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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저리 클럽
최인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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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저리 클럽, 제목이 인상적이네요.

1970년대 초 월간 [학원]에 연재된 '우리들의 시대'를 리라이팅, 재출간한 것입니다.

작품 분위기가 '우리들의 시대'를 기억나게 해, 첫 대목을 비교해봤지요.

내가 시골 중학생일 때 고등학생 악동들 이야기인 [우리들의 시대]를 가슴 두근거리며, 도시 고등학생들은 이렇게 노는구나 하면서 신나게 읽었죠.

내가 갖고 있는 책 앞 면지에 빨간 도장으로 '賞'자가 찍혀 있는 것을 보니 무슨 일인가로 출판사에서 상품으로 보내주었던 것 같아요.

"내가 영민이를 사귀게 된 것이 글쎄, 다행일까, 아니면 잘못된 일일까 아직도 모르겠다.
그는 고등학교 때 타교에서 온 놈인데 대개 타교에서 온 놈들은 지독하게 공부만 파서 대부분 안경잡이거나, 지나치게 색시 같은 놈들이어서 으례 본교생 애들에게 순종하고 괄시받는 것이 보통이었는데 이 녀석은 달랐다. 수업시간이면 뒷산에서 낮잠을 자다가 五분씩 늦는 게 예사, 선생님에게 별명붙이기 일쑤요, 수업시간이면 뒷좌석에 앉아서 끄덕끄덕 졸기가 일쑤며 첫째 시간 끝나기 무섭게 도시락 비우기가 일쑤였으니 고등학교 입학식 다음 다음날 벌써 본교 출신 중의 운동부 아이들이 좀 때려주자고 결의를 했던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중에 낀 것이 바로 나였다. 말하자면 녀석과 나는 참 기묘한 인연으로 친해진 셈이었다. 사실 중학교 모표만 달다가 (이하 줄임)"

[우리들의 時代] 상,하권, 학원출판사에서 1973년 12월 10일 단행본으로 발간했고, 정가는 500원이네요. 세로쓰기로 되어 있고요.

윗 대목은 [우리들의 시대] 첫 장 '새로운 친구 I' 도입부인 8페이지에서 인용한 것입니다. 우경희 화백의 삽화도 장 첫머리에 하나씩 들어 있군요.


"내가 영민이를 사귀게 된 것이 글쎄 다행인지, 아니면 잘못된 일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그는 중학교를 마치고 다른 학교에서 전학 온 놈이었다. 대개 타교에서 온 놈들은 지독하게 공부만 파서 대부분 안경잡이이거나 지나치게 색시 같은 놈들이어서 으레 본교생 애들에게 순종하고 괄시받는 것이 보통이었는데 이 녀석은 달랐다. 쉬는 시간이면 학교 뒷산에서 낮잠을 자다가 수업 시간에 5분씩 늦는 게 예사고, 선생님에게 별명 붙이는 것도 보통이었으며, 수업 시간이면 뒷자석에서 끄덕끄덕 조는가 하면, 첫째 시간이 끝나기가 무섭게 도시락 비우기 일쑤였다. 그러니 고등학교 입학식이 있은 이틀 뒤 벌써 본교 출신의 운동부 아이들이 녀석을 좀 때려주자고 작당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중에 낀 것이 바로 나였다. 말하자면 녀석과 나는 기묘한 인연으로 친해진 셈이었다.

사실 중학교 모표만 달다가 (이하 줄임)"

[머저리 클럽], 램덤하우스 코리아, 2008.7.14, 11~12면 


[머저리클럽]과 비교하니 첫 문장을, '~일까'를 ~일지'로 고쳤고, 다음 문장도 고등학교 때 타교에서 왔다 한 것을 "중학교를 마치고 다른 학교에서 전학 온 놈"이라고 바꿨군요. (중학교를 마치고 타교에서 오다니? 중,고가 함께 있는 학교인가? 오래 전에 읽어서 잘 기억 안 난다.)
이 대목은 다시 보니, 바로 뒤에 "고등학교 입학식 다음 다음날... 좀 때려주자고"라고 사건이 벌어져 고등학교 때 전학 왔다고 한 것과 상충된다고 보아 고친 듯합니다. 자세히 보아야겠지만, 아이들 대부분이 진학하는 중학교가 아닌 먼 다른 학교에서  친구들 없이 혼자 진학 또는 전학 온 아이인 것이죠. 
그 다음 이어지는 긴 문장에서 '일쑤요''일쑤며' '일쑤였으니'로 반복되는 것을 변화를 주어 고쳐 썼네요. 문장도 한 번 끊어주었고.
"안경잡이거나"는 "안경잡이이거나"로 고쳤는데, 따라서 속도감이 희생됐네요. "선생님에게 별명 붙이기 일쑤요"가 "선생님에게 별명 붙이는 것도 보통이었으며"로 바뀌었는데, 원 문장이 악동들 모습에 더 걸맞고 "보통이었으며"는 표현이 모호하네요.
게다가 '보통이었는데'라고 앞 문장에서 보통이라는 표현이 나와 결국 반복이 되었고요.
"수업시간이면 뒷산에서 낮잠을 자다가 五분씩 늦는 게 예사"는, 문장을 논리적으로 고치려는 시도였는지 "쉬는 시간이면..."으로 고쳐놓았죠. 원 문장의 뉘앙스가  "쉬는 시간에 뒷산에서 낮잠을 자다가 수업시간에 五분씩 늦게 들어오는 게 예사"라는 뉘앙스를 갖고 있는데, 어쨌든 [머저리 클럽]에서는 문장이 더 논리적으로 다듬어지기는 했어요.
"첫째 시간 끝나기 무섭게 도시락 비우기가 일쑤"는 "첫째 시간 끝나기가 무섭게 도시락 비우기 일쑤"가 됐는데 이건 취향의 차이라고나 할까, 불필요한 간섭이라고 할까, 더 정돈된 문장이라고 볼까, 하여튼 미묘하군요.
"좀 때려주자고 결의를 했던 것도"는 "좀 때려주자고 작당한 것도"로 고쳤는데, '결의'는 정의로운 것으로 보아 '작당'으로 바꾼 모양입니다. 작문 수업 시간에는 맞는 말이겠지만 고등학생 악동들이 품은 '결의'의 의협심은 어디론가 사라졌네요. '결의'를 '작당'으로 보는 것이야말로 독자의 몫 아닐까요.
그 다음은 단락을 더 나누고, 긴 문장을 잘라 나누고 그런 것이 눈에 띄지요.

원 작품의 문장은 예전에 내가 어른이 돼서 [우리들의 시대]를 다시 읽었을 때 다듬을 곳이 실제 군데군데 눈에 띄던 기억이 나네요. 요즘 눈으로 보면 더 많아 보일 수 있을 것입니다. 더구나 윤문하자고 달려들었을 마련에야... 고친 분의 노고가 눈에 그려지네요. 꼼꼼히 내용 분석하고 문장 분석하고 문장 호흡 따져보고...

이렇게 열심히 끝까지 전부 다 고쳐 썼는지는 들여다볼 수 없군요.
아, 장 제목도 다시 붙였습니다.

새로운 친구 I
새로운 친구 II
최초의 사건
최초의 사랑 I
최초의 사랑 II
최초의 사랑 III
최초의 실연
새로운 학기 I
새로운 학기 II
싱싱한 여름
이 문수군
여름방학
새로운 사건
가을의 노래

여기까지가 상권이에요. 하권까지 꺼내 오려니 귀찮군요.

[머저리 클럽]의 장 제목은


Part 1.  여섯 악동들
젊은 사자들
아주 멋진 날
첫사랑
겨울바다에서, 울다

Part 2. 머저리 Vs 샛별
새로운 시간, 새로운 만남
싱싱한 여름
이문수 군의 속사정
가을의 노래
작은 슬픔
메리 크리스마스
겨울 이야기

이렇게 나갑니다.

아웅, 하권을 꺼내 와야겠군요.
하권 네번째 장 '겨울 이야기'까지가 Part 2에 배치됐네요.
제목 붙이기에도 누군가 많이 고심했을 듯.

(글을 쓰다가 출간 관련 기사를 찾아보니, [한국경제] 등에 1973년작 재출간, 제목 바꿔 출간 등을 거쳐 이번에 리라이팅 출간했단 기사가 좀 있네요.)


"새로운 감각의 청춘문제 장편소설"
1973년 출간 당시 [우리들의 시대] 표지에 붙어 있는 캐치프레이즈예요.

요즘 청소년소설이 붐을 이루며 활발히 창작되고 독자를 모으고 있죠.

[몽구스 크루]에 [완득이].... 금방 여러 작품이 떠오르네요.
'귀여니' 소설, 오쿠다 히데오 등 일본 작가의 소설, 일본 학원만화 등이 그 토양이 되고, 사계절의 1318문고가 앞서 개척하기도 했어요.

아쉬운 것은 우리 청소년소설 내지 학원소설, 청춘소설의 전통과 요즘 작가의 작품들을, 맥을 이어주지 못한다는 것이지요.
조흔파의 [얄개전]이 많이 얘기되고 여러번 재출간됐지만, 아직도 역시 그 시절 어른들의 기억에서만 맴돌고 있는 듯합니다. 
오영민이 있고 유호가 있고 최요안이 있지요.
이 작품이 다시 읽힐 수 있게 나온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머저리 클럽], 알라딘 세일즈포인트 5,080, 청소년주간베스트 59위.
이 정도면 인기를 끌고 독자도 좀 모으는 거죠?
다음에.... 맥을 잇고, 불평 아닌 비평하는 작업이 있어야 하나의 이벤트, 편집기획자의 아이디어의 실현 차원을 벗어나 의미있는 문화적 산출로 스며들어갈 수 있겠지요.  

[우리들의 시대]에는 풋풋함이 있어요. 어른이 되려는 청춘의 풋풋함과 아직 순진한 위악스러움이.....
그렇지만 2000년대 청소년소설에는 이런 풋풋함이 아쉬울 때가 있어요.

학교, 학원, 부모, 가족, 입시, 각종 제도 등 '환경'의 작용이 너무 세세하고, 작가의 눈도 너무 촘촘해서 그렇기도 하지요.
그렇지만 청춘소설에는 성인소설(?)에 없는 싱싱함, 설악산수 같은 청량감이 아직도, 아니 영원히 깃들 수 있다고 믿어요. 그것이 청춘소설의 특권이요 존재이유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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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사쿠라 - 일본에서 건너온 서울대공원 인기짱 사쿠라 이야기
김황 지음, 박숙경 옮김 / 창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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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에는 아시아코끼리와 아프리카코끼리 두 종류가 있다는 것을 어려서 책에서 본 기억이 어렴풋하다. 인도코끼리와 아프리카코끼리라고 했던 듯싶기도 하다.

두 코끼리는 어떻게 다를까?

김황 작가는 사쿠라를 만나러 동물원 대동물관 - 큰 동물이 있는 곳이란 뜻이겠죠 - 으로 간다.

아시아코끼리와 아프리카코끼리가 있는데 아프리카코끼리는 한 마리 있다고...

아시아코끼리와 아프리카코끼리는 어떻게 다를까요.

책에 보면 두 코끼리의 특징이 나온다. 종이 다르다고 한다..

사쿠라와 아프리카코끼리가 서로 좋아했는데, 합사를 못 시킨다고.. 결혼을 못 시킨다고. TV 동물농장에도 사쿠라의 '못다 이룬 애절한 사랑'이 방영됐다. 사쿠라는 아시아코끼리니까 아시아코끼리와 결혼해야 한다고.

이 책에는 사쿠라가 타이 - 태국에서 태어났다고 나온다. 그러니 당연 아시아코끼리다.

아래는 책에 나온 두 종류 코끼리 사진이다.

어느 것이 아시아코끼리일까? 언뜻 보아도 두 코끼리는 달라 보이네요.

한 마리는 꼬리가 없다고? 설마 꼬리 없는 코끼리 종류가 있을까. 코리가 다리 속에 감춰져 보이지 않는 것이겠지요.


비교해보면 먼저 눈에 띄는 차이가 있죠.

등 모양이 다르고 귀도 좀 달라 보이고..

또 코하고 턱 모양도 다른 것 같네..

덩치도.. 그리고 책에는 다른 특징도 더 설명해주고 있네요..

뒤에 사육사 일기에 나오는 131페이지 사진을 보면  사쿠라와 리카의 차이를 다시 관찰해볼 수 있어요.. 동물원에 가도 이런 차이를 잘 모르고 보는데, 앞으로 잘 관찰해보고 싶네요.

사쿠라라는 이름은 일본에 처음 입양돼 왔을 때, 전국에 이름을 공개 모집해서 정했대요. 7만여 통 편지가 와서 사쿠라라는 이름이 뽑혔다고...

이렇게 관심을 모은 인기동물이었는데, 일본의 동물원이 문을 닫으면서 서울대공원으로 왔죠. '사쿠라'라는 이름이 바뀔 뻔했는데 이름은 바뀌지 않고요.

 서울대공원의 관람객 인기 투표에서 쟁쟁한 재롱둥이들을 제치고 인기동물 베스트 3위를 차지!

북한에서 온 풍산개, 돌고래와 물개밴드를 물리쳤다네요.

한국과 일본을 오간 동물들이 한국과 일본이 모두 고향인 '재일 한국인' 작가 자신과 닮아서 사쿠라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작가의 집필 동기도 특이하고요. 두껍지 않은 책이지만 이야기가 참으로 풍성하게 전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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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콘서트 1 - 노자의 <도덕경>에서 마르크스의 <자본론>까지 위대한 사상가 10인과 함께하는 철학의 대향연 철학 콘서트 1
황광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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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페이지에 '있었던 같기도 하다'라고 되어 있다.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에서 '것'이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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