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에서 만나는 새와 물고기 - 한강따라 생태기행
유정칠 외 지음 / 지성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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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이다. 원색 화보에 쉬운 설명. 짜투리 여백에 실려있는 그림지도와 한강 주변의 가볼만한 곳들. 저자들이 바라는 바처럼 일선 교육 현장에서 교육용 지침서로 사용해도 손색이 없을만 하다.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고 두께도 적절하다. 서울시의 기획에 여러 전문가들의 참여, 거기에 지성사라는 출판사가 어울려서 훌륭한 조화를 만들어낸 것 같다.

그런데... 책을 넘기면서 한가지 고민이 떠나지를 않는다. 새들이야 강위를 날아다닐테니 그렇다치고, 한강 줄기에 살고 있다는 이 많은 물고기들은 어떻게 만나볼 수 있을까. 낚시라도 할 줄 안다면 우연찮게 낚시바늘에 걸릴 지도 모르겠다만 나는 낚시도 할 줄 모른다. 한강에 나가 강물만 쳐다보고 있다고 나타날리도 없는 일. 한강에 이 물고기들이 산다는 것이 나에겐 무슨 의미가 있는걸까. 한강에 나타났다고 난리가 났다던 은어, 수질에 까다롭기로 유명하다는 그 놈을 한번이라도 볼 일이 있을런지. 강바닥에 붙어산다는 모래무지를 한강에 나가 대면할 기회가 생길지. 아무래도 기약하기 어려운 일들일 것만 같다.

우리 동네 할인매장 한켠에 있는 생선코너 구석자리쯤에 작은 수조가 하나 놓여있다. 물고기가 한 네 다섯 마리가 들어가 있는데, 수조 유리에는 '도미' '농어'라는 푯말이 조그맣게 붙어 있어서 여기 들어있는 것들이 이 두 마리의 물고기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서너차례 그곳을 지나가면서 유심히 살펴봤지만 아직까지 어느것이 도미고, 어느것이 농어인지 쉽게 자신할 수가 없다. 그 앞쪽으론 굴비들이 새끼에 꼬여서 수북이 쌓여있는데, 참조기니 중국산이니 하고 역시 푯말을 붙여뒀지만 여전히 내눈엔 같은 생선으로만 보인다. 물고기를 안다는 것은 나에겐 이처럼 미각을 키우기 위한 기술의 발전에 불과했다.

이 책의 화보에 나와있는 물고기들을 알아볼 때 나에게 찾아오는 변화는 무엇일까. 보이는 것만이 진실은 아니겠지만 볼 수 없는 것 역시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을지 모른다. 한강, 그곳에 가면 만날 수 있다는 새와 물고기들. 어쩌면 나에겐 이 책의 사진 속에만 존재하는 생명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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