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박물관 문지 푸른 문학
김혜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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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립명랑소녀>에서도 확인된 바 김혜정 작가의 마음은 늘 낮고 쓸쓸한 곳을 향하고 있다. 이번 소설집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탈북자, 철거촌 아이, 장애인, 다문화가정 아이 들에게로 깊고 따뜻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일부의 결핍이 결코 전체의 결핍은 아니며 그 결핍 속에서도 성장의 단초는 있다고 독자에게 조곤조곤 말하고 있다. <침묵>의 주인공이 갖는 사랑과 후회, 반성의 감정이 그러하고 <하와>에서 재구의 이중적인 행동과 눈물 또한 그러하다. <영혼박물관>의 깊은 사색과 <또자는 어디로 갔을까>의 맑은 심성에 다다르고 보면 결핍이라는 게 도대체 무엇인가 하는 느닷없는 각성마저 들었다. 드러난 결핍의 이면을 보면서 감춰진 나의 결핍을 보게 되었다고나 할까, 결국 인간이란 모두 결핍을 안고 사는 존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각자의 취향이 있겠지만 나는 <영혼 박물관>과 <하늘나라 입국절차>가 좋았다. 함께 어울리던, 그 중 가장 힘든 생을 살고 있던 친구의 갑작스런 죽음은 주인공과 그 친구들로 하여금 일상을 살지 못하게 한다. 죄의식과 채무감으로 비틀거리게 되며 남은 친구들마저 서로를 갉아먹게 된다. 당연한 모습이지만 어쩌라, 그래도 살아야하는 게 우리의 삶이다. 하여 '불안한 영혼'인 주인공과 인태, 순재는 나름의 애도를 통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 과정을 알기에 "우리는 오늘을 분투해야 한다. 문제는 지금, 여기라는 것이다"라는 표현에 묵직한 감동을 느끼게 된다.

 <하늘나라 입국절차>는 새엄마가 낳은 이복동생의 피부병 때문에 더이상 햄스터를 키우지 못하는 초등생의 고민을 다룬 소설이다. 햄스터를 키워줄 사람을 찾아 헤매며 엄마를 따라 하늘나라로 갈 것이라고 천연히 말하는 주인공은 마치 '이청준' 작가의 성장소설들을 보는 것같이 마음이 아리고 애잔했다. 모든 연령대를 커버할 수 있는 아름다운 동화처럼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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