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광
강성은

창문에 돌을 던졌는데
깨지지 않는다.

생각날 때마다 던져도
깨지지 않는다.

밤이면 더 아름다워지는 창문

환한 창문에 돌을 던져도
깨지지 않는다.

어느 날엔 몸을 던졌는데,
나만 피투성이가 되고
창문은 깨지지 않는다.

투명한 창문
사람들이 모두 그 안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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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방을 나가고 나서 침대에 누워 과거를, 오빠와 어머니와 내가 입술보다 마음으로 이야기할 때가 더 많았던 세월을 샅샅이 훑어 보았다. 은수카가 등장하기 전까지. 모든 것이 은수카에서 시작됐다. 이페오마 고모의 은수카 집 베란다 앞에 있는 작은 정원이 침묵을 밀어 내기 시작하면서, 지금 내게 오빠의 반항은 이페오마 고모의 실험적인 보라색 히비스커스처럼 느껴졌다.
‘희귀하고 향기로우며 자유라는 함의를 품은 쿠데타 이후에 정부광장에서 녹색 잎을 흔들던 군중이 외친 것과는 다른 종류의 자유, 원하는 것이 될, 원하는 것을 할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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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고 싶지 않은데 웃어요. 자꾸 웃거든요. 나는 매일 웃는 사람입니다. 웃는 사람입니다, 라고 말하면서 지금도 웃지 않았나요? 웃고 싶은 건 아니었는데요 이렇게 웃습니다. 자꾸 웃거든요, 라고 말하면서도 내가 자꾸 웃거든요. 그러므로 너는 누구입니까, 어떤 사람입니까,
그런 질문을 받으면 나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매일 웃는 사람입니다.
그것 말고 다른 것은 없으니까 그렇게 대답하는 수밖에 없어. 나에게도 질문할 차례가 주어진다면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은 어떻게웃는 사람입니까. 당신은 웃는 것을 어떻게 경험하는 인간입니까. 어떻게 웃고 있습니까. 나는 이 질문들에 대한 대답으로 당신을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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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여기 틀어박혔다는 것을 아는 이 누구인가.
 아무도 나를 구하러 오지 않을 것이다.
 아무도 나를 구하러 오지 않을 것이므로 나는 내 발로 걸어나가야할 것이다.

오랫동안 나는 그것을 생각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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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그냥 하던 대로 했겠지. 말하자면 패턴 같은 것이겠지. 결정적일 때 한 발짝 비켜서는 인간은 그다음 순간에도 비켜서고... 가방을 움켜쥐는 인간은 가방을 움켜쥔다. 그것 같은 게 아니었을까. 결정적으로 그, 라는 인간이 되는 것. 땋던 방식대로 땋기, 늘 하던 가락대로 땋는 것. 누구에게나 자기 몫의 피륙이 있고 그것의 무늬는 대개이런 꼴로 짜이는 것은 아닐까. 그렇지 않을까. 나도 모르게 직조해내는 패턴의 연속, 연속,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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