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기억 - 철학자 김진영의 아포리즘
김진영 지음 / 한길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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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기억>은 제목 그대로 저자 김진영이 사랑했던 기억을 아포리즘의 형식으로 남겼던 글들이 담긴 책이다. 떠나간 아우와 독일 유학 중 만난 C 그리고 일상에서 사랑하며 느꼈던 감정들을 다양하게 표현하였다. 어떤 글은 열 글자 남짓으로만 구성되어 단 몇 초 안에 김진영이 사랑했던 감정을 피부에 와 닿게 한다. 그 표현들이 밝아 보일지라도 나는 반대로 어둡게 보였다. 글을 읽으며 김진영이라는 사람을 '사랑을 기억하는 쓸쓸한 사람'이라는 존재로 인식했기 때문인듯하다. 또 어떤 글은 두 페이지 이상을 차지하여 김진영의 마음을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구성이 좋았다. 열 글자 남짓의 짧은 글로만 책이 구성되었다면, 단조롭다고 느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책의 마지막엔 2018년 세상을 떠난 김진영의 아내 김주영이 남편을 기억하며 쓴 글이 적혀있다. 김진영이 추석에 마당의 붉은 대추를 볼 때마다 그 대추를 따던 동생을 떠올린 것 처럼, 김진영의 아내 역시 김진영이 쓰던 방과 책장을 보고 김진영의 모습을 떠올린다. 김진영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느꼈다고 했을 때의 감정을 그의 아내 김주영도 공감한 것이다. 그렇게 출간된 책이 바로 <사랑의 기억>이다.

철학자 김진영의 사랑에 대한 짧지만 강한 임팩트를 가진 아포리즘을 느끼고 싶다면,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낼 수밖에 없는 슬픔을 세련되게 승화하여 표현한 글을 읽고 싶다면 김진영의 <사랑의 기억>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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