게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여성들을 위한 책이다. 그러나 이미 남성과 여성의 구분은 이제 무의미하다. 여성독자는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살아나갈 힘과 용기를 얻을 것이고, 남성독자들은 여성들에게 '테러리스트'가 되기를 종용했던 한 여성의 달라진 어조를 통해 21세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으로 혹은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사람들의 책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이들의 책은 어려웠던 과거와 자수성가의 성공담이 그 주를 이룬다. 그리고, 그 중 몇몇 책들은 지극히 예외적인 사람의 이야기에 머무는 경우가 있다. 그 책들은 독자들에게 순간 자극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나 결코 두 번 세 번 읽을만한 책은 되지 못한다. 그러나 전여옥씨는 이 책에서 그런 책들이 가지는 한계를 과감히 뛰어넘고 있다.

세상의 모든 존재가 0과 1, 이 두 숫자로 속속들이 분해되고 있는 시대에 '간절히@두려움없이' 라니..... 얼마나 멋진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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