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묘하다.김혜진 작가의 책은 <딸에 대하여> <9번의 일>에 이어 세번째인데, 늘 읽고 나면, 마음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착 가라앉는다.그런데 또 작가의 이름이 보이면 망설임없이 책을 집어들게 된다.벌써 8년도 더 되었는데, 이사와서 처음 아이 반모임 이라는데를 갔을 때, 20x동이죠? 학교 땜에 이사 온 거예요? 라고 묻는 이가 있었다.묘하게 속물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면서 그게 아니라며 곤란해 했는데, 지나고 나니 차라리 그렇다고 대답하는 게 도시 룰에 맞는 태도였겠다 싶다.집에 대한 시선과 허세에 대해, 그리고 허세로만 치부하기에는 일상에 만연한 등급나누기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