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누가 데려가나 했더니 나였다 - 웃프고 찡한 극사실주의 결혼생활
햄햄 지음 / 씨네21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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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누가 데려가나 했더니 나였다 / 햄햄 / 씨네21북스


책이 도착하고 식탁 위에 올려둔 그 날, 저녁을 차리는 동안 나보다 더 먼저 이 책을 즐겨버린 친구가 생겼다. 8살 나의 딸이다. ‘앗! 이거 초등학생이 읽어도 되는 내용일까?’ 즐기기도 전에 검증(?)부터 해야하는 상황이 생긴 것이다. 큭큭거리는 것이 수상하다. 표지에 ‘웃프고 찡한 극사실주의 결혼 생활’이라고 쓰여있었기 때문이다. 검증을 바로 해야했지만 아이는 3일 연속 이 책을 쥐고 킬킬거리면서 책을 놓지 않고 있었다. 책 도착 3일차 밤에 자는 아이를 확인한 후 보게 되었다. 어린이가 봐도 되는 내용일지 아주 살짝 불안한 마음으로 보게 되었다.


판다와 시바의 우정이라고 봐도 좋을만했다. 적어도 초딩 딸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듯 하다. 읽다 보니 중간 중간 튀어나오는 아이의 웃음의 의미를 이제야 알겠다. 야밤에 판다와 시바의 우정을 겸한 사랑이 담긴 결혼 생활을 보고 있자니 ‘아이가 없는 신혼 생활을 했다면 우리도 이렇게 살았겠구나’ 싶었다. 오래 만난 사람과의 썸과 연애 그리고 결혼 생활이라는 점에서 서로를 대하는 편한 모습이 나와 닮았다. 연애와 결혼의 차이를 몸으로 느껴가는 과정또한 ‘음… 나도 그랬었지.’ 하는 장면들로 가득했다. 서로를 데려가면서(?) 적응하고 살아가는 과정을 나도 그림 실력이 있어 그려낼 수 있다면 이와 비슷하겠구나 싶은 마음에 그렇게 살고 있는 우리 부부를 매일 바라보는 이 아이가 봐서 걱정될 부분은 없겠구나 싶었다. 


“판다와 시바가 아빠와 엄마같아. 그런데 시바가 판다에게 부르르 화를 내는데 그건 다른 것 같아”


하고 두 번 정독하고 서평을 내놓은 우리 딸을 보며 ‘좋은 모습만 봤군! 우리 잘 했는걸?’ 하면서 겉으로도 속으로도 흐뭇해했다. ‘엄마도 시바처럼 화낼 때 많아. 아빠가 다 참아줘서 그렇지. 이건 몰라도 돼!’  


내가 왜 이 사람을 데려왔나 그리고 이 사람은 왜 나를 데려갔나 싶은 순간이 종종 든다. 나와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었던 것 같았는데 살다보면 비슷해지는 부분도 보이고 완전 다르다고 생각했던 부분도 원래는 똑같았구나 싶은 순간도 찾아온다. 어려움을 같이 겪어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전우애도 느껴보았고, 애틋함으로 그리워했던 날도 있었던 나의 결혼 생활을 생각하며 이제 겨우 8년차인데 앞으로는 어떠한 방식으로 서로를 생각할 것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결혼은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라는 말이 있던데, 서로 ‘데려가’는 마음으로 살면 좀 더 품어주고 이해하고 노력하겠다는 생각으로 나는 아직은 ‘안했으면 후회’ 입장이다. 데려왔으면 책임지는 마음으로 잘 살아가야지. 판다와 시바 부부와 함께 말이다. 본의아니게 딸에게 극사실주의 결혼 생활을 보여주었는데 극사실주의 속에 사랑과 우정이 듬뿍 담겨있기에 훗날 ‘아빠같은 판다같은’ 사람 찾게 되면 네 결혼 생활을 힘껏 응원하겠다는 말도 해줄 수 있게 된 것 같아서 좋은 짝꿍 만나기 교육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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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출판 서평단 하니포터 1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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