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G 1호 나란 무엇인가?
김대식 외 지음 / 김영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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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G 1호 나란 무엇인가?>

김영사 출판

 

다소 기괴해보이는 표지와 번쩍이는 재질의 프롤로그 모습은 참 낯설었다. 심지어 그 도입은 더욱 기이하다. 온라인 콘텐츠가 성행하는 시대에서 과연 오프라인 매체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라는 질문으로 시작된다. 물론 컨텐츠를 제작하는 사람 입장에서 분명 피할 수 없는 질문이겠다만 종이로 된 잡지의 도입글로 실어두기엔 너무 뼈아픈 자조로 느껴졌다. 그렇지만, 웃픈 자조를 대놓고 게재한만큼 이왕이면 더 좋고 깊이있는 아날로그 컨텐츠로 다가가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매거진 G 1호의 주제는 나란 무엇인가?’. 플랫폼 환경의 급변이라는 질문이 종이매체에게 피할 수 없는 질문인 것처럼, 100년을 살아가는 인간에게 자아에 대한 질문 역시 평생 안고 가야할 질문이자 과업이다. 하지만 그 답을 찾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어쩌면 답이 정해져있지 않을 수도 있고 또 어쩌면 그 답은 우리가 0의 상태에서 만들어가야하는 것일 수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그 질문에 대한 답찾기를 게을리하거나 나중일로 제쳐둘 수는 없는 노릇. 매거진 G는 자아찾기에 살짝 지친, 도대체 무엇이 라는 것이야! 라고 싫증을 내는 우리들에게 하나의 참고서이자 지침서 역할을 해주러 왔다. 아날로그 컨텐츠의 힘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찾아와 주었으니 참 애틋하게 느껴지지 않나.


지식교양잡지를 표방하는 매거진 G는 위 질문에 대해 문학, 역사, 철학, 심리, 사회, 과학, 종교, 공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하고자 한다. 그동안 는 무엇인가에 대해 찾는 일은 철학, 좀더 범위를 넓혀보아도 인문학 정도로만 국한되었다고 생각드는 것은 나만의 오해는 아니라 생각한다. 이처럼, 그동안 자아에 대한 논의는 특정 학문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으로 비춰졌다. 그렇지만 학문과 학문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흐름에서 이러한 고정적 틀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각에서 질문을 던지는 매거진 G의 시도는 참신하게 느껴진다.


난 이런 교양잡지를 제대로 읽어본 것은 거의 처음이었다. 내가 좋아서 구독했던 축구잡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종이가 닳을 정도로 여러번 읽었지만 매거진G와 같은 성격을 지닌 잡지는 다소 낯설었다. 처음부터 차례로 글을 읽어나가야할지, 글자 한톨도 빠뜨리지 않고 읽어야할지, 혹은 맘에 드는 컨텐츠만 골라읽고 읽다가 따분하면 다음 컨텐츠로 넘어가도 될지, 잘 몰랐다. 그저 낯섦투성이였다.


그래서 그냥 마음가는대로 이 잡지를 읽어나가기로 했다. 그것도 만의 읽기방식이려니 생각하고 흥미가 생기는 컨텐츠 먼저 읽으려고 했다. 예를 들어, 작가 전승환이 쓴 우리에게 더 많은 부캐가 필요하다는 나 안에 존재하는 새로운 나에 대해 적극적으로 표현하기를 권하고 있었다. 유재석이 보여준 부캐열풍은 비단 열풍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우리 마음 속에 내재되어있던 부캐표출욕망을 드러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었다. 그 분석이 참 흥미로웠다 통계물리학자 김범준이 쓴 관계 속의 나는 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결국 라는 것은 관계를 기반으로 다져져있고 무수한 의 집합체가 바로 세상이라는 큰 관계라는 내용이었다. 사회학자 노명우는 평생직업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지는 이 세상 속에서 21세기 키워드는 유동성이라고 주장하고 있었으며 번역가 신견식은 한국어 에 대해서 문법적 설명을 통해 풀어나가고자 했다. 세계적 석학 문화인류학자 재레드 다이아몬드도 짧은 인터뷰를 통해 오늘의 자신을 만든 세 가지에 대해 자신의 이야기를 펼치고 있었다. 각자의 전문 지식을 녹여 한 두쪽의 글로 풀어내고 있었다.


에 대한 고민은 평생 지워지지 않는, 아니 지울 수 없는 숙제다. 그러니 에 대해 아직 못 찾았다고, 덜 찾았다고 좌절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찾았다고 하는 사람이 거짓말쟁이일테니. 그렇다고 해서 자아 찾기를 일시 중단할 순 없다. 끊임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 잘하는 것, 혹은 못 하거나 싫어하는 것, 앞으로 내가 나아가야할 방향 따위에 대한 고민을 이어나가야한다. 그 접근에 대한 또 다른 성찰의 기회를 주는게 바로 매거진G. 거침없이 달려만 가던 우리에게 자아찾기 접근법을 다양하게 제시해주는 뷔페 역할인 셈이었다.

 


문득, 나도 이런 잡지나 신문이나 어디든 특정 주제에 대한 심도있는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내 글 깊이에 대해 자부할 수 있는 사람말이다. 그 글이 설령 한 두 문장이어도 좋으니 말이다.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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