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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수수께끼 - 개정판 ㅣ 마빈 해리스 문화인류학 3부작 1
마빈 해리스 지음, 박종렬 옮김 / 한길사 / 2017년 8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보기에 특이한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그 문화 차이가 단순히 우리와 다른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보단 틀린 것이라고 보며 그 문화의 도덕성 여부를 따져보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비도덕적인 행위를 미개한 문화로 간주하고 그들의 삶을 배타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 흔히 문명사회 속에 살며 문화인을 자칭하는 우리가 원시인 문화를 비도덕적이고 미개한 문화로 여기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예컨대 원시 부족 중 ‘콰키우틀족’이라는 부족이 있는데, 이 부족 안에서 추장이 가진 식량이나 귀중품을 전부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줘야 하는 ‘포틀래치’라는 문화가 있다. 우리가 보기에 이해하기 어려운 문화지만 저자 마빈 해리스는 콰키우틀족의 포틀래치가 경제적·생태학적 조건들 때문에 생긴 결과임을 이 책에서 밝히고 있다.
『문화의 수수께끼』는 이와 같이 수수께끼처럼 보이는 문화양식을 인류학적 상상력과 과학적 방법으로 파헤쳐 나가려 시도한다. 그리고 우리의 무지에서 비롯된 추측을 비판함과 동시에 더욱 문명화된 이 사회가 그들보다 더 우월한 문화를 가졌는가에 대한 의문을 품게한다.
책의 중간부터는 ‘평화의 왕자’ 예수에 관한 이야기와 15세기 이후 유럽에서 교회의 권위를 다지기 위해 벌어졌던 마녀사냥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저자는 평화를 상징하는 예수가 처음에는 평화적인 인물이 아니었다는 주장을 펼치며 예수와 관련한 여러 이야기와 함께 복음의 모순성이 있다고 지적한 부분을 근거로 제시한다.
“예수는 우리가 보통 믿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평화적인 인물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가 실제 가르쳤던 것들은 유대인의 전투적 메시아니즘의 전통과 근본적으로 단절되지 않는다.”
-239쪽-
예수와 기독교에 대한 비판은 6장 ‘유령화물’에서 시작한다. 뉴기니 등의 지역엔 서양인들이 가져온 화물이 사실 원주민의 조상들이 내려준 선물이라 여기는 화물숭배의 풍습이 있다. 선교사들은 그 점을 이용하여 화물의 비밀을 알고 싶으면 일하라고 하며 원주민들을 착취하였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에 원주민들은 선교사의 이중성에 분노하고 그들의 말이 거짓이라는 점을 알게 된다.
9장 ‘빗자루와 악마연회’부터 마지막 챕터인 11장 ‘마녀의 복귀’에는 중세 유럽에서 유행한 마녀사냥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7장부터 11장까지의 챕터는 쭉 연결된다. 예수와 기독교에 관한 이야기가 마녀사냥까지 쭉 이어지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는 사람들이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마녀가 있다고 믿었던 이유는 무엇이며 16세기와 17세기 마녀사냥이 널리 일반화된 까닭을 밝히고자 했다.
“마녀광의 실제적인 의미는 마녀광란을 통해 중세 후기 사회의 위기에 대한 책임을 교회와 국가에서 인간의 형태를 취한 가상의 괴물에게 전가시켰다는 데 있다. 이 괴물의 환상적인 행위 때문에 고통받고 소외되고 영세화된 대중은 부패한 성직자들이나 탐욕스러운 귀족들을 저주하는 대신에 미쳐 날뛰는 악마들을 저주하게 되었다.”
-308쪽-
마녀사냥 과정을 살펴보면, 이는 17세기부터 20세기까지 제국주의 시대 유럽 각지의 여러 독재자가 사용한 방식과 상당히 비슷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도층의 잘못이나 부패로부터 파생된 내부의 문제를 덮기 위해 국가를 하나로 단결시킬 만한 외부 요인을 만드는 방식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시선이 외부로 향하게 되어 내부 문제는 잊혀진다. 지난 서포터즈 활동 때 읽은 <자본주의의 문화적 모순>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미국의 사회학자인 저자 다니엘 벨은 “외부의 위협을 분명하게 규정할 수 있는 곳에서 그러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사회를 동원하는 작업은 그 나라를 통일시킨다.”라고 하였다.
이 책에서 저자는 지금까지 우리의 무지에 의해 자행되어 온 다른 문화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을 비판한다. 저자는 우리가 다른 문화에 왜곡된 시선을 가지게 된 원인으로 그 문화가 왜 그런지에 대해서 알려고 하지 않고, 오직 “신밖에 모른다”라며 둘러댔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현대는 이전과 다르게 과학 문명이 발달하고 배움의 기회도 늘어나면서 새롭게 얻는 것이 많아졌다. 우리는 과학적인 객관성과 올바른 인식의 형성으로 미래에 더 나은 삶이 기다리고 있다고 예상한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무지, 공포, 갈등이라는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화의 수수께끼>는 이러한 문제를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