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뷰] 시체의 거리

시체의 거리
오타 요코 지음, 정향재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24년 2월

뭐든지 무의미한 것으로 이어졌다. 무의미의 공허함은 불안으로 가득해지고, 불안에서 벗어나지 못해 무기력이 찾아왔다. ‘해봤자 보답받는 것은 없어’라고 무의식에서 인식했다. 다행히 위험하다고 감지한 나는 심리상담을 받아 급한 불을 껐다. 그러나 다시 찾아오는 무의미는 언어의 미성숙에서 찾아왔다. 언어의 미성숙은 감정의 혼돈으로 이어져 무의식에서 무의미로, 무의미는 무기력으로 나의 감정 호소를 막았다. 그렇게 흐릿한 감정 덩어리로 뭉쳐 불안의 덩어리로 변질되었다. 언어의 미성숙에서 찾아온 감정의 혼돈을 극복하는 방법은 수많은 소설을 읽고 나의 감정을 해소하는 것이다. 현재 나는 무의식적으로 절망스러운 감정을 풀기 위해, 더 큰 절망의 소설을 골랐다. 그 책이 ‘시체의 거리’이다.

‘오타 요코’의 ‘시체의 거리’는 ‘하라 다미키’의 ‘여름 꽃’과 동격으로 인정받는 원폭 소설이다. 본래 그녀는 전쟁을 옹호하는 소설로 데뷔했지만, 히로시마 원자폭탄 피폭을 당한 후 전쟁에 대한 비판을 담은 기록 소설 ‘시체의 거리’를 집필했다.

‘시체의 거리’는 히로시마 원자폭탄 피폭당한 당사자의 삶을 자세히 묘사한다. 본래 히로시마가 고향이었던 작가는 히로시마가 피폭당하기 전 어떤 곳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피폭 당시나 이후 피난하며 만나는 사람들의 사연을 생생하게 남겼다.

그리고 신문 기록을 그대로 가져와서 현실감을 더했다. 원자폭탄을 과학으로 자세히 풀어주는 기사가 당시 사람들에게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번지는 불길, 아픔을 호소하다 죽은 젊은 사람들, 방치되거나 쌓여 가는 시체, 그 와중에 패전국이 된 국가 등. 수많은 절망과 상실, 죽음에 마주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기사가 무기력감만을 더했다.

당시 일본의 상황을 몰라도, 지역이나 특정 인물에 대한 주석이나 기사, 지도, 사진 등이 구체적으로 담아져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읽기 쉽다고 감정적으로 쉬운 것은 아니었다. 소설 첫 시작부터 원자폭탄을 가져온 비행기 이름을 말하며 노는 아이들, 분명 인성이 좋지 못한 양아치 남자이지만 원폭으로 죽어가는 모습에 안타까움 마음을 가지고, 원폭에 곧 죽을 부부의 냉소적인 모습, 잠깐 대화한 젊은 청소년이나 아이의 죽음 등. 이 책은 상실과 절망이 뒤섞인 죽음에 마주하는 슬픔을 아름답게 호소할 뿐이다. 그 호소에 나의 슬픈 절망이나 상실은 상대적으로 작아진다.

‘시체의 거리’에서 보이는 죽음이 현재 결코 멀다고 할 수 없다. 전 세계를 삼켰던 코로나19, 전쟁 중인 국가들, 아직도 명백히 휴전 중인 대한민국 등. 무엇보다 일본의 원자폭탄 트라우마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2세를 거처 히로시마 원폭 피해를 이어받은 사람들, 놀란 감독이 다룬 원자폭탄을 만드는 ‘오펜하이머’의 전기 영화를 불쾌하게 여기는 일본인들, 그리고 여전히 버섯 모양으로 폭발하는 표현은 일본 미디어 매체에서 항상 볼 수 있다. 일본은 그 트라우마가 무의식적으로 남아 전 세계에 전파된다. 이제 숨기고 싶어도 숨기지 못하는 트라우마가 되어간다.

[마이리뷰] 검은 태양

검은 태양 - 우울증과 멜랑콜리 ㅣ 동문선 문예신서 250
줄리아 크리스테바 지음, 김인환 옮김 / 동문선 / 2004년 1월

나의 스승 치치가 없는 삶에서 혼자서 할 수 없는 가득했다.
그 절망과 무기력이 나의 모든 것을 감싸고, 몸과 마음은 나의 심연을 압축하며 괴롭혔다.
매년 이 시기에 찾아오는 심연의 혼돈이지만, 이번에는 태양처럼 강렬하게 비췄다.
그 태양은 결코 피할 수 없는 검고 깊은 것, 즉 ‘검은 태양’이었다.
그 존재를 알게 된 이상, 나는 살기 위해 책 ‘검은 태양’을 읽기 시작했다.

‘줄리아 크리스테바(Julia Kristeva)’는 파리 제7대학 교수이며 정신분석 전문가이자 페미니즘뿐만 아니라 언어학, 기호학, 인류학, 사회학, 철학 등 광범위하게 활동하는 학자이다.
저자의 책 ‘검은 태양 -우울증과 멜랑콜리-’는 대부분 예술의 중심에 ‘멜랑콜리적 우울증’이 자리를 잡고, 그 이유를 정신분석과 다양한 철학으로 논리를 전개한다.

검은 태양은 어디서 올까.
사람은 의미를 말하는 존재이며, 그 의미를 상실하는 순간 마음의 공허한 무(無)가 드러난다.
즉 상처받은 마음에서 찾아온다.
그 마음의 상실과 부제를 새로운 것으로 대체하려고 상상력을 발휘한다.
그때의 상상력은 자신과 자기 생각 안에서만 통합하기 때문에, 그 모습이 통합적이지 않으면서도, 이탈된 통합으로 보인다.
즉 자신을 자신 안에 가둬서, 자신과 세상의 통합을 막는다.
그래서 세상과 소통 할 수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자신과 세상을 서로 통합하며 살아가는 인간이 얼마나 있을까.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런 마음의 공허함, 멜랑콜리를 질병이 아니라 인간 본질의 근원이라 보았다.
즉 누구나 그 우울증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억압하며 숨기고 살아간다.

우울증의 공허함은 상처받은 기억이나 무의식으로 대체되어 고통속의 환원을 만들게 된다.
그 고통으로 자기 신체가 자기 것이 아님을 느끼고, 고통을 너무 억압하여 모든 감정이 차단되는 등. 다양한 증세가 나타난다.
정신분석에서는 약과 상담으로 그 증세를 치료하지만, 그 치료 이후의 삶이 중요하다.
우울증의 무를 무언가에 의지하여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의미를 만들고 파괴하는 다시 만드는 환원의 힘이 필요하다.
바로 아름다움의 창조이다.

이후 저자는 멜랑콜리적 우울증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 홀바인, 네르발, 도스토옙스키, 뒤라스를 정신분석을 중심으로 해석한다.
홀바인은 아름다움에 다가가 기독교의 진실, 부활 없는 그리스도의 죽은 시체를 경험하고 그렸다.
그 경험으로 더 이상의 희망을 찾지 못해 방탕한 삶을 살아간다.
네르발은 이 책의 제목 ‘검은 태양’의 모태이며, 문학을 통해 무신론자이지만 너무나 깊은 심연으로 들어가 괴로워 신의 시체라도 찾아갔다.
그러나 네르발은 그 누구도 위로 할 수 없는 소외된 자신의 세계에서 자살을 선택했다.
도스토옙스키는 그 전 둘과 달리 고뇌하며 우울함의 죄를 신적 차원의 용서로 다가가 회개하는 아름다움에 도달했다.
뒤라스는 반대로 우울증 자체의 고통을 그대로 투박하게 표현하며, 자신을 그대로 진실하게 비춰 아름답게 승화했다.
이처럼 아름다움은 우울의 구원이지 않을까.

​‘검은 태양’은 ‘멜랑콜리적 우울증’으로 사람의 심연을 깊이 분석한 좋은 정신분석 예술문학 평론집이다.
하지만 정신분석의 기초가 되어있지 않다면 읽기 힘든 책이다.
프로이트 정신분석의 구조와 크리스테바의 언어학과 기호학의 분석까지 더해지니 복잡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에게 충분히 공감과 위로를 받을 수 있고, 필자 또한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심연을 탐색할 수 있었다.

​아직 나는 검은 태양 안에 살아간다.
그동안 타인에게 의지하며 살아온 나의 수동적인 모습, 그 의지한 타인의 상실이 슬픔과 절망의 죄의식이라는 검은 태양이 찾아왔다.
그 죄는 오직 나만이 용서할 수 있고, 그 누구도 용서할 수 없다.
물론 그딴 죄의식 따위 버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나는 그 죄를 용서로 다독이면서 현재 새로운 세상을 체험한다.
죄를 아름답게 승화할 수 있는 축복의 활동.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운동을 하며 자기 몸과 마음을 창조하는 삶.
검은 태양이 점점 아름답게 보인다.

[100자평] 평범한 일상 속의 특별한 아이콘 일일일

평범한 일상 속의 특별한 아이콘 일일일 - 존재의 특별함을 일깨워주는 김길웅 산문과 17인의 일러스트
김길웅 지음 / 정은출판 / 2021년 3월

그림도 좋고 내용도 좋아요>.<~!

[100자평] 2021 신춘문예 당선 동화동시집

2021 신춘문예 당선 동화동시집
김응현 외 지음, 진윤호 그림 / 정은출판 / 2021년 2월

신춘문예 당선작들이라 글도 좋고 내용도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