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하는 여행이 모티브지만, 부모님과 함께 한 북스테이 그리고 남편과 시어머니의 북스테이 장면은 뭉클했고, 남편과 모처럼 둘이 여행길인데 아이의 옷을 사기 위해 부지런히 아울렛을 돌아다닌 장면은 공감하며 웃을 수밖에 없었다. 둘만 여행 가서도 아이 이야기만 하고 있는 우리 부부를 떠올릴 수밖에 없어서.
"슬기한테 고맙다고 전해 줘. 내가 정말 고맙다고. 많이, 많이... 정말 많이 고맙다고. 꼭 전해줘."
그는 전달했고, 아내는 울먹였다. 전해 듣는 인사만으로도 목이 메는 감사를 받아야 할 대상은 여행 그 자체이자 여행이 불러오는 일상의 균열, 예측할 수 없음이었다. 그녀가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왔던 것, 절대 가까워질 수 없다고 여겨왔던 것. (103p)
"10년 차 부부의 여행은 그런 것이었다. 근사한 음악감상실도, 탁 트인 공원도, 우리 자식 예쁘게 입힐 옷을 사는 것보다 우선이 될 수는 없는 여행. 그게 못내 아쉽고 불만족스럽기보다는 그렇게 사 온 옷을 입은 아이를 볼 때마다 뿌듯함과 행복이 밀려왔다." (12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