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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것들의 비밀 - 반짝하고 사라질 것인가 그들처럼 롱런할 것인가
이랑주 지음 / 샘터사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전통시장에서 삶의 지혜를 배우다”
이랑주 『살아남은 것들의 비밀』 (샘터)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중, 전통시장에서의 추억을 가진 이가 몇이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기에 앞서 현재 우리나라에 사람들에게 특별한 기억을 남겨줄 만한 전통시장이 몇이나 있을까. 전통시장이라고 하면 단순히 시장으로써의 기능만을 하는 곳이 아닌, 우리의 전통을 보고 체험하고, 상인들의 정성이 담긴 상품을 구매 할 수 있는 곳으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일반 시장이나 마트에서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체험을 하게 해주는 곳이 전통시장이라면, 어째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전통시장보다 대형마트를 찾아가는 것이며, 대형마트를 규제해야만 침체되어있는 전통시장이 활성화 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단순히 불편하고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만으로 전통시장을 외면하고 대형마트를 찾아가는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다.
스스로를 ‘상품가치연출 전문가’라고 소개하는 『살아남은 것들의 비밀』의 저자 이랑주는 전국의 전통시장과 지하상가, 노점상을 누비며 수많은 상인들을 만나고 컨설팅 해온 전문가이다. ‘미다스의 손’, ‘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며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던 저자는 돌연 운영해 오던 회사의 문을 닫고 세계 일주를 떠난다. 그렇게 1년간 40여 개국 150여 개의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점포를 둘러본 값진 경험의 결과물로 책을 펴냈다. 전통시장의 위기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세계적인 추세이다. 하지만 저자가 세계 일주를 통해 경험한 결과, 갈수록 침체되고 있는 한국의 전통시장과는 달리, 수백 년의 세월을 이겨낸 세계의 전통시장들이 지금까지도 꾸준히 고객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이유가 있었다. 저자는 책에서 세계일주의 결과로 알아낸 ‘살아남은 것들의 비밀’을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풀어내며, 우리나라 전통시장에는 어떻게 적용하면 좋을지에 대한 아이디어도 함께 제안한다.
“모든 식재료를 1유로에 파는 ‘한입 음식’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관광객들은 다양한 스페인 음식을 맛보고 싶어 한다. (중략) 그러한 소비자의 심리를 정확하게 파악해, 연어를 파는 매장은 올리브를 연어로 감싸고 이쑤시개를 꽂아 한입에 쏙 들어가도록 만들어 한 개씩 팔고 있었다.”(p.52) 스페인 마드리드 산 미구엘 시장에서의 경험을 통해 저자는 부산 야시장에서의 한입 음식을 제안한다. 시장을 방문해서 이것저것 먹고 싶은 것은 눈에 많이 띄지만 한 번에 파는 엄청난 양에 살 엄두도 내지 못하고 군침만 흘려본 경험이 있다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우리나라 시장도 단순히 1차 상품만을 판매하는 공간에서 벗어나야 한다. 시장에서 구입한 간이 식품들을 먹을 수 있는 공간 마련과 젊은 고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메뉴 개발이 시급하다.”(p.85) 불가리아 소피아 중앙시장 경험을 통한 저자의 제안 또한 먹을 장소가 마땅치 않아 음식을 먹으면서 동시에 비좁은 공간을 돌아다니는 불편을 겪어본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만한 것이다.
가까운 전통시장을 가보아도, 사람들이 인터넷에 올린 전통시장 방문 후기를 보아도, 두드러지게 개성을 보이는 전통시장은 없어 보인다. 대부분이 비슷하고 흔한 옛 재래시장의 모습이다. 하지만 저자가 본 세계의 전통시장은 어느 것 하나 똑같은 곳이 없었다. 심지어 같은 시장 안에서 동일한 상품을 파는 상점들조차도 각자만의 개성을 살려 상품을 진열하고 자신들의 상품을 더 돋보이도록 노력하고 있었다. 각 시장의 상인들은 자신들만의 장사철학과 자부심을 가지며 일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 역시 정부의 지원과 함께 전통시장 상인들의 스스로 변화하기 위한 노력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단순히 노후화된 시장을 개선하고 쾌적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 ‘전통’시장이라는 본연의 모습을 찾아 일반 마트와는 차별화 된 모습으로 변모할 수 있도록 말이다.
“전통시장은 편리해서 가는 곳이 아니라, 또 다른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가는 곳이다. 편리함만을 좇는다면 마트에 가면 되지, 굳이 전통시장까지 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p.278) 도심에서 떨어진 한 프리미엄 아울렛의 주말 방문자 수가 4만 명이라고 한다. 자가용을 가져가지 않고는 가기 힘든 이곳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이유는 도심의 백화점이나 마트에서는 볼 수 없는 볼거리와 혜택이 가득해서이기 때문일 것이다. 전통시장도 마찬가지이다. 저자의 말대로 다른 곳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문화 체험을 제공하는 전통시장이라면 도심에서 아무리 멀리 떨어져있어도 방문자 수 4만 명을 넘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살아남은 것들의 비밀』에는 1년 동안 세계 일주를 하며 보고 배운 것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저자의 진정한 마음이 담겨있다. 그런데 저자가 그 과정을 통해 배운 것은 시장 경영의 노하우만은 아닌 듯하다. 이 책은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 상점을 경영하는 이들을 위한 경제‧경영서로만 볼 수도 있지만 저자가 세계를 돌며 경험하고 느낀 이야기들은 큰 변화 없이 무미건조하게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도 느끼게 하는 바가 있다. 저자가 말하는 ‘살아남은 것’이란 비단 전통시장에만 해당되지는 않는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변화를 게을리 하지 않는 세계의 시장들을 보면서 저자는 “인생은 속도보다 각도다”라며 남들이 생각지 못한 나만의 각도를 찾아 나의 가치를 올리라고 말한다.
타코야키는 한입에 쏙 들어가는 크기여야 한다는 편견을 버리고 폭탄 타코야키를 만들어 유명해진 일본 유후인의 타코야키 이야기는 우리가 일반적이고 진부한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함을 말해주고 있다. 영국의 시장에서 물건뿐만이 아닌 신뢰를 함께 파는 상인들을 통해 타인을 진심으로 대하는 법, 폴란드의 시장에서 신구의 자연스러운 조화를 통해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는 사람들을 보며 우리 또한 전통을 잊지 말아야 함을, 소비자의 심리를 파악하는 상인들을 통해 타인을 배려하는 법, 상인들의 개성 넘치는 다양한 상품 진열법을 통해 열린 사고를 배움으로써 우리의 삶은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시장이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 아닌 다양한 사람들이 교류하는 만남의 장으로써 사회의 기능을 하고 삶의 지혜 또한 배울 수 있는 곳임을 안다면, 전통시장의 진정한 모습을 찾는 일이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