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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위로 - 산책길 동식물에게서 찾은 자연의 항우울제
에마 미첼 지음, 신소희 옮김 / 심심 / 2020년 3월
평점 :
<야생의 위로>는 25년간의 오랜 우울증을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안정적 위안을 얻게 되는 여정을 기록한 책이다. 이 책 속에서는 인간의 자연에 대한 생태적 특성을 심리 변화와 함께 자연의 경이로운 모습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복잡하고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차를 타고 멀리 이동하는 수고가 아니라도 집 가까운 공원을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내면의 어둠을 사라지게 하는 작용을 경험하게 된다. 작가는 책을 펼쳐 보는 것만으로도 사계절 내내 피톤 치드를 체험할 수 있게 집 주변의 자연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때로는 친구 헬렌과 함께 던지니스 해안가를 방문하고 찌르레기 떼의 현란한 율동을 감상하기도 한다. 여기에 기록된 풀 한 포기 작은 꽃망울 예쁜 꽃 한 송이 귀여운 새들의 그림과 사진은 놀라운 치유의 힘을 가지고 있다.
"우울증을 제어하려면 꾸준한 경계가 필요하다. 자연 속에서의 산책, 창의적으로 보내는 시간 그리고 홀로 있을 때 곁을 지켜 줄 호박색 털북숭이 친구라는 방어용 무기를 갖춘 일상적 전투 말이다"
10~12월 숲속 오솔길 땅바닥에는 낙엽이 눈부신 선홍색과 연한 노란색으로 화려한 색을 수놓고 있다. 낮은 잔디 위로 대륙 좀 잠자리가 짝짓기 춤을 춘다. 잠자리들의 구애의 춤은 숲속 계절의 지표 중 하나이다.
일조량이 낮아질수록 계절성 정서장애가 발생한다. 하늘이 흐린 날에 나뭇잎들의 화려한 색은 빛바랜 낙엽이 되어 떨어져 있지만 아직도 어딘가에 남아 있을 한 줌의 색을 찾아 수집하고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린다.
유일한 온기마저 사라지고 추운 겨울이 문턱까지 다가왔다. 크리스마스 축제만이 유일한 즐거움으로 남아 있다. 햇빛이 약해져 꽃은 시들고 풍경의 색도 사라져 버린다.
1월~ 여름 새해가 시작되는 1월은 은근한 안도감이 찾아온다. 겨울의 절반이 지나갔고 숲속 오솔길 왼편 울타리 안에는 스노드롭이 싹을 틔워 파릇파릇 새순을 피운다. 검은 수레국화 잎 속에서 무당벌레가 무리를 지어 겨울잠을 잔다. 공기에서 은은한 계절의 변화가 느껴지고 제일 먼저 스노드롭이 꽃봉오리를 열기 시작한다. 동양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매화꽃의 사촌 격인 자엽 꽃 자두가 겨울과 봄 사이에서 꽃을 피운다.
일조량이 조금씩 늘어나고 봄을 알리는 신호가 여기저기서 나타나지만 에마 미첼에게는 초봄 이야말로 최악의 정신 상태를 막아내기 어려운 시기이다. 신경전달물질의 엄청난 양이 뇌에서 빠져나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럴 때는 의사와의 상담 치료와 약물 치료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최악의 상태를 벗어나 차츰 기력을 회복하기 위해 새 모이 집을 만들어 정원에 달아 각종 새들이 모이를 쪼는 모습을 보며 죽었던 감정이 되살아남을 느낀다. 자연에는 그 어떤 것도 모방할 수 없는 강력한 치료법을 가지고 있다. 여름이 가까워지면서 브래드 필드 숲에는 숲바람꽃이 무더기로 피어나 있고 나이팅게일이 매혹적인 목소리로 노래를 한다. 제비가 아프리카로부터 긴 여정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것도 이 시기쯤이다. 여름은 꽃의 계절이다 연속해서 꽃이 지고 다시 다른 꽃이 피어나길 반복하면서 초원은 풍요로워지고 녹음은 무성해진다.
그렇게 여름이 지나 9월이 되면 다시 계절은 가을을 향해 가고 햇볕은 따스하고 부드러운 빛을 띄기 시작한다. 여름 동안 심신을 회복한 작가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작업을 하고 두 딸을 보살피며 정원에서 시간을 보낸다. 블루베리가 익어 갈 무렵 제비는 다가올 긴 여행을 준비한다.
길가의 야생꽃을 들여다보고 집 주변의 숲을 애니와 산책을 하고 곤충과 새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충분히 자연과 의사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작가의 우울증 극복을 위한 여정은 자연 속에서 함께 감정을 공유하고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탄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