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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이별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252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김진준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6월
평점 :
무라카미 하루키 때문에 레이먼드 챈들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레이먼드 챈들러의 <필립 말로 시리즈> 거의 마지막 장편 소설인 <기나긴 이별>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무려 12번이나 읽고 극찬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무엇이 그토록 하루키를 매료시켰을까? 궁금하여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레이먼드 챈들러는 미국의 대표적인 추리작가로서 '하드보일드 탐정 소설의 대명사'로 불린다. <필립 말로 시리즈>는 1939년 <빅 슬립>을 시작으로 1953년 <기나긴 이별)을 마지막으로 완성된다. 주인공 필립 말로는 중년의 고독한 남자로 지극히 차갑고 냉소적이지만 감성적인 면도 가지고 있는 복합적인 인물이다. <기나긴 이별>이 이전 작품과 다른 점은 말로와 대등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테리 레녹스의 생생한 묘사에 있다. 레녹스는 잘생겼지만 비밀을 숨기고 있는 듯한 범상치 않은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댄서스>라는 클럽 앞에 취한 채 앉아 있는 테리 레녹스는 함께 있던 여인(실비아)에게 차갑게 버려졌다. 사립 탐정 필립 말로는 가련한 신세인 테리 레녹스를 우연히 발견하고 그에게 호감을 느껴 도와주게 된다. 이후 두 사람은 함께 단골 술집에서 김렛을 마시면서 우정을 쌓게 된다. 어느 날 레녹스는 말로를 찾아와 멕시코로 도망쳐야 한다며 도와 달라고 한다. 말로는 주저 없이 그의 도피를 도와준다. 이어 테리 레녹스는 자살을 하고 말로는 그의 도주를 도운 일로 경찰에게 고초를 당하면서도 의리를 지켜 어떠한 사실도 말하지 않는다. 혐의 불충분으로 풀려난 말로는 레녹스와 얽힌 사건 보도를 본 상류층 여성 아일린으로부터 남편 로저 웨이드를 찾아 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기나긴 이별>에서 레이먼드 챈들러는 특유의 섬세한 문체로 말로를 시니컬하고 쓸쓸하게 묘사한다. 그는 더 이상 이전 시리즈의 에너지 넘치는 젊은 이가 아니라 40대를 넘긴 중년 남자로 외딴 집에서 홀로 살아간다. 부조리한 사회에 담담히 폭력을 쓰던 그가 이제 무관심한 시선으로 세상을 향해 빈정거린다. 필립 말로는 평범한 사람들이 내면에 가지고 있는 욕망을 따르지 않는다. 남을 도와주다 감옥에 가고 생명의 위협을 받고 험난한 위기를 넘기면서도 그와 같은 행위에 대해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의 신념으로 자신이 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일을 한다. 이러한 말로의 모습이야말로 하드보일드 장르가 보여주는 특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