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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종말여행 1~6 박스 세트 - 전6권 (엽서 세트 포함) - 완결
츠쿠미즈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20년 6월
평점 :
여행은 종종 삶에 비유되곤 한다.
그러나 비행기 표를 끊거나 자동차를 운전하는 휴가철 여행과 다르게,
우리의 삶은 타의적으로 시작될 수 밖에 없는 "표류자"의 운명을 타고났다.
그렇게 세계의 멸망으로 인해 시작되어버린 두 소녀의 이야기는,
어떤 여행보다 필연을 담은 사람의 삶을 닮았다.
삶의 끝은 종말이다. 끝에는 끝이 있다는 말처럼
너무나 당연한 명제이지만, 사람들은 종종 그 당연한 필연을 망각하고 살아간다.
마치 자신의 시간이 영원한 것처럼, 식량과 따뜻한 집이 영원할 것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생명이 축복임을 잊고 살아간다.
하지만 두 소녀는
어둠속을 벗어났을때, 작은 별빛에 감탄하고,
길에서 겨우 얻는 딱딱한 전투비상식품에 달가워하고,
석양과 음악, 빗소리에 잠시나마 평온을 느낀다.
무수히 많은 몰가치한 문명에 폐허 속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하루하루 일기를 써내려가며, 오늘하루도 무사함에 감사한다.
모든 사물은 의미를 품고 태어나지 않는다.
사람의 하루도 일생도 누군가 말하기 전엔 해변에 밀려든 포말에 지나지 않는다.
가치 있는 것이란 무엇일까.
소녀종말여행이 그린 거대한 폐허들은 흡사 현재 시대의 마천루들을 닮았다.
무엇을 위해 그토록 쌓아올린 것일까.
작가는 작가의 말에 "살아가기 위해 살아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라고 말한다.
수많은 빌딩들 속에서 잠시나마 내비치는 석양의 따스함.
우리는 멸망할 수 밖에 없는 삶을 안고 태어났지만,
그것은 결코 행복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라 말한다.
무언가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품을 때
삶은 비로소 행복을 지니고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게 찾아온다.
두 소녀가 감자로 만든 식량과 온수목욕에 잠시나마 즐거워하는 여행이
끝나갈 무렵,
나선은 우리를 우리가 이미 알고 있던 곳으로 보내준다.
그들의 여정엔 신의 보살핌도 문명의 기적도 없었지만,
여행을 돌아볼 찰나의 시간만을 선사한다.
돌이켜보면,
두 소녀의 여정은 사람이 죽기전 눈앞으로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
삶의 스냅샷들을 닮았다.
끝으로 다른 곳에서 이 작품이 인용한 헤르만 헤세의 시를 쓰며,
마지막챕터에서 필자가 느낀 달콤씁쓸한 레이션 같은 감정이 깃들길 바란다.
-방랑길에서
슬퍼하지 마라. 곧 밤이 오고,
밤이오면 우리는 창백한 들판 위에
차가운 달이 남몰래 웃는 것을 바라보며
서로의 손을 잡고 쉬게 되겠지-
슬퍼하지 마라. 곧 때가 오고,
때가 오면 쉴테니, 우리의 작은 십자가 두개
환한 길가에 서 있을지니
비가 오고 눈이 오고
바람이 오고 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