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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직업 - 독자, 저자, 그리고 편집자의 삶 마음산책 직업 시리즈
이은혜 지음 / 마음산책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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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는 별책부록'이라는 드라마가 기억에 남는다. 세상에 그런 출판사가 어디 있겠냐만은,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한 권의 책을 출판하는 모습을 화면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책도 편집자의 책과 일에 대한 이야기여서 궁금했다.
편집자가 책을 낸다는 것은 어색하게 들리기도 하고 당연하게 들리기도 한다. 편집자는 책이 제작되기까지의 기획과 총괄을 맡은 연출자 같은 느낌인데 직접 배우가 되어 액션을 한다니 어색하지만, 한편으로 누구보다 글을 많이 접하고 업계의 중심에 있는 직업이기에 책을 낸다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실제로 책에는 편집자의 일을 하다 전업 작가가 된 동료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색안경일까? 이 글은 편집자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글로 느껴진다. 나는 저자의 생각과 이야기가 듣고 싶은데 자꾸만 다른 사람, 편집하는 책의 줄거리 얘기를 한다. 출판업계의 상황과 생각들을 솔직하게 말하지만 솔직함은 잠깐이고 다른 사람의 말은 길게 늘어놓는다.

비밀은 글을 쓰게 한다. 그러므로 진짜 비밀은 없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비밀과 달리 글로 쓰인 비밀은 울음과 비탄을 마침내 정돈해서 담아내는 까닭에 희망을 향해 달린다. p.68

아쉬웠다. 책을 사랑하고 일과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은 고스란히 느껴지지만 내가 듣고 싶었던 이야기, 본인의 일과 관련한 내밀한 이야기가 좀 더 담겨있길 바랐다. 당신의 메일로 투고되는 이름 모를 작가의 수많은 이야기들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소중하다. 저자의 생각에는 몰랐던 점, 공감되었던 점이 많아 포스트잇이 화려하게 붙여졌다. 특히 '뭉툭한 색연필로 쓴 보도자료'의 고백을 읽고 씁쓸함 비슷한 것이 느껴지면서도 편집자를 향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다음에 이은혜 '작가'의 책이 나온다면 읽고 싶다. 그분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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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게 뭐라고
장강명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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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쓰여진 책.
논픽션보다 세 배 쓰기 쉬운 소설보다, 세배 쓰기 쉬운 에세이에 독자는 돈을 지불하고 시간을 쏟아 읽습니다.
논픽션의 어려움을 강조한다해서 다른 글을 깎아내려선 안되지요.
작가님이 글과 책과 독자를 존중하는 사람인지 의심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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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도는 땅
김숨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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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사람을 설득하는 힘이 있어 계몽의 수단이 되기도 하며, 위로가 되기도 했다. 오늘날 책을 읽는 사람이 더 이상 많지가 않다고 한다. 책을 읽는 사람이 적은데 책에 무슨 힘이 있을까?
사실 책을 읽는 사람이 많았던 시대는 없었다. 오래된 과거에는 글이 없었고, 좀 덜 오래된 과거에는 글을 아는 자가 적었다. 글을 아는 자가 넘쳐나는 이 시대에는 책을 읽고자 하는 자가 적으니, 통계적으로는 인구 대비 책 읽는 사람의 비율이 얼추 비슷하게 가고있지 않나 싶다.
책을 읽는 사람은 적지만 그 소수의 사람이 책의 힘을 누리며 살아간다.
김숨 작가의 떠도는 땅은 많은 힘을 지닌 책이다. 우리가 마땅히 기억해야 할 것을 짚어준다. 이 책은 일제 시대 러시아에 살던 우리 동포들의 강제 이주 역사를 기록한 장편 소설이다. 평범한 사람이 한국사를 공부하면 단 한줄로 끝났을 역사적 사건. 작가는 과거의 시간을 오늘날 하나의 세계로 재창조하여 생생하게 복원한다.

내 새끼들, 먹을 복이 있어서 평생 배불리 먹고 살아라.... p.9
"엄마, 우린 들개가 되는 건가요?" p.9

소설은 시작과 함께 읽는 이의 가슴을 쿵! 하고 때린다. 처음부터 끝까지 덤덤하게, 그러나 사정없이 아픈 역사를 들춘다.
열차 안에 사람들이 갇혀있다. 어둠과 악취 속에 그들은 열차가 어디로 향하는지 알지 못한다. 음성만이 또렷이 들리는 공간에서 그들의 수난을 마주하게 된다.

"엄마, 나도 인간이에요?" p.222

문학은 독자를 단숨에 몰입시켜 타인의 삶을 경험하게하는, 신비한 물약 같은 힘이 있다. 이 힘은 성별을 넘고 지역을 넘고 시대를 넘어 내게 온다. 오늘도 나는 그 책의 힘을 누리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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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파랑 - 2019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천선란 지음 / 허블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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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p
"그렇다면 인간은 함께 있지만 모두가 같은 시간을 사는건 아니네요."
"같은 시대를 살고 있을 뿐 모두가 섞일 수 없는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네요. 맞나요?"
보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감기 탓인지 목이 잠겨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콜리가 나긋한 목소리로 물었다.
"당신의 시간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나요?"

삶이 고단해 독서마저 고단하기 싫어 재미있는 책을 읽고 싶었다. 시선을 훑는대로 읽히고 페이지가 잘 넘어가는 책.
책 세 권을 선정했고, 첫번째 책이다.

한장 한장을 아껴봤다.
누구나 이렇게 아껴보게 되는 책이 있기마련이지만, 실로 오랫만이다.
술술 넘어가는 책을 원했는데 그런 책을 만나자 아껴보게 된다.
읽을수록 소설의 인물들에 대한 애정이 깃든다. 물론 그 인물에는 로봇 콜리도 포함되며, 경주마 투데이도 포함된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이 소설에 나왔던가?
작가는 염두해두지 않았을지 몰라도 내겐 각 인물들을 엮고 이야기가 전개되는 핵심이 사랑이라고 생각되었다.
책을 덮을 때 가슴의 따뜻함이 코 끝까지 올라와 찡해지며 눈을 잠깐 감았다 떠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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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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