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의 군대 - 근대 일본군의 기이한 변용
도베 료이치 지음, 윤현명 외 옮김 / 소명출판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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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일전쟁관련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일본군이 중국의 거의 2/3,영국,프랑스등이 독일군에 의해 점령당했다 하더라도 그 식민지였던 동남아시아의 대부분을 순식간에,미국의 식민지였던 필리핀까지,또한 세계최강이라 불리던 미군과 소련군가 싸웠던 막강한 군대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또 어떻게 무너졌는지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이다.

더구나 해방이후 한국군의 근간이 일본군출신들이었기에,나의 군대생활시절도 뒤돌아보면 만연했던 구타와 쓸데없는 군기잡기,살벌한 내무반생활등 지긋지긋했던 병영문화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도 구체적으로 알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아시아에서 메이지유신을 통해 근대화를 가장먼저 이룬 일본이지만,처음에는 천황을 지켜줄 군대조차 변변치 못하였다.여전히 지방영주를 중심으로한 군벌중심의 군대였고,국군이란 개념도 없었다.치안유지와 각종반란진압도 버거운 군대로 출발했으나 처음에는 프랑스식 군제를 본받고,그후에는 독일식 군제를 본받아 점차 제대로된 국군의 모습으로 탈바꿈하였다.

본격적인 국군(나라의 군대)의 인식을 갖게한것은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치르면서부터다.외국과의전쟁을 치르면서 전국에서 징집된 병사들이 비로소 하나의 국가와 민족이라는 개념을 갖데되었고,이 두전쟁에서 승리하면서 일본군 특유의 "정신력강조"와"백병전총검돌격공격주의"라는 전술이 만들어졌고 2차세계대전이 끝날때까지 고수하였고 막강한 화력을 가진 미군에게 패하였다.

일본군의 또하나의 독특한 특징은 군대가 정치적중립을 꾀한다는 이유로 독립을 요구하였고,권력으로부터 제대로된 통제를 받지 않았다.마치 최근의 한국검찰의 모습을 보는듯하다.국가와 국민을 들먹이며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겠다고하며 제멋대로 브레이크 없는 폭주기관차가 되어 쿠테타를 일삼았다.

우리나라에서도 "하나회"라는 정치군인들의 모임이 있었듯이(일본군에게 배운것),장교들 사이에 각종 모임을 만들어 자기들끼리 파벌을 만들고 서로끌어주고 밀어주는 인맥을 형성하고,황제파와 통제파사이에 싸움도 일어나고,해군과 육군의 끝없는 대립속에 전쟁이 끝날때까지 협력하지 않았다.

국방대학교를 나온 엘리트장교들로 구성된 막료회의(참모단)는 상급자를 독단으로 작전을 진행하고 소령,중령에 불과한 자들이 만주사변이나 중일전쟁같은 전쟁을 자기들 맘대로 조작해서 진행해도 말리지도 못하는 하극상의 군대였다.

지리멸렬한 중국군에 대해서는 일본군의 전술이 먹혔으나 화력이 막강한 소련군(노몬한전투)이나 미군과의 대결에서는 막강한 화력앞에 "반자이전술(만세돌격전술)"은 시체로 산을 쌓을뿐이었다.

영화에서도 많이 보았듯이 전쟁포로에 대해 대단히 잔혹하게 다루고,점령지역 민간인들에 대해서도 남경대학살같은 끔찍한 만행을 저지른 광신주의집단이었다.

일본은 러일전쟁에서 막대한 희생을 치르며 간신히 승리한 이후에 "대소련봉쇄"전략이 1순위였다.그래서 만주도 점령한거고,어쩌다 막나가는 관동군덕에 중일전쟁에 말려들어 수렁으로 빠져들어 막대한 군사력을 중국에 묶이고,어쩌다 미국을 건드려 파멸의 지름길로 직행하는꼴이 되었다.한마디로 제대로된 콘트롤타워가 없이 상황이 닥치면 임기응변식으로 그때그때 대처하다보니 뒤죽박죽이 된것이다.

제국주의시대,아시아에서 근대화를 가장 먼저 이룬 덕분에 막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후발제국주의자로서 끝물이나마 차지해보려고 주변국에 엄청난 피해를 안긴 일본,특히나 우리나라는 식민지로 전락해 36년간이나 고통과 피해를 보았고, 분단의 고통을 겪고있다.

근대일본군의 역사를 주욱 읽어보니 당시의 일본군의 모습이 해방후부터 12/12군사쿠테타로 정권을 잡았던 전두환/노태우시절까지 그대로 재현된듯하다.

문민정부 이후에 그나마 군도 개혁되고,이제는 군사쿠테타를 크게 걱정하지 않는 시절이 되었다.

근대화에 한축을 담당하고 나름의 합리성으로 출발한 일본군이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광신주의집단으로 변한데에는 무엇보다 "적절한 통제장치"가 없었기 때문이다.특히나 무력을 가진집단에 통제장치가 없다면 무소불위집단이 되는것이다.힘있는 집단에는 반드시 "적절한 통제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특히나 지금은 한국 검찰집단에게 꼭 필요하다.

 


무릇 군대라는 것은 인간의 행위 가운데 가장 비합리적인 "전쟁"이라는 행위를 실천하기 위한 가장 합리적인 조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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