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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랑정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임경화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8월
평점 :
일본 추리 소설 분야의 베스트셀러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처음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용의자 X의 헌신이다. 이 책의 치밀한 스토리 구성과 빠른 전개, 생각지도 못한 반전은 나를 매료시켰다. 그 이후로 그의 작품을 꾸준히 읽고 있다. 이 번에 알에이치 코리아에서 출간한 <회랑정 살인사건>은 1991년에 발표된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 대표작으로서 한 여인의 처절하고 기묘한 복수극을 그린 작품이다.
"내 마음을 지탱하던 뭔가가 툭, 하고 절망적인 소리를 내며 끊어졌다. ..... 울면서 마음속으로 다른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는 절규를 터뜨렸다."
"사토나카 지로는 살해당했다. 나의 지로는 이제 세상에 없다." (P30)
이 소설은 막대한 유산 상속을 둘러싼 인간의 욕망과 외모 지상주의를 소재로 하고 있다. 주인공 30대 기리유 에리코는 화재사건으로 사랑하는 애인을 잃고 자신과 애인 지로의 죽음을 동반자살로 위장한 범인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70대 노인으로 변장하고 회랑정 (재벌 이치가하라 가문 소유의 일본식 료칸)에 들어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의문의 화재사건이 발생한 다음날 기리유 에리코는 화상을 입고 병원 침대에서 깨어난다. 애인 지로는 노인을 차로 치고 도주한 후 회랑정의 에리코 방으로 숨어 들어와 그녀의 목을 조르고 자신은 독극물을 마시고 불을 질렀다는 것이다.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는 것을 직감한 에리코는 복수를 다짐하며 자신의 죽음을 자살로 위장한다. 평소 친분이 있던 혼마 기쿠요에게 도움을 부탁하러 갔지만 이미 그녀는 죽은 상태였다. 그녀를 장롱 밑바닥에 묻고 에리코는 혼마 기쿠요로 변장한다. 반년후 자신의 상사였던 이치가하라 다카아키가 죽고 유언장에 이름이 올려진 사람들은 모두 회랑정에 모이게 되었다.
그리고 또다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이치가하라 유카의 사건을 가족들은 강도에 의한 살인이라고 믿고 싶지만 야자키 경감의 수사 과정에서 내부인의 소행일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드러나면서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에리코는 유카의 죽음을 통해 화재사건이 있었던 날의 단서를 찾게 되고 날카로운 추리 능력으로 범인과 공범의 정체를 알게 된다. 하지만 에리코의 복수극은 허무하고 슬픈 결말로 막을 내린다.
사실 이야기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인물의 등장과 수식어를 통해 사건의 반전을 추측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한정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은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복잡하게 얽힌 설정과 등장인물들 간의 어긋난 이해관계, 주인공 에리코의 정체가 탈로 날까 봐 조마조마한 심정이 이야기에 몰입시키고 결말이 궁금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한다. 오래전 작품이지만 이야기를 풀어내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탁월한 능력은 고전 추리소설의 묘미를 즐길 수 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