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는 매일을 헤매고, 해내고 - 오늘을 포기하지 않는 우리들의 이야기
임현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10월
평점 :
우리는 매일을 헤매고, 해내고 서평
다른 이의 서평을 걷어 읽고 평가하는 위치에 13년차에 이른 나에게 서평을 쓰는 일은 실은 낯설다. 그렇지만 이 기분을 놓치고 싶지 않아 잘 써봐야지 마음 먹었다. 나도 임현주 아나운서처럼 솔직한 마음을 잘 풀어봐야지. 누군가 읽어주었으면 하는 바람보다는 내가 내 마음을 잘 풀어내는 과정 자체가 힐링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이 책을 통해 배웠다. 잘 써봐야지!
임현주 아나운서에 대한 정보가 내겐 없었다. 바쁘다는 이유로 퇴근하면 아무것도 안하고 싶은 마음에 좋아하는 텔레비전과도 멀어진 지 좀 되었다. 검색부터 해야했다. ‘아, 안경을 쓰고 방송한 첫 아나운서!’ 몇 해 전 기사로 봤었다. 그게 뭐 이상한 일이라고 기사가 나왔을까 생각을 하는 동시에 그 전에 보아왔던 여자 아나운서들에게서 안경을 썼던 기억이 없었던 것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자기만의 신념으로 길을 가겠다는 마음이 있는 사람이구나. 그런 사람이 쓴 글이라면 정성껏 읽어야지 다짐했다.
나도 직장 생활 13년차이다. 같은 직업군은 아니지만 대인 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 예민하며, 가고 있는 방향이 옳은 것인지 고민하는 것은 같았다. 말하는 직업이라 목소리 톤도 고민했던 사실까지도 같아서 내가 아나운서였대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 같은 13년차의 동질감이 생겼다. 어쩜 이렇게 비슷한지. 사람 사는 것이 비슷하다는데 정말 그런거구나 싶으면서도 13년차라는 시기가 주는 시간의 힘과 경험 역시 지금 딱 와닿는 부분이 많아 ‘맞아! 맞아!’ 를 몇 번이나 외쳤는지 모른다. 사회 초년생으로서 헤매면서도 해냈던 일들과 관계 형성, 유지 그리고 손절(?)까지, 그리고 꼰대 정문 앞에 서 있는 현재 나의 모습까지도 함께 고민하는 느낌이었다. 어떤 꼰대가 될 것인가 혹은 나는 꼰대가 될 것인가 속으로 꾹 참으며 지나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럴수가! 정말 내가 먼저 썼어야하는 책인가 싶으면서도 임현주 아나운서처럼 자기가 느낀 감정을 다정하게 조근조근 그러면서도 뼈때리는 사실성을 추가한 이 문장들을 뱉어낼 수 있었을까 생각하면 독자로서도 충분하다는 생각 그리고 고맙다는 생각을 진하게 전하고 싶다.
잘해내고 싶었던 모든 순간과 내 마음대로 되지 않던 직장 생활의 한 조각, 그리고 힘을 빼고 살아도 크게 문제되지 않았던 경험 그 모든 조각이 모여 지금 나를 이루었는데 그럼 나는 그럼 13년 동안 모은 조각으로 어떤 퍼즐을 만들고 있었는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잘 살아야지 잘 해내야지 즐겁게 살아야지 했던 것만큼 현재 조각은 어떤 모양인지 그리고 남은 조각으로는 어떤 모양을 그려내고 싶은지에 대해 이 책이 계기가 되어 고민하고 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일들을 통해 상황이 다가오면 몸이 기억하는 처세술(?)에 대해서 쓴 구절 하나하나는 주옥같았다.
‘내가 받아본 거절 중에 상대가 더욱 매력적이고 당당해 보였던 거절은, 개인적으로는 나를 좋아하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하기 힘들어 미안하다는 말을 명료하고도 다정하게 웃으면서 한 거절이었다. … 내가 거절했다고 해도 상대에게 그렇게까지 치명적인 일은 사실 많지 않다. … 지금보다 말을 아끼고 과도한 친절함을 줄이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 나 스스로는 솔직해서 좋다고 생각했지만 상대에게 내 생각을 훤히 보여주는 것이 늘 득이 되는 건 아님을 알게 됐다… 못 한 포대 달라고 말하는 대신 정확히 못이 53개 필요하다고 말하기…’
위 구절은 밑줄을 그어 놓은 곳 중 일부이다.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오히려 교과서에서는 남을 도와라, 친절하라, 솔직하라 라고 쓰였겠지만- 그러나 내 손으로 쓰기에는 조금 비겁한 것 같기도 하고 사느라 바쁘기도 하고 하는 점들에 대해 왜 그래야하는지 그게 왜 맞는 것인지 설명까지 곁들여 준 것에 너무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다 읽고 나서 밑줄 긋고 살짝 접어놓은 부분을 주르르 넘겨보며 이 책의 예상독자로 좋을 사람에 대해 떠올려봤다. 꼰대가 되는 정문 앞에 들어선 30대 후반 40대 초반의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직장인이 가장 좋을 것 같다. 동시에 이 책은 사회 생활을 시작하는 초년병에게 미리 살짝 알려주는 백신의 역할이 될 것 같다.
‘연고를 바르다’
이 표현이 이 책에서 가장 마음을 요동치게 했다. 연고를 바르면 상처가 낫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가라앉아야 하는데 왜 나는 이 표현에 마음이 움직였을까. 살아가는 일은 타인과의 관계를 형성해나가는 과정이 겉으로 많이 보이는 듯하지만 실은 못지 않게 자신을 다독일 줄 아는 메타인지(?)가 있어야 하는 것 같다. 내가 힘듦을 아는 것 나에게 연고가 지금 필요한 순간임을 아는 것은 정말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을 들게 한 문장이었다. 타인의 마음에 연고를 발라주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연고가 필요함을 알고 타인의 도움 없이도 바를 줄 아는 사람으로 나아가야함을 이 책을 통해 깨닫고 배우고자 한다.
나는 지금 휴직중이다. 13년차에 휴직은 휴직기간이 끝나감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낯설다. 뭘 해야할 것 같고 하루를 허투로 보내고 싶어서 그렇게 살았다가 너무 한 것이 없어서 머리를 콩 쥐어박기도 하며 그러면서도 내일도 허투로 보내고 싶은 마음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바깥 출입도 귀해지면서 정말 온전하게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직장생활이 어땠더라… 지금은 회상이 되어버린 그 생활에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았는지도 생각해볼 수 있었고 곧 복직을 통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생각이 많은 요즘이다. 나의 일을 사랑하며 건강하게 살고 싶은 생각으로 가득찬 지금, 임현주 아나운서의 이 책을 통해 ‘맞아! 맞아!’하며 크게 공감했고, ‘그렇구나’ 하며 이해했으며, ‘그래야지!’하며 다짐했다. 고마운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