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황금펜상 수상작인 박소해 작가의 <해녀의 아들>을 비롯하여 후보작으로 오른 단편들 모두 매우 흥미롭고 재미
있는 작품들이었다.
단순한 사고인 줄 알았던 해녀의 죽음으로 시작한 <해녀의 아들>은 7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사건 당사자들 뿐만 아니라 대를 이어 그 유족들에게까지 지워지지 않고 이어진 제주 4.3 사건의 상흔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해주는 작품으로 황금펜상에 걸맞는 뛰어난 작품이다.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4.3 사건을 알아보고 싶은 계기를 만들어주기도 하고 피해자 가해자 할 것 없이 그 시대를 살았던 제주도민 모두가 피해자이자 희생자임을 느끼게 해 우리 가슴에 묵직한 울림을 준다. "살암시민 살아진다"는 가슴아픈 말이 먹먹하게 귓전에 울린다. 가슴 아픈 역사를 다루고는 있지만 사건의 진행이 지루하지 않고 흡입력이 있어 금방 작품에 빠져들게 하는 힘이 좋고 무엇보다도 이 소설의 매력은 생동감이 넘치는 제주 방언이다. 제주 방언을 1도 모르면서도 어느 새 제주도민에 되어 제주 방언을 웅얼웅얼하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자꾸 말해서 그런지 잘 모르겠던 제주 방언들도 읽을 수록 무슨 말인지 쉽게 느껴지는 느낌적인 느낌을 느낄 수 있다. 제주 방언으로 인해 사건의 아픔과 제주도민의 생동감이 더 잘 전해지는 아주 말맛이 좋은 작품이었다.
서미애 작가의 <죽일 생각은 없었어>는 현대 사회에서 여성들이 일상생활에서 마주하는 공포에 대해 잘 다루고 있다. 구성이 매우 깔끔하고 가독성이 좋아 금새 읽혔다. 곤궁에 처한 여성을 돕는 히로인인 줄 알았던 주인공의 반전 넘치는 정체가 놀라웠다.
김영민 작가의 <40피트 건물 괴사건>은 한 마을을 무대로 이뤄지는 살인사건에 대한 추리가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여실지 작가의 <꽃은 알고 있다>가 매우 섬뜩한 사건의 진행으로 제일 스산하고 공포스러웠다.
홍성주 작가의 <연모>는 사랑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전혀 예상치 못했던 다른 연모임을 알았을 때 반전이 좋았다.
홍정기 작가의 <팔각관의 비밀>은 마치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을 보는 느낌이었으며 마지막 송시우 작가의 <알렉산드리아의 겨울>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사건이기에 읽으면서도 매우 조심스러웠다. 이런 이야기를 써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이 작품을 통해 '자캐 커뮤니티'에 대해 몰랐던 사회를 알게 되고 앞으로 이런 커뮤니티들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추리 소설은 주로 히가시노 게이코, 야쿠마루 가쿠, 미나토 가나에 등의 일본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읽었던 터라 우리 나라 작품들이 어느 정도의 발전을 이루었는지 잘 몰랐는데 다양한 추리 작품들에 매우 흥미롭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앞으로 우리 나라 추리 소설 작가들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고 꾸준히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