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쪼개서 틈틈이 읽어나간 책이다. 이 책을 읽게 된 동기는 문학작품에서 유일한 퓰리처상 수상작임에도 불구하고 저자와 책 모두에 무지했기에 이번 기회에 우수한 작품을 읽어두자는 생각에서였다. 손턴 와일더는 무척 유명한 미국 소설가라고 하는데, 와일더하면 빌리 와일더(영화감독)만 떠올랐으니까.




1714년에 페루의 유명한 다리가 무너져 다섯 명이 목숨을 잃게 되었다는 가정에서 모든 것이 시작된다. 그 광경을 목격한 한 수사가 자신도 같은 시간에 다리를 건너다 죽음에 이를 수도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왜 하필 이 다섯 명이 선택되어졌는지에 의문을 갖는다.

그러면서 이 5인의 인생 행적을 되짚어 보는 것이다. 각 챕터별로 각 인물들의 삶이 서술되어 있다. 다 읽고 난 후에도 작가는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고자했는지 쉽사리 와 닿지 않았다. 그래서 책 말미의 제자로부터 받은 편지의 답장을 소개한다.

<와일더의 답장>

“자네 친구 다섯 명이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당혹스럽고 스트레스 쌓이게 하도록 만드는 것이 이 책의 의도라네.”

이 글로 보자면 작가는 무척 시니컬하면서도 철학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 같다.

인간이 태어나는 순서는 다르지만 하늘로 돌아가는 순서는 정해져있지 않듯이 매순간 우리는 죽음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써 망각하고 사는 것이다. 인간이 죽음을 떠올리는 일은 흔치 않다. 그렇지만 피할 수 없는 것임은 자명하다.




소설 말미의 인상깊은 한 구절을 소개한다.

“곧 우리는 죽게 될 것이고, 그 다섯 사람에 대한 모든 기억은 지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우리 자신도 한동안 사랑을 받다가 잊힐 것이다. 그러나 그 정도 사랑이면 충분하다. 사랑을 하고 싶은 모든 충동은 그런 충동을 만들어낸 사랑에게 돌아간다. 살아 있는 사람들을 위한 땅이 있고 죽은 사람들을 위한 땅이 있으며, 그 둘을 연결하는 다리가 바로 사랑이다. 유일한 생존자이자 유일한 의미인 사랑!”

이 말 속에 작가의 의도가 모두 함축되어 있는 것 같다. 결국 죽음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인간이기에 또 언제 어느 때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지, 자신이 죽을지 알 수 없기에 항상 현실에 감사하고 주변의 가족이나 친지들에게 관용과 사랑을 베풀며 살아가자는 것이 아닐까? 한 문장으로 요약하는 것은 대단한 작품을 초라하게 만들어버리는 행위인 것 같다.

이 책이 담은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자면 한두번 읽어서는 힘들 것 같다. 천천히 음미해봐야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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