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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혜 문학관
박선경 지음 / 아무책방 / 2023년 9월
평점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책의 표지를 보고 울컥했다.
정확히는 "내가 글을 짓는 행위는 나를 짓는 일이다.
글을 쓰며 나는 나를 찾고 싶었다."

드라마 작가를 꿈꾸고 글과 관련된 일을 해왔지만
아기 낳고 육아 하느라 글을 잘 못 쓰고 있는 현실.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 자신을 찾는 과정이란 생각을 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누구인지. 어떤 부분에 감동하고 어떤 부분에 분노하는지.
또한 뒤 표지에 "내가 쓸 수 있는 것을 쓰자."는 글귀도 와닿았다.
이 소설을 정명혜라는 독립운동가 겸 시인과 그의 사후 건립되는 정명혜문학관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읽으면서 정명혜라는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소설인가
했는데 실은 정명혜라는 독립운동가는 없다. 소설이다. 이야기이다.
마치 정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그려지는 인물.
때로 개인의 역사는 시대의 역사이기도 하다.
아니 아마 대부분이 그러할 것이다.
명혜를 둘러 싼 여러 인물들과 2부 현재에 등장하는 인물들까지,
캐릭터가 대단한 사건이 없어도 생생하게 느껴졌다.

특히 정상진............ 정명혜의 친구인 윤희진도 충분히 매력적이었으나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않는 정상진 부분에서 눈물을 쏟고 말았다ㅜㅜㅎㅎ

정상진은 정해진의 아빠.
정해진의 삶은 알바를 해야 했고, 서른이 넘도록 학자금을 갚아야 했던
나의 과거를 떠오르게 했다. 해진은 지금도 열심히 시간을 쪼개고 가끔 여유롭게
부모님과 여행을 떠나면서 살고 있을 것만 같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만나 가정을 이뤘을지도.

물론 가장 매력적이고 좋은 건 정명혜의 남편 박무영이었다 ㅎㅎ
가상의 인물들을 마치 실존했던 인물들처럼 생생하게 그려낸 힘이 놀랍다.
읽으면서 1930년대 모던걸, 모던보이가 잘 그려졌고
또한 2020년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모습도 잘 느껴졌다.
사랑하지만 서로 다른 계급. 계급이 없지만 계급이 있어서 이해할 수 없는 남녀.
물론 그럼에도 사랑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낭만적인지.
이 이야기가 거대한 거짓이라는 게 흥미롭다.
정명혜문학관에 말하지 않는 진실이 있다고 해서
그것이 온통 거짓은 아닌 것처럼. 이 이야기 안에 각자만의 어떤 진실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소설을 읽는 이유가 그러한 것처럼.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