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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시대의 사람들 ㅣ 한길그레이트북스 161
한나 아렌트 지음, 홍원표 옮김 / 한길사 / 2019년 5월
평점 :

읽기 전부터 왠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쉽지 않은 책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나는 나름 고등 교육을 받은 사람이기에 용기를 내어 책 장을 열어 보았지만, 역시나...
그럼에도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완수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책 장을 한 장씩 넘겨보았다. 그러자 들어오는 단어, 문구들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다. 파편적인 이해이기에 저자의 완벽한 의도를 그대로 흡수하지는 못 했기에 분명 오류 또는 허점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나의 생각을, 이 글을 통해 전해보려고 한다.
책 『어두운 시대의 사람들』은 각 장이 한 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들은 한나 아렌트가 직접 관계를 맺은 사람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어두운 시대에 빛을 밝히려고 했던 인물들(홍원표, 본 책, pp. 17)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두운 시대란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본 책에 따르면, 어두운 시대는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는 은유라고 할 수 있다. 어두운 시대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 역사 속에서 무수히 존재했으며 정치체제의 유형에 관계없이 어느 곳에서나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위와 같음). 특히 『어두운 시대의 사람들』에서는 유럽 국가들 사이 존재했던 어두운 시대를 다루고 있다(위와 같음).
책 『어두운 시대의 사람들』의 첫 장을 장식하는 인물은 레싱이다. 레싱은 독일의 극작가이자 비평가, 독일 고전 희극의 창시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본 책은 그녀가 레싱상을 수상하며 진행한 강연 원문을 담고 있다. 그 글에서 그녀는 레싱이 언급한 인간성에 대한 숙고를 언급하였다. 나는 레싱에 대한 그녀의 숙고를 바탕으로, 내가 레싱의 사유를 통해 느낀 부분들을 부족하게나마 다뤄보려고 한다.
먼저 레싱의 인간성에는 객관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할지라도 주관성과 결을 같이하고 있다는 말은 아니라는 점에서 모순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녀는 이 부분에서 레싱이 하나의 고정된 절대값을 상정하고자 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한다. 진리라 여겨지는 모든 기준은 대화 및 논쟁을 통해 늘 변화할 수 있으며, 레싱은 그 과정에 참여하고 그 과정을 즐기는 과정을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는 그의 역작인 『현자 나탄』을 통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데, 그는 이 희곡을 통해 기독교, 유대교 , 이슬람교의 종교적 분리와 갈등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며, 종교 사이의 화해가 가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개인적으로 『현자 나탄』이라는 희곡을 읽어본 적이 없지만, 본 희곡의 테제에 너무나도 공감하며 평소 가지고 있었던 개인적인 종교적 태도와 무척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더불어 종교의 궁극적인 이상향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본다면, 누구나 한 번쯤 던져볼 수 있는 질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두 번째로 동정심이라는 감정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 동정심을 인간이 가진 가장 오만한 감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터라, 그가 동정심을 인간의 본성이라고 여겼다는 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동정심은 다른 인간의 고통을 바라보는 것에 대한 본능적인 혐오감으로부터 발현되며, 가장 훌륭한 인격자를 동정심이 강한 사람으로 설정했다는 부분에서 그동안 내가 동정심을 느낄 때마다 가졌던 자기혐오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기질에 대한 무의미한 성찰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인간으로서, 인간이 인간을 가엾게 여긴다는 점에서 동정심은 매우 오만하고 잔인한 감정이라고 여긴 것이었는데, 사실 인간이라면 지당히 다른 인간의 고통을 응시하는 것을 안타까워 하고 힘들어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고대에서 동정심은 공포심과 같은 선상에서 인간을 수동적으로 행동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부정적으로 평가했다는 점에서, 나는 어쩌면 고대의 관점에서 동정심을 이해한 것일 수도 있다 생각해보았다.
위에 소개된 레싱 이외에도 책 『어두운 시대의 사람들』은 총 15장, 총 15명의 인물들에 대한 고찰을 다루고 있다. 따라서 책의 크기도 무척 크고 그 두께도 상당한 편이다. 따라서 철학적 사유에 대해 관심이 많고 흥미가 있는 분들에게는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책일 수 있는 한편, 관련 분야에 대한 큰 관심이 없는 분들에게는 오르기 힘든 바위 산같은 느낌이 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철학 자체에 대한 이해가 깊지는 않지만, 큰 거부감은 느끼지 않는 편이라 책을 읽으며 나름의 생각을 정리해보고, 받아 들일 수 있는 부분들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단지 취향의 차이에 기반한 것이기에 혹 너무 이해가 안 된다고 자기 자신을 탓하는 과오는 범하지 않길 깊이 바라는 바이다. 오랜 기간을 두고 읽고 또 읽어가며, 곱씹을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자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본 책을 추천해보자면, 이 책이 언급하는 어두운 시대라는 단어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와 연결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대를 바라보는 나름의 통찰을 얻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말하고 싶다. 더불어 한나 아렌트가 스스로 굳이 유대인이라는 사실을 언급하며, 유대인 역사의 인식 과정에 얽힌 태도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과거 우리나라의 민주화 운동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역사 및 현 사회가 떠오르며, 본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개념을 실질적으로 적용해보며 사회에 대한 이해를 넓혀볼 수 있다는 점에서, 추천해봄직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