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소 소설 대환장 웃음 시리즈 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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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 하면 미스터리 소설의 제왕으로 불린다. 그런 그가 유머 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 것을 <대환장웃음시리즈>를 통해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출판계 내부의 은밀한 이야기와 블랙코미디 요소가 결합한 유쾌하고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베스트셀러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작가의 재능이 필수적이지만 책을 소비하는 독자의 심리를 꿰뚫어 보는 편집장의 탁월한 능력도 필요하다. 또한 출판사가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베스트셀러 작가로부터 원고를 받는 것이 우선이지만 중견 작가의 뒤를 잇는 신예 작가를 양성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감동을 주지만 잘 안 팔리는 책과, 내용은 허접하지만 많이 팔리는 책, 둘 중 어느 쪽이 우리 출판사에 감사한 존재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우리는 많이 팔리는 책을 만들어야 해. 그럼 어떤 책이 많이 팔릴까. 내용이 좋은 책이 잘 팔릴 수도 있어. 하지만 예측이 어렵지. 예측이 가능한 건 인기 작가의 책이야. 소위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쓴 책은 어느 정도 팔릴지 예측할 수 있단 말이지."

P18


규에이 출판사의 '전설의 편집장' 시시도리는 '베스트셀러 작가를 모셔오기' 위해 그의 필살기인 아부, 무릎 꿇고 매달리기는 기본이며 작가의 취미 생활에 적극적으로 동참한다. 또한 시시도리는 대화를 통해 사람의 심리를 꿰뚫어 보는 능력이 있다. 규에이 출판사와 사이가 좋지 않은 아카무라 미치루 작가는 미혼이지만 연예를 한다는 소문조차 없다. 그녀와 얘기를 하던 중 그녀가 프러포즈를 받거나 자신을 흠모하는 남자를 차 버리는 상황에 대해 잠재적인 욕망이 있는 것을 알고 시시도리는 아카무라에게 프러포즈를 하는 해프닝을 연출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의 행동이 수치스럽다고 생각하지만 그의 진짜 진가는 여러 곳에서 드러난다.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신예 작가 가라카사 잔게는 자신의 대표작 <허무승 탐정 조피>를 뛰어넘는 작품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과 팬을 너무 의식하여 고집스럽게 한 방향으로만 스토리를 전개하다 벽에 부딪쳐 슬럼프에 빠져버린다. 시시도리의 정확한 판단과 여자친구 스와 모토코의 도움으로 슬럼프에서 벗어난다.


특히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는 시시도리는 이타미 게이스케의 숨어있는 잠재력을 밝혀 낸다. 이타미는 규에이 출판사 신인상을 받고 작가로 데뷔하지만 사실 출품된 작품들이 거의 졸작이었다. 어쩌다 보니 전통 하드보일드 장르를 쓴 이타미가 수상을 하게 되었다. 그의 소설은 퀴퀴하고 리얼리티는 없고 황당한 스토리의 코미디 소설로 평가를 받는다. <격철의 포엠>에 실망한 독자들이 외면하여 후속작에서 확연히 판매량이 떨어졌지만 그다음 작품에서 일정량의 책이 판매되어 출판사 직원들도 의아하게 생각했다. 시시도리는 그의 작품을 읽고 '쿠사야'에 비유하며 처음에는 냄새 때문에 외면하지만 한 번 맛을 보면 잊지 못하는 것처럼 그의 소설은 묘한 중독성이 있어 고정층의 독자를 확보하고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그리고 아타미를 베스트셀러 작가에 등극시킬 프로젝트에 돌입하는데 그 과정이 재미있다. 그리고 시시도리의 뛰어난 통찰력에 놀라게 된다.


규에이 출판사에서 개최하는 골프 모임에 참가하게 된 신출내기 작가 가라카사 잔게와 한때 주니어 소설의 제왕으로 군림하며 출판계를 먹여 살릴 정도로 책을 많이 팔았지만 성인 소설로 전향한 뒤 소설이 잘 팔리지 않는다는 원로 작가 미쓰시마 에쓰오, 그리고 경찰 소설 분야의 베스트셀러 작가 다마자와 요시마사 이 세 사람을 통해 출판계의 구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신예 작가를 키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베스트셀러 작가와 원로 작가, 중견 작가가 필요하다.


"스모에서 서열 최하위 선수를 일컫는 조노구치는 시합이 열려도 관객을 끌어모으지 못하니 당연히 보수도 많지 않지. 그래도 조노구치가 스모를 계속할 수 있는 건 손님을 불러 모으는 인기 스모꾼들이 있기 때문이야. 그런 인기 스모꾼의 대표가 요코즈나와 오제키 계급이지. 그들이 있기 때문에 다른 하위 선수들도 먹고사는 거야. 조노구치도 마찬가지고, 그렇지만 영원히 군림하는 스모꾼은 없어. 요코즈나나 오제키가 은퇴하면 그 아래 서열의 누군가가 그 자리를 메꿔야 하네. 그런 식으로 스모는 면면히 전통을 이어 온 거야. 그리고 그런 구도는 우리 세계도 마찬가지일세."

P104


문학계에는 권위 있는 상을 제외하고 많은 상이 존재한다. 그 이유가 출판사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만들었지만 이왕이면 출판사에 이익이 돌아올 수 있는 작가에게 상을 수여하고 싶어 하는 계략이 담겨 있다. 책이 팔리지 않아 출판사로부터 외면당한 원로 작가 사무카와 고로의 은퇴 기자 회견 에피소드에서 사무카와가 다시 작가로 거듭나는 장면이 좋았다. 또한 문예지에 유명한 작가의 연재소설을 실어 연재가 끝난 후 단행본을 출간하여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출판사 직원들의 힘겨운 싸움을 통해 출판사의 민낯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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