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원장전 역사 속에 살아 있는 인간 탐구 18
오함 지음, 박원호 옮김 / 지식산업사 / 2003년 6월
평점 :
품절


최근의 역사서를 읽으며 명나라에 관심이 갔고,270년을 이어왔던 명나라의 개국군주에게도 관심이 갔다.청태조인 누르하치나.원태조인 칭기스칸,또한 한나라의 창시자 한고조 유방등은 잘 알려져 있지만 웬지 주원장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듯했다.그간 알고 있는 지식도 "문자옥"이라 불리는 유학자들에 대한 탄압,특무를 이용한 정보,공작정치등 부정적인면이 많았다.

 

하지만,작가의 마지막 평가에서도 나와 있듯이 역대 봉건제왕과 비교해 보았을때,탁월한 인물임에 틀림이 없다.또한 이 책을 저술한 오함이라는 작가가 "유물사관"에 입각해서 저술하였다고 하여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부류들이 있는것 같지만,오히려 "유물사관"에 의해 그 시대를 조명해 보니 그당시 처한 여러가지 상황이 깔끔히 정리되는듯 하다.아주 좋은책이다.이런 인물도 "문화대혁명"시기에 보수반동주의자로 몰려 옥사했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중국역사에서 "농민봉기"는 가장 중요한 테마중에 하나이다."농민봉기"를 통해 봉건왕조의 교체가 결정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삼국지에 나오는 "황건적",주원장의 "홍건적",명나라를 멸망시킨 "이자성의 난"등 모든 농민봉기는 봉건왕조 말기에 복합적으로 작용한 계급모순의 절정이 폭발한것이다.주원장 역시 원나라 말기 부정부패가 극심하고,몽한연합지주계급에 의한 농민착취가 극에 달해 굶어죽으나 싸우다 죽으나 매한가지라고 생각되던 농민들이 그당시 민간에 유행하던 "백련교"나 "마니교"등의 신앙과 결부되면서 전국적인 봉기의 형태를 띠게 되는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명나라가 농민봉기로 성공하여 세운나라임에도 불구하고 그 끝도 역시 농민봉기에 의해 멸망하였으니 참 아이러니라 할수밖에 없다."봉건왕조"라는 기본틀을 유지하는한 기존의 기득권 세력을 또다른 기득권세력이 대치하였을뿐 하층의 농민들은 언제나 착취의 대상이었던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주원장은 미천한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한시대를 개척한 영웅임에 틀림없고 원말 20년간의 혼란기를 마무리 하고 그당시 인민들에게 평화롭고 안정된 생활을 누릴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준것에 대해서는 분명 역사의 발전이었다.농업생산의 장려,자경농의 증가,상업보호,시장의 발전,수공업의 발전,탐관오리를 엄하게 징벌하는등 농민이 밥먹고 옷입는 문제에 대한 관심의 정도는 다른봉건제왕에 비교해 상대적으로 충분히 우위에 있다.

 

본인이 비천한 농민출신으로 어려움을 겪어봐서인지 생활이 비교적 검소하였고,절약에도 신경을썼으며,술마시는것도 좋아하지 않는등,소박하고 절약하는 생활원칙이 있었으며,늘 역사서를 가까이 하여 좋은점을 배우려 하였고,중국의 다른영웅,한무제나 당태종처럼 "신선술"이나 "방중술"등의 신비술에도 휘둘리지 않았다는 점등 개국군주로서의 덕목이 있었다.

 

물론,결점도 많았다.정권을 유지하기 위하여 정보,공작정치에 의해 수많은 관리와 학자들을 정당한 법집행절차에 의하지 않고 죽음으로 몰고 감으로써 후대에도 영향을 끼쳐 명나라내내 해악을 끼친 점이 있고,그당시, 사회 구조적 한계였겠지만, 지주계급을 반대해서 일어난 "농민봉기정권"이 기득권을 획득한 이후에는 지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봉건왕조로서 변해갔다는 것이다.이 봉건왕조는 그후에도 청나라를 거쳐 근대에 와서야 해체되긴 하지만 말이다.

 

여하튼,명나라를 개국한 "주원장"은 한시대를 개척한,역사발전의 단계를 한단계 진척시킨 영웅임에 틀림없다."봉건왕조"라는 시대적 한계때문에 여러가지 본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부패하고 무능한 정권으로 변해가지만,"왕후장상의 씨가 따로있나?"라며 한 시대를 풍미한 호걸중 성공한 영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