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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에서 여행을 만나다
동시영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6월
평점 :
여행의 시작은 언제나 가슴 두근거리는 설렘을 가득 안고 새로운 출발선에 서 있는 것과 같습니다. 여행의 마지막 날이 오면 아쉬움을 뒤로하고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 일상을 살아갑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아련하게 떠오르는 순간의 느낌이 나를 다시 그리운 장소로 데려다줍니다. 이 책에서는 어떠한 여정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브론테 자매의 흔적이 있는 영국 하워스에서 시작하여 일본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서정적이고 감각적인 소설 설국까지 다채로운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문학 작품이 탄생한 장소와 작가와 관련된 이야기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저자 동시영은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을 졸업한 문학 박사 출신입니다. 한국 관광대학교 교수와 중국 길림 재경대학교 교수를 역임하기도 하였습니다. 2003년 문단에 등단한 이후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으며 다수의 수상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가까이서 그들 브론테 패밀리의 삶 거의 대부분이 이루어진 곳을 바라보는 것은 전율과도 같았다. 이들 세 개의 공간이 그들의 삶 전반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어두워가는 저녁 시간 속으로 흘려보내고 있었다. 사람들이 사는 공간 환경은 그들의 삶에 때론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된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p23)
영국 케일리 역에서 하워스로 가는 버스를 타면 차 안에는 "브론테 버스"라고 쓰여 있어 마치 고향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고 합니다. 하워스에는 브론테 가족의 집이 있는데 현재는 박물관으로 운영 중이며 그 옆엔 브론테 자매의 아버지인 패트릭 브론테가 목사로 일한 교회가 있습니다. 박물관 정면에는 하워스 사람들의 묘지가 있어 마치 한 공간에 삶과 죽음이 공존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샬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는 자전적인 소설입니다. 소설 속 제인이 고아 소녀였던 것처럼 브론테 자매는 어릴 적 어머니를 일찍 잃었고 성장해서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어서 브론테 자매는 가정교사 일을 하였다고 합니다. 소설 <폭풍의 언덕>의 배경인 워더링 하이츠는 현지인들이 "스탠버리 무어"라고 부르는 바람의 언덕입니다. 그곳에는 브론테 자매들이 좋아했던 히스 꽃이 피어 있는데 이 꽃은 <폭풍의 언덕> 끝에 히스클리프의 무덤 근처에 피어 있던 꽃입니다. 이곳에 가면 캐서린과 히스클리프의 유령이 황량한 언덕 위에서 바람이 부는 방향을 따라 춤을 추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때론 과거가 우리의 현재를 강력하게 간섭한다. 저항할 수 없는 완벽한 힘을 가진다. 그리고 거기에 안개 짙은에 매 모호성이 더해지면 더욱 그러하다. 이는 사람들의 관심을 크게 얻게 된다. 이에 호기심의 불이 붙기 시작하면 그 불을 끄기는 매우 어럽다. 루마니아 브란성이 바로 그런 곳이다."(p116)
흡혈귀의 전설 같은 소설 <드라큘라> 백작의 성 루마니아 브란성을 찾아갑니다. 성 안에는 드라큘라의 실제 모델이 된 블라드 체페슈의 초상화가 있는데 차갑고 잔혹한 인상의 모습입니다. 블라드 체페슈의 이름에서 체페슈는 루마니아어로 "꼬챙이"이란 뜻이며 그가 전쟁 포로들에게 꼬챙이로 끔찍한 형벌을 가행했기 때문에 불린 이름입니다. 그가 전쟁에 쓴 문장이 용의 그림이기 때문에 드라큘라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 책을 통해 소설 속 배경이 되는 장소를 따라가다 보면 실제로 그곳에 있는 듯한 체험을 하게 됩니다. 창조적인 광기와 판타지의 세계를 맛보고 천국 같은 나폴리를 거닐며 햇살에 반짝이는 아름다운 아드리아해의 두보르브니크의 성벽을 따라 한여름 밤의 꿈을 꾸기도 합니다. 지상의 낙원인 타히티, 북아프리카 모로코, 중국의 대표적인 시인 곽말약의 북경 등 다양한 경험 속에서 문학과 여행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