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탈 털어 죄다 갖다버린
지난 시간의 그늘에는
무릎에서 떨어진 딱지도 있고
뒤틀린 다리를 끌고 사라지던 여름도있다
뭉툭한연필, 가느다란 연필, 부러진연필로
새벽의 어깨선을 열심히 그리던 시간들도 이제 모두 미련없이 갖다버렸다
버렸더니 살겠다
내가 나를 연기하며 그늘을 기억하는일 과
그 그늘 사이에서 도르래를 굴리듯
줄타기하며 살수는 있겠지만 . .
이미 태어난 삶의 악다구니를 피해
질투나게 말랑한 누군가의 살속에
뿌리를 박고 끈덕지게 종족을 보존시키며 점점 가벼워지는 몸으로 살수도 있겠지만. .
포기,포기,하겠다고 하며 눈을 감는데
방바닥에 앉아 내려다 보는 열개의
발가락 사이들이 입을 벙긋거리며
나에게 말을건다
도망가 봤자 소용없어!
삶의 그늘 사이로 들어가야해!
미망에 아름다운 그늘을 만들어야해! 『소란』

책속의한줄 https://goo.gl/kgEHv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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