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아버지 - 아버지의 시대, 아들의 유년
김원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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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을 읽으며 난 전쟁없는 평화의 시기에 살고 있음에 무한 감사를 느낀다.때론 현실이 불만스러울때가 많지만 그럼에도 시대를 잘 타고난것에 감사해야겠다.우선은 이념과 전쟁이라는 광기아래서 사람목숨이 짐슴목숨만큼도 여겨지지 않던 해방후부터 한국전쟁시기에 지식인으로 살지 않았음에 감사할일이다.해방후 친일파청산.외세를 배격한 자주..평등한 독립국가건설이라는 대의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고 지금의 나역시 공감하는 바이므로 당시 우익의 빨갱이 사냥에 붙잡혀 모진 고문끝에 어느 골짜기로 끌려가 총살되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더 억울한것은 일제치하에서 일본놈 개노릇하던 놈들에게 죽는일이었을거고 정말 좋은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꿈이 극단적 폭력앞에 좌절된거 였을것이다.두번째는 배고픔의 고통이다.어느시기 가난한 사람들에게 좋은시절이 있었겠나마는 전쟁통은 여러가지 이유로 더 힘든시기이다.김종표,이책의 아버지는 중산층이상의 가정에서 태어나 당시 한군소재지에서 한두명 입학하기도 힘들다는 마산공립상업학교를 나와 그 당시 최고의 직장으로 치던 금융조합에 다녔다.후에 일본으로 유학을 다녀왔고,일본 유학시절 당시 빠르게 유입되던 사회주의사상에 깊이 빠져들었던것 같다.귀국후에는 부산항만노동자들을 조직화하는데 헌신하다가 피검되어 부산형무소에서 해방을 맞는다.미군정하에서 좌익이 합법적으로 활동하던 해방후 1~2년이 가장 이 가족에게 행복하던 시절이었다.일제치하에서 독립운동하며 감옥까지 다녀왔기에 지역에서 존경받는 위치에 섰고 남로당에서도 중요간부 직위에 있었다.제주4,3.여순반란사건등이 있은후 대대적인 좌익소탕작전이 벌어져 하루도 편한날 없이 지내다가 서울로 가족들과 이주,영진공업사를 중심으로 활동을 벌이다가 검거되어 마포형무소 미결감에서 한국전쟁으로 순식간에 밀고 내려온 인민군덕에 살아난다.한국전쟁기간동안 인공치하 서울에서 성동지역인민위원장을거쳐 재정부부부장을 역임하며 활동하였고 미군과 국방군의 서울수복작전시에는 최후까지 서울을 사수하던 부대에,그 이후는 태백산지구에서 유격대로 활동하다 월북하였다.월북 초기에는 남로당 주요간부들과 어느정도 자리를 차지한듯 하나 그 이후 남로당 숙청의 와중에 한직으로 밀려난듯하고 나중에는 병을 얻어 금강산 어느 요양소에서 60세를 전후해 사망한 것으로 나온다.

가끔 어른들이 살아온 인생을 소설로 쓰면 한권은 될것이라 했는데 이 가족의 삶이,아버지의 삶이 소설이 됐다.작가 김원일에게 자식과 처를 버리고 월북한 아버지는 애증의 대상이었으며 그러면서도 원초적인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한평생 소설로 승화시킨 작가이다.아버지가 월북한 사연을 가진 작가중에도 이문열 같은 이는 철저한 우익이 된것과는 다른이다.이같은 정치적 인생말고도 작가의 아버지는 키도 크지않고 여리여리했던 모양인데 천성적으로 여자가 붙는 스타일이었나보다.더구나 작가의 어머니가 글도 배우지 않은 시골처녀인데 비해 유학까지 다녀오 인텔리이니 여러모로 맞지 않았던듯 하고,어머니 역시 기골이 장대하고 말수도 적은 타입이어서 이혼이야기가 벌써부터 오갔고,강습소 여선생,진주기생등 어머니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맘고생이 작심하였던듯 하다.더군다나 좌익 우두머리로 쫓겨다니는 신세가 되다보니 수시로 지서로 서북청년단으로 끌려다니며 모진 고문을 당했고,아버지의 성격 자체가 일에 미치면 가족은 잘 돌보지 않는 성격이었는지 제대로 가족부양의 의무를다하지 못하고 월북한 아버지에 대한 어머니의 원성은 평생동안 이어진듯 하다.그래도 아들이기에,장남이기에,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아우(김원우)보다는 더 있어서인지 김원일 작가의 작품속에 아버지의 존재는 대단히 중요하다. 탄탄대로를 마다하고 가시밭길을 택하면서 까지 아버지가 이루고자 했던 좋은세상은 무엇이었는지가 못내 궁금했을 법하다.남쪽에서도 북쪽에서도 결국은 버려진 혁명가들,

남쪽에서는 좀더 온건했던 여운형이나 김구같은 인물이,북쪽에서는 중국공산당에서 활동했던 연안파나 남로당 계열이 정권을 잡았다면,좀더 나았을거라는 생각을 자주 해본다,남이나 북이나 외세를 등에업은 극단주의자들이 권력을 잡은것이 불행의 씨앗이 아닐까 한다.

이책의 주무대인 진영은 봉하마을이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이다, 그래서 더 친근감도 같고,이동네가 큰 인물이 많이 나는 동네구나 라는 생각도 해보고,몇해전 가보았던 봉하의 들판과,묘역과 뒷산과 부엉이바위,사자바위에서 내려다보던 풍경등이 떠오른다.

한국의 근현대사를 알면 알수록 안타깝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한다,과연 세상에 "정의"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하는것인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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