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캡틴 정전
채길순 지음 / 화남출판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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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캡틴 정전].... 도입부를 넘어가면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야비한 인간, 즉 인간 같지 않은 못된 인간들의 행적을 기록한 '야비사'를 공개하지 말라는 압박을 받는 조성희 교수... 

실기, 역사, 일기로 이어지는 조언택 3대의 이야기는 얼핏 느껴지는 것처럼 엄숙한 기록이 아니다. 소설이니까 엄숙한 기록으로 나갈 리 없기도 하지만, 야비하고 못된 짓거리들이 이어지니 엄숙한 기록이 되기 어렵다. 

첫 대목에서는 동학교도로 갑오년 동학 봉기로 이어지는 시기에 동학운동에 참가한 조선동 조선구 조선중 삼형제의 이야기다. 막내 조선중이는 개차반 인물로, 두 형님이 노비를 면천하려 하자 이를 반대하고 노비의 딸을 겁탈한다. 노름판에서 돈을 땄다가 집문서까지 날리고는 한양으로 와서 동학도들의 돈을 들고 튄다. 이런 행적으로 크게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동학도들이 광화문 복합상소를 하러 올라왔을 때 봇짐에서 돈과 벼루를 훔쳤다가 들통나고 이러저러한 사연을 겪은 뒤 조선중은 두 형과 함께 공주 전투에 참여한다. 조선구가 관군, 왜군과의 전투에서 죽고 조선중은 항복을 했다가 벗어난다. 제 버릇을 개 못 주고 다시 동학도의 돈과 말을 훔쳐 달아나지만 주막집에서 그마저도 털린다. 

삼형제 중에 조선중이는 이런 못된 행각을 벌이고 다닌다. 두 형은 동학도로 인품이 뛰어나지만, 아우의 못됨을 어느 정도 알 뿐 그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한다. 그렇다고 조선중이 악행으로 금방 돈을 벌거나 출세하는 것도 아니다. 형이 면천해준 노비 개불이에게 봉변을 당하고, 노름꾼을 속이다가 자신이 크게 당하기도 한다. '실기'는 조선중이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데, 그래서이기도 하지만 다른 인물들이 파편적으로 등장함에 비해 조선중이의 심리와 운산은 좀데 세세하게 그려진다.  

이런 속이야기가 '야비사' 기록으로 전개되고, '야비사'의 공개를 막으려는 동방그룹 회장 조언택 의원과 이를 공개하고자 하는 조성희 교수측과의 긴장이 전체 이야기 틀을 이루고 있는 작품이다. 역사 속의 부정적 인물들을 그린 단편들이 없지 않고, 몇몇 장편소설과 대하소설들에 비슷한 유형의 인물이 나오기도 하지만 '조캡틴 정전'은 이런 부정적 인물 행태를 부차적 수준에서가 아닌 본격 조명한 작품이다. 그런 점에서 주목되고 이야기 전개가 흥미로워 뒷이야기가 점점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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