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 - 주요 본문에 대한 해설.번역.주석
조대호 역해 / 문예출판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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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서양철학의 수용사가 꽤 되는데, 일본은 새로운 번역이 수도 없이 나왔다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저라 할 수 있는 형이상학이 왜 이제서야 나온걸까?

하지만 국내 관련 학계의 사정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왜 이제서야"가 아니라, "아니 벌써"라는 감탄사가 튀어나오게 된다. 일단 국내에는 고전기 그리스어를 할 줄 아는(번역능력을 갖춘) 사람이 생각보다 적다는 점을 지적해두어야 하겠고, 둘째로는 그나마 그리스어를 할 줄 아는 사람들 대다수가 플라톤 전공자라는 점에 있다. 할 줄 알면 아무나 하면 되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은 번역 문제와 관련해서만 본다 해도 많이 다르다. 플라톤만 열심히 읽은 사람은 아리스토텔레스를 번역하기 힘들고, 아리스토텔레스만 열심히 읽은 사람은 플라톤을 번역하기가 힘들다는 말이다.

번역서를 낸 조대호 박사는 국내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아리스토텔레스 전공자이며, 매우 많은 기대를 하게 만드는 실력있는 학자이다. 물론 번역도 특별히 '틀린' 부분없이 무리없이 읽히는 걸 보면 기대가 헛되지 않다는걸 알수 있다. 형이상학 전체 14권은 각각 대략 10여장씩의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조대호 박사는 각 권 앞에 권에 대한 해설을 담고, 다시 장이 시작되기 전에 장에 대한 해설을 담고, 그 후에 번역을 하는 방식을 택했다. 아리스토텔레스 그 중에서도 형이상학은 아무런 사전정보없이 장과 장을 읽어나가게 되면 도저히 무슨 소리를 하려는지 그의 의중이 파악되지 않는 구절들이 많지만, 조대호 박사의 해설을 읽고, 번역을 읽게되면 대략적인 그림이 그려진다. 신경쓴 해설임에 틀림없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 책이 발췌번역이라는 점이다. 적어도 내가 파악하기로는 '실체론'을 중심으로 한 번역이고, 이런 의도는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발췌이지만, 번역되지 않은 부분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수학철학, 논리학, 신학 등과 관련된 매우 귀중한 내용이 담겨있다. 곧 나머지 부분도 추가하여 번역서가 나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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