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일기 세미콜론 코믹스
아즈마 히데오 지음, 오주원 옮김 / 세미콜론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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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츠카 오사무 문화상이란 어떤 의미인지 몰라도, 아톰을 그린 일본 만화계의 최고봉으로 불리우는 찐빵모자 아저씨의 이름을 내 건 상이라면 별 의미 없는 상은 아닐 것이다. 그런 상을 받은 만화가가 실종, 그것도 스스로, 된 만화라니 이것 참 만화적이기도 하여 재밌고 가볍게 즐길 만화......라고 생각했지만 실은 그렇지 못했다. 마흔을 넘긴 아저씨가 읽기에는 단순한 재미를 넘어서는, 공감과 슬픔이 진하게 녹아 있었다. 아즈마 히데오라가 그린 만화를 본적이 없다(고 기억 된다). 스포츠만화 + 요리 + 기껏해야 시마 정도 였으니 그리고 일본사람 이름을 외우기는 어려우니 기억이 전혀 없다. 그러나 화풍(? 만화에도 이런 말을 쓰나?)은 익숙한 바 그림은 매우 정겹고 깔끔하며 편안했다.

 

그림의 편안함과 달리 내용은 심각하다. 만화가로 성공을 하며 점점 많은 일감을 받게 된다. 어느날 일의 무게에 이기지 못한다. 우울증도 온다. 알콜에 대한 의존도 심하다. 그리고 스스로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해 죽을 생각도 한다. 차마 죽지는 못한다. 그리고 실종 된다. 실은 실종이 아니라 도피였다. 그가 추구 해 왔던 가치(의 무게)에서 벗어나려는 어쩌면 자신을 찾으려는 노력일 수도 있었다. 아무튼 그는 꽤 오랜 시간동안 그렇게 실종 되어 산다. 노숙자의 물건을 훔치기도, 쓰레기통을 뒤지기도, 줍거나 만들거나 하여 그는 겨울을 나며 봄을 지나며 그렇게 실종의 삶 - 여전히 기존으로 돌아 오지 않으려는 노력 - 을 살아간다. 그러다가 스스로가 아닌, 경찰에 발각! 되어 다시 삶으로 돌아 온다.

 

만화가는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었을까?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 이 만화는 어떤 내용인가?

 

첫번째 노숙 이야기를 보며 섬찟한 느낌을 받은 것은 내가 바라는(?) 삶의 한 유형을 이야기 하기 때문이었다. 아니 우리들 모두가 마음속으로 그리는 삶의 새로운 형태를 만화가가 좀 쎄게! 그렸을 뿐이다. 실종과 노숙의 삶이지만 히데오는 굶지도 않았고 아프지 않았고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하나 달라진 것이 있다면 "질"이 나빠진 삶이라는 것이다. 스스로 노동하지 않아도 삶은 이어진다. 그렇다면 우리가 노동하는 것은 삶을 이어가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는 것. 결국 노동은 생존과 연결 지을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러니 일하는 것이 먹고 살기 위함, 또는 먹고 살기 위해 반드시 일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도 어쩌면 괜찮을 것이라는 기대를 만화가는 몸소 자신의 행동으로 보여 준 것이다. 그래서 책의 첫번째 부분은 아주 감동적이다.

 

노동의 가치는 두번째, 배관공 일을 하는 히데오의 생활에서 나온다. 노동은 사회성을 만들어 주었고 - 그는 새로운 동료들을 끊임 없이 만나고 배반 당하고 도움 받고 지낸다. 노동은 자신에게 좀 더 나은 먹을거리와 잘 곳과 입을 것을 만들어 주었다. 노동은 돈으로 바꾸어져 새로운 가치를 주고자 했으나 실제 그에게 그 돈이 중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돈 보다는 기술을 배우고 땀을 흘리는 것이 더욱 중요해 보였다. 그는 아침부터 일을 했으며 몸을 썼고 열심했다. 그러니 저녁에는 모든 에너지는 소비되고 숙면 한다. 그리고 또 아침에는 노동한다. 단순하지만 그것이 노동이다. 하지만 그는 튼튼해지고 건강한 모습으로 지낼 수 있었다. 노동이 주는 가치가 돈이었다면 적은 가치로 평가되었기에 절망 했을테지만 노동을 주체적으로 받아들이면 노동 그 자체의 가치를 느낄 수 있다.

 

왜 마지막은 알콜중독 입원 이야기 였을까? 나는 그것은 의존에 대한 내용으로 해석했다. 술에 의존하는 알콜중독은 정신도 몸도 해친다. 그런데 알콜 뿐만이 아니라 캐릭터 중에는 사람이나 타인의 관심에 의존하는, 또는 신에 대해 의존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역시 자신을 찾지 못한다. 온전한 자신에 대한 성찰은 불가하다. 늘 남에게 의존하고 무언가에 기대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의존은 빠져 나오기가 힘들다.

 

나는 만화가가 내 해석과 생각에 공감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읽으며 내내 느낀 것들은 결코 만화 한컷 한컷이 그냥 재미로 실종된 사람의 에피소드들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솔직히 나는 언젠가 몸의 노동을 해야 한다는 믿음을 지니고 있고 지금 하고 있는 내 노동은 생존을 위해서는 아니라고 다독거리고 있다. 그러면서도 나 스스로는 늘 회사에 돈에 사람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진정 내 스스로의 자존감과 주체를 살리기 위해서는 이러한 것들이 내 주변에서 머물러 있어야지 내게 딱 달라붙어 있다면, 때로는 내와 합일이 되어 있다면 그것은 나를 잃어 버리는 것이다. 그러기에 돈도 명예도 지위도 회사도 궁극으로 나를 구원할 수 없음을, 어쩌면 아즈마 히데오는 몸소 이렇게 강렬하게 실천해 낸 것이 아닐까? 감히 나는 그리 생각 해 본다.

 

마흔이 넘었다면, 그래서 삶이 도대체 무언지 좀 궁금하다면, 또는 내 일이 왜 이리 나를 누르는가를 느꼈다면 하여... 정말 도망치고 싶다면 감히 스스로 실종을 감행 하지 말고 먼저 만화를 볼 것을 추천한다. 적어도 대리만족은 충분히 느낄 것이니까.

다시, 시간을 내어 한컷씩 볼 생각이다.

고마워, 아즈마 히데오!!

http://blog.naver.com/seonko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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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과 부동산, 파티는 끝났다 - 유동성과 환율로 분석하고 전망한
송기균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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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t는 늘 있지만 해석은 전문가가 필요한 것이다. 믿고 안믿고는 자유다. 좋은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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