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민주주의자라면 자기가 마실 커피를 손수 구하는 게 옳다.
5년 전 제주에 처음 여행 왔을 때 가진 거라곤 배낭 하나뿐이었다. 배낭 하나 메고 여기 왔듯이, 언제든 그때처럼 다시 떠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살림 하나를 들일 때도 신중하게 고민했다. 짐을 늘리고 인연을 만드는 건 ‘언제든 떠날 사람‘으로 사는 데 방해가 될 뿐이었다. 그런 내가 히끄를 키우기로 한 건 나름대로 중요한 결단이었다. 결국 임시 보호를 시작한지 열흘 만에 우리는 가족이 되었다.
길고양이에게 그저 밥을 챙겨주기만 하는 것과, 아픈 고양이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의 무게는 확실히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