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현관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20년 10월
평점 :
절판



[빛의 현관]은 요코하마 히데오가 전작인 [64] 이후 7년 만에 발표한 장편 소설이다. 원래는 여행 잡지에 연재하였던 소설인데 7년에 걸친 수정 작업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작가의 생각과 글의 내용이 잘 전달되는 작품이었다. 이 소설은 거품 경기가 붕괴된 후 실직과 이혼이라는 아픔을 겪은 중년 건축사가 스스로를 '패잔병'이라 여기며 무력감에 적당히 현실과 타협하며 살아가던 중 미스터리한 사건을 계기로 일에 대한 이상과 가족에 대한 의미를 발견하는 이야기이다.


건축을 하다 보면 안다. 인간이 집에 가진 고집들은 단순한 취미나 기호에 머물지 않는다. 개인의 가치관과 숨겨진 욕구가 드러난다. 그것은 미래지향적이라기보다 오히려 과거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p30

남은 건 빛의 기억뿐이다. 부드러운 빛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갈망이 솟아오를 때가 있다. p33


주인공 아오세 미노루는 어느 날 의뢰인 우라가 부부에게서 한 통의 메일을 받는다. <헤이세이 주택 200선>에 실린 'Y 주택'을 보고 찾아가 보니 집이 마음에 들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의뢰인의 내부도 보고 싶었지만 사람이 살고 있지 않는 것 같다는 내용이 마음에 걸려 아오세는 시나노오이와케에 있는 'Y 저택'을 방문한다. 현관문의 열쇠는 망가지고 집 안에는 침입자의 발자국이 남아있었다. 집에는 사람이 산 흔적 없이 거실 카펫 위에 놓인 전화기와 이층방 창문 앞 특이한 의자 외에는 텅 비어 있었다.


아오세는 불길한 예감에 휩싸여 요시노 가족이 전에 살던 집을 찾아가 보니 요시노 도타는 이혼 후 쭉 혼자 살다가 지금은 이사를 가고 없었다. 결국 4개월 전에 요시노 가족은 'Y 저택'으로 이사를 하지 않았고 가족 모두가 실종된 상태였다. 이층에 있던 의자가 일본으로 망명한 유명한 독일 건축가 '브루노 타우트'의 작품임을 알고 타우트의 거쳐였던 센신테이를 방문한다. 그곳에서 만난 기자와 함께 타우트의 작품이 남아 있는 휴가 별장과 메밀국수집을 찾아간다. 메밀국수집에서 똑같은 모양의 의자를 발견한다. 놀랍게도 요시노 도타가 타우트의 의자 설계도를 가지고 있다면서 찾아왔었다는 것을 전해 듣는다. 도대체 요시노 가족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Y 저택'은 아오세에게 특별한 집이다. 요시노 부부에게서 "전부 맡기겠습니다. 아오세씨가 살고 싶은 집을 지어주세요."라는 의뢰를 받았을 때 마치 마법에 걸린듯한 느낌이었다. 'Y 저택'을 설계하고 완성하는 과정에서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떠돌던 '댐 건설 현장'의 뱀장어 굴 같은 열악한 환경의 숙소를 벗어나 가족이 안락하게 살아갈 수 있는 집을 짓는 것이 자신이 건축사가 된 이유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혼한 아내와의 갈등도 집을 짓는 것에 관련된 의견 차이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어렴풋이 기억하게 된다. 현재 자신이 살고 싶은 집은 아내 유카리와 딸 히나코가 함께 하는 집이었다. 집은 가족과 뗄 수 없는 관계이며 집에는 세월의 흔적과 함께 사람의 마음이 고스란히 새겨진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아오세가 센신테이를 방문하고 브루노 타우트의 '데스마스크'를 본 후 강렬한 감각에 사로잡혀 오카지마 소장에게 묻는 대사가 있다 "죽을 때 어디에서 죽고 싶느냐?"라는 질문에 오카지마는 "집이야 "라고 답한다. 집과 인간이라는 가볍지 않는 주제에 대해 작가는 집요하게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간다. 그리고 주인공의 어린 시절 경험한 유랑과 자신의 살고 싶은 집이라는 정주의 의미를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미스터리한 사건을 교차시키며 보여준다. 집은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이 아니라 개인의 정체성과 뿌리를 근간으로 한다는 것을 이 소설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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