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의 약속은 깨지고 다시 다짐하는 다른 여느 약속과는달랐다. 그건 87년 자신의 삶을 요란스럽지 않게 마무리하려 한 그녀만의 방법이었다. 마지막으로 할머니를 닦이고 의안을 씻어넣어주면서 나는 삶이 막 끝난 내 마지막 모습을 처음으로 떠올려보았다. 내가 세상을 떠나는 날, 내 마지막 모습은 어떨까. 부디할머니처럼 깨끗하고 편해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