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니주의보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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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가제본 제공도서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1. 찌니주의보 이야기


진심을 드러내는 순간 정신병원에 갇혔던 찌니가 있고, 금기의 감정을 직감하고는 불안할 때면 은행나무의 다정한 냄새를 잊지 못해 나뭇조각을 갖고 놀았던 찌니가 있다.


베트남에서 국제결혼으로 수평마을에 와 살게 된 쑤언이 동네가 떠나가라 울려퍼지도록 외쳤을 때,  레즈비언이라는 말에 바람 좋은 날 빨랫줄에 걸린 빨랫감처럼 순식간에 꼬들꼬들 말라 바삭바삭 부서지고 말았다. 


살다보믄 호랭이도 만나고 태풍도 만나는 법이네. 그때마동 집구석에 틀어박혀 있을랑가? 호랭이는 때려잡고 태풍은 피해야제.(105)


닭을 키우는 기희 덕분에 한씨댁은 무례한 질문을 하는 사람이 되었지만 호박전을 건넸다.

 

누구나 각자의 기준으로 살기에 말없이 반찬을 놓고 가더라도 호박전을 건네더라도 남편과 식전 댓바람부터 치고박고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믹스커피를 마시기까지에는 시간이 걸리는 법이다


한때 유행했던 내로남불까지 안 가더라도 우리는 가끔 자기 기준을 세상의 기준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그래서 "왜 하필----"이라는 말을 자기도 모르게 해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실수인 걸 알면 금방 주워담아야 한다. 미안하다고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증오로 번지지 않을 수 있다. 


시간이 걸리는 일을 결국 해내는 사람은 이유를 말할 수 있다. 지 무덤을 지가 판다는디 내 속은 워쨌겄냐며 지금도 속이 쌔롬썌롬하다면서 말을 하는 사람. 넘이 안 간 질로 가본들 고생만 싸게 해야. 살아봉게 넘들 다 가는 질로 조심조심 감시롱 넘들맹키 사는 거이 젤이드라며 밥을 챙기는 절골댁처럼 말이다. 


찌니들은 상 펴놓고 같이 밥먹고 나누는 일상, 놓칠 뻔 했던 이 이상이 귀했다. 


아파트와 달리 벽틈으로 바람이 새들어 바람이 부는 걸 알리는 시골집. 비가 내리면 창문도 비에 젖고 벽도 눅눅해져 비를 맞고 있지 않은데도 빗속에 있는 듯하게 만드는 곳.(171).


수평리 사람들은 이렇게 꽁꽁 싸매고 곁을 내주지 않은 체로 지내지 않고 속을 다 드러내며 찌니 둘과 마을 사람이 되어 있었다.


도무지 고맙단는 말이 나오지 않는 맛의 반찬을 만들어준 윤선생에게도 일은 벌어지고 있었다. 수평마을 사람들은 마을회관을 내주기로 한다.


떄려잡아야 할 호랭이의 일은 잠시 접어두기로 해도 좋을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본문에 나온 말처럼, 그런데 이상도 하지 어쩐지 마음이 놓였다.



2.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 옆사람이 쳐다볼 정도로 웃어버렸다. 지역말을 제대로 구사할 줄 아는 정지아 작가의 글은 어떤 사람에게 고향을 선사하기도 한다. 고향을 떠난지 오랜 사람들에게는 특히 그렇다. 책을 다 읽고나면 불편하지만 괜찮게보이는 복장에 하이힐을 신는 것 말고, 편한 복장으로 고향에 가보고 싶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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