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 : 그래픽 히스토리 Vol.1 - 인류의 탄생 사피엔스 : 그래픽 히스토리 1
다니엘 카사나브 그림, 김명주 옮김, 유발 하라리 원작, 다비드 반데르묄렝 각색 / 김영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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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유발 하라리의 대표작 <사피엔스>가 새 버전으로 출간되었다. <사피엔스: 그래픽 히스토리>라는 이름으로 더 많은 독자를 위한 도전에 나선다. 책을 딱 받고 펼쳐본 순간, 그림이 글자보다 많았다. 만화책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래픽노블로 만화와 소설의 중간형태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형식인 것만은 분명했다. 어렸을 때 숱하게 읽은 만화책들의 기억이 떠오르면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근데 이게왠걸. 오랜만에 만화를 접하니 만화책도 낯설게 느껴졌다. 즐거운 마음과 호기심으로 무장한 채 쇼파에 누워 하루종일 읽어도 안 지치던 예전과는 다르게, 연필과 형광펜을 들고 무거운 마음으로 첫장을 시작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씁쓸했다. 그 생각이 든 후, 그냥 좀 편하게 이번 그래픽 노블을 읽어나가려 했던 것 같다.

 

<사피엔스: 그래픽 히스토리>인류의 탄생이라는 큰 주제 아래 총 4장으로 구성되어있다. 지금부터 이 책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고자 한다.

 

이 그래픽노블은 물리학에서 보는 태초의 시점인 약 140억년으로 시간을 되돌린다. 그리고 30만년후 원자와 분자가 생기며 화학이 시작됐으며 40억년전에는 생물학도 시작된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우는 빅뱅, 원자, 생물 구조의 탄생과 같은 과학사적 사건들이 이때 발생했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7만년 전, 인류라는 특별한 종류의 생물이 문화라는 훨씬 더 정교한 구조를 만들기 시작한다.

재밌는 사실은 호모 사피엔스가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최강자로 군림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피엔스는 10만년까지 먹이사슬의 꼭대기는커녕 피라미드 중간 언저리에 위치해있는 시시한 동물중 하나였다. 그런 사피엔스가 어떻게 다른 인류 종과의 생존에서 버텨 최후의 인류종으로 남아 지금까지 이어져온 것일까? 그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7만년전, 사피엔스의 인지능력에 혁명이 일어난다. 이 인지혁명은 사피엔스의 성공의 비결이었다. 우리와 침팬지의 진정한 차이는 많은 수의 개인, 가족, 집단을 묶는 접착제와 같은 것들에 있다. 피라미드 건설부터 달 착륙까지 호모 사피엔스의 모든 위대한 성취 뒤에는 대규모 협력이 있었다. 이러한 것을 가능케하는 것은 언어와 소통을 기반으로 허구의 것을 창조해내는 능력에 있다고 작가는 바라본다. 과거로 돌아가면 신화, , 국가, 교회, 법체계 등 가공된 것들이 있다. ‘허구이자 사회적 구성물을 만들어냄으로써 서로를 모르는 사피엔스가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가 현재 거대한 법인회사의 일원이 되려 노력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작가는 허구는 그저 도구일 뿐이라는 걸 역설한다. 결국 허구는 우리의 필요를 위해 상상해 낸 것일뿐 주객전도 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대 사회는 어떤가. 기계에 지배당하는 세상승자 없는 세계전쟁, 끝없는 자본경쟁...

결국, 꾸며내고 기억하고 학습하고 의사소통하는 능력인 인지능력이 7만년전에 생겼고 인지혁명 이후 인류는 줄곧 이중의 현실 속에서 살아왔다. 호모 에렉투스가 거의 200만년동안 추가적인 유전적 변화를 겪지 않으며 석기만 사용하는 동안에 호모 사피엔스는 사회구조, 대인관계, 경제활동, 그밖의 수많은 행동을 20~30년 만에 바꿀 수 있었다. 이때부터 호모 사피엔스의 발전사를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 생물학 이론이 아니라 역사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사피엔스는 사냥꾼 인간으로 잘 알려져있지만 그들의 주된 활동은 채집이었다. 수렵채집 시대를 우리는 원조 풍요 시대라고 부른다. 지식을 갖춘 그들은 채집을 기반으로 그들의 활동 반경을 넓혀나갔다. 현대인의 뇌 역시 아직도 수렵채집인의 생활에 적응된 상태라 한다. (그러니 사무직이 따분할 수 밖에...) 실제로 사피엔스의 평균 뇌 용량이 수렵 채집 시대 이후로 줄었다는 증거가 있다. 그 당시 사람에 비해 현대인이 많이 아는 것 같아보이지만, 우린 그저 각자의 전문 분야만 도맡아 알뿐 훌륭한 제너럴리스트는 아닌 것이다. 수렵채집인들의 지식과 기술이 훨씬 더 풍부할 뿐이다. 또한 코로나처럼 전 세계를 창궐하는 감염병 대부분은 닭, 돼지 같은 가축을 길들이기 시작한 농업혁명 이후고, 교통의 발달로 더욱 감염병이 빠르게 확산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걱정없이 배따스이 살 수 있는 수렵채집시대는 꽤나 매력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말그대로 수렵채집인이 살았던 사회를 하나의 풍요로운 사회로 바라보는 것 역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다. 그 당시에도 평화로운 부족과 사회가 있었던 반면, 폭력과 미개함이 판치는 사회도 분명 있었다. 또한 이러한 것은 벽화나 유물을 통해 추정할 수 있는데 아직은 근거가 빈약하고 의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증거의 부재가 부재의 증거는 아니다라는 작가의 멋있는 말처럼, 수렵채집 시대를 살아간 사피엔스의 발자취에 대해 질문하고 나름의 추측을 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인류의 역사에서 그들을 빼놓고 이야기하는건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장에선 사피엔스의 이면을 보여준다. 인간은 아프리카, 아시아에서 머무르지 않고 호주에 발을 디뎠고, 북쪽으로는 알래스카를 넘어 북아메리카와 중앙 아메리카, 남아메리카까지 진출했다. 불과 천년에서 이천년 사이에 일어난 유례없는 일이라고 하니 새삼 인류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인류가 가는 곳엔 많은 동물의 멸종이 일어났다. 기후변화라고 치부하기엔 너무나 의심스러운 구석이 많다. 인류가 호주에 발을 디뎠을 땐 대형 호주 동물 24종 가운데 23종이 자취를 감췄다. 이에 반해 19세기까지 사람이 살지 않았던 갈라파고스엔 그곳만의 독특한 생태계가 유지되어오고 있었다. 인간은 늘 다른 종들에게 있어 무섭고 포악했던 것이다. 인류의 도착은 곧 그곳 동물들에겐 재앙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인류의 행태는 수렵채집 시대에서 그친 것이 아니었다. 수렵채집인이 첫 번째 멸종의 물결을 일으키고 이어서 농경인들이 두 번째 멸종을 일으킨 후, 산업시대와 현대인들도 재앙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우리 모두가 생태계의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각색된 그래픽 노블 답게 생태계vs 사피엔스라는 주제로 법정에서는 공방을 벌이고 있다. 사피엔스 종에 대한 유죄판결을 내려달라며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는 변호사의 발언과 이에 대해 판사는 자신 역시 사피엔스임으로 판단을 미래세대에 위임하겠다는 판결로, 만화는 마무리 된다.

 

낯설었던 초반과 다르게 역시 만화는 친숙했고 읽기 편했다. 하루가 채 되지 않아 완독할 수 있었다. 이 시리즈는 총 4권이 출간 예정이라고 한다. 각 권에서 인류의 탄생부터 농업혁명, 인류의 통합과 과학혁명을 다룬다. 올해부터 한 해에 한 권씩 나온다 하니 2023년이 되어야 시리즈가 완결이 되는 셈이다. 유발 하라리씨와 각색가와 그림가 아저씨들이 좀 더 서둘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류에 대한 근원적인 역사를 알고 싶은가?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자. 그 사피엔스를 좀 더 쉽게, 편한 마음으로 가볍게 접하고 싶은 이들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사피엔스:그래픽 히스토리>를 손에 쥐도록 하자.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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