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 개정증보판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는 "지성에서 영성으로 향하는 기도"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하지만 구원을 갈망하는 기도만이 이 책의 전부는 아니다. "어머니에게/나에게/시인에게/한국인에게/하나님에게" 총 5개 파트로 나뉘어 있으며, 각각 파트마다 시인의 절절한 내면의 세계가 담겨 있다. 




때로는 고통스럽게, 때로는 감사하게.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를 읽고 느낀 점은 그랬다. 사람은 무엇으로 살고, 왜 살아가는지에 대한 시인의 오랜 고민과 탐구, 깨달음이 시로써 기도로써 담겨 있구나. 그래서 때로는 고통스럽고, 때로는 감사하고, 때로는 치열하며, 때로는 외롭기 그지없다. 마치 우리 삶이 때때로 그러하듯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가 그러했고, 그렇게 우리 삶과 닮아 있었다. 그리고 슬픔과 아픔, 절망이 시가 되고 기도가 되어 감사와 구원으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링컨
프레드 캐플런 지음, 허진 옮김 / 열림원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링컨 관련된 책이 하도 많아 이제 더 이상 링컨에 대한 책은 나올 게 없는 줄로 알았다. 그러나 이렇게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시각에서 링컨을 재조명한 책이 나올 줄이야. 신기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링컨의 리더십은 '소통과 화합의 리더십'이다. 물론 이것은 지금까지 링컨에 대한 담론에서 주구장창 거론되어 온 주제니 참신할 것이 없다. 요는 링컨의 리더십이 무엇에 기반하고 있느냐다.

그러한 맥락에서 이 책의 저자 프레드 캐플런의 시선이 무척 흥미롭다. 저자는 링컨의 리더십이 바로 '철학적이고 문학적인 소양'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고 파악한다. 링컨은 시와 작가를 사랑한 대통령이었고, 평생에 걸쳐 글쓰기 능력을 향상시켰으며, 그의 인격과 경력을 언어로서 다듬고 최상까지 끌어올렸노라고. 그리고 그 한가운데는 연설문 하나하나 손수 작성하였던 링컨의 '정직한 글쓰기'가 있었다. 링컨은 온힘을 다해 언어에 자신의 의지와 신념, 철학의 진정성을 담고자 했다. 바로 그러했기에 세상을 감동시키고 후대까지 영향을 미친 연설문으로 남을 수 있었고, 링컨 또한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기억되는 게 아닐까.




제법 두께가 있어 한 번에 읽기는 버겁지만, 조금씩 야금야금 읽다 보면 이미 몇 세대나 이전 사람인 링컨이 왜 다시 회자되는지 - 그 이유를 알 수 있으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성에서 영성으로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지성에서 영성으로>




이 제목만큼 이 책을, 또 이 저자를 잘 표현하는 말이 있을까?

시대를 대표하는 지성인으로 손꼽히던 저자 -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던 - 이어령이 젊은 날 그토록 조목조목 근거를 들어가며 부정하던 신 앞에 끝내 무릎을 꿇고 신앙을 고백했다는 이야기에 나는 먼저 가슴이 철렁했다.




지성, 마침내 영성으로 나아가다

젊은 날 이어령은 날카로운 펜촉으로 신을 부정하고, 신의 자애로운 은혜를 배격하던 사람으로 기억한다. 그는 지극히 합리적인 사고를 앞세워 니체와 같은 무신론을 주장했던 지성인이었다. 그랬던 그가 이제 신 앞에 무릎 꿇고, 신앙을 고백한다는 것이 어쩌면 변심 내지는 배신처럼 보이기도 한다. - 대체 이제 와서 왜?




하지만 <지성에서 영성으로>에서 이어령은 부정 역시 신을 받아들이고, 지성을 넘어 영성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고백한다. 관심이 없었다면 비판하지 않았을 거라고. 오히려 늦은 나이에도 똑같이 베풀어 주시는 은혜에 더욱더 깊이 감동하고 절실하게 신을 영접할 수 있었다고.




"먹어도 배고프고 노래를 불러도 가슴이 풀리지 않을 때는, 영혼이 목마르다할 때에는? 식당이나 극장, 그리고 도서관으로도 풀리지 않을 때 우리는 교회에 갑니다."

                                                                    - 이어령 -




이어령은 지성의 끝에서 결코 채워지지 않던 '고독'이 영성을 통해 비로소 채워지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고독…… 마음의 가난, 마음의 허기, 마음의 갈증, 마음의 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알게 모르고 마음의 병을 짊어지고 사는지. 마음의 병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 다른 사람을 상처 입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현대의 많은 패악들은 대부분 이 마음의 병에서 온다고 해도 무방하리라. 그렇기 때문에 마음의 병에서 사람을 구원하는 것은 결국 지성이 아니라 지성을 넘어선, 영성에서 가능했다는 이어령의 고백은 한층 특별하게 다가온다.




결국은……, 사랑

이어령이 신 앞에 무릎 꿇고 신을 영접하게 된 계기는 사랑하는 딸의 병이었다. 제아무리 옹골찬 이성으로 무장하고 있다 해도 딸의 병 앞에서 이어령은 속수무책이었고, 마침내 그토록 부정하고 공격하던 신에게 매달려 구원을 기도했다. 그리고 기적처럼 딸의 병이 나았고…… 이어령은 세례를 받았다.

딸을 향한 이어령의 사랑이 지성에서 영성으로 나아가는 문을 열었고, 신의 무한한 사랑이 이어령에게 영성의 구원을 베풀어 주었다. 그래, 결국은…… 사랑이었던 것이다. 사랑이 영성으로 이끌고, 기적과도 같은 구원을 베풀었다.




때로는 지극히 개인적인 체험이 커다란 감동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지성에서 영성으로>는 바로 그러한 감동을 만날 수 있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노희경 지음 / 김영사on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제였더라. 꽤 오래전, PC통신에 유행처럼 떠돌던 글이 하나 있었다.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노희경. 이때 노희경 이름을 처음 알았다. 노희경이 썩 괜찮은 드라마를 쓰는 작가라는 사실도. 사실 나 자신이 평소 드라마에 관심이 없었기에, 드라마나 드라마 작가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 한편의 글로 노희경은 내 마음을 사로잡았고, 드라마 작가에 대한 편견을 단박에 뒤엎었다. 이렇듯 거침없고 단호하면서도, 가슴 저린 문장을 쓸 수 있는 작가가 있다는 게 놀랍고 신기했다.  


그 뒤로, 나는 노희경이 쓰는 드라마 몇 편의 이야기를 들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노희경은 여전히 보석같이 빛나는 대사를 쓰고, 삶이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를 쓴다고 했다. 노희경의 매니아 층은 열광을 하고, 대부분 평범한 시청자들은 보다 자극적인 드라마를 즐겨본다고 했다. 안타까웠다. 여전히 나는 드라마를 잘 보지 않고, 노희경이 쓰는 드라마 시청률을 올려주지 못하지만 마음은 늘 응원하고 있었기에 좀 더 사람들이 알아주었으면 했다. 노희경이 그려내는 세계, 그 따뜻하고 애잔한 이야기를.

그러다 어느 날, 덜컥 노희경이 틈틈이 쓴 글들을 모아 책 한 권을 묶었다고 했다. 제목이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란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때마침 서평 이벤트가 있었고, 떨리는 마음으로 신청했다. 그리고 참으로 다행스럽게 당첨되었다.   

 

조심스레 포장을 뜯고 집어든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는 참 감성적인 책이었다. 표지도 감성적인 일러스트, 각 페이지 구성도 역시 잔잔하고 감성적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노희경 그 자신이 지금까지 겪으며 느끼고 깨달은 삶에 대한 진솔한 목소리가 가장 감성적이었다. 글자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 읽으며 나는 수시로 가슴이 먹먹해졌고, 콧날이 시큰해졌다.  


사랑…….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세 가지 단어. 사랑, 사람, 삶. 아마도 작가 노희경이 그토록 지독하게 천착했던 테마가 바로 이 세 가지가 아니었나 싶다. 치열하게, 사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나는 이 책을 통해 작가 노희경과 인간 노희경을 만났다. 그리고 그녀가 바라보고 꿈꾸는 세계를 함께 바라보고 꿈꾸었다. 그 세계가 참으로 애틋하고 살가워서 나는 그만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조용히 책을 덮으며 길게 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노희경, 그 사람 참 지독하게 사랑하며 살아온 사람인 듯하다. 이 사람이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더 알차게 여물어지면 그때는 얼마나 더 대단한 작품을 쓰게 될지 진심으로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네 멋대로 찍어라 - 포토그래퍼 조선희의 사진강좌
조선희 글.사진 / 황금가지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조선희 이름을 처음 접한 것은, 윤대녕 소설집《피아노와 백합의 사막》이다.

처음 《피아노와 백합의 사막》을 읽었을 때 깜짝 놀랐다.

윤대녕의 공허하고 황량한 글과 조선희의 메마르고 서늘한 사진이

더할 나위 없이 기막히게 공명하며 이제까지와 전혀 다른,

독특하고 신선한 감성을 한 가득 담아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때부터였다. 

소위 말하는 스타 사진작가 조선희 이름을 기억하게 된 것은.




그 뒤로도 나는 종종 조선희의 사진을 보며,

때로는 발칙하고, 때로는 부드러우며, 때로는 우수에 젖은

조선희만의 감성에

수도 없이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런 조선희가 책을 냈다.

곱게 포장된 책을 받아들었을 때,

나는 마치 수줍은 소녀처럼 기쁘고 설렜다.

조심스럽게 비닐 포장을 뜯고,

빳빳한 첫 장을 넘기며 다시 한 번

가슴이 두근거렸다.




딱 잘라 말하자면,

조선희는 이 책에서 사진을 잘 찍는 기술적인 방법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자신이 어떻게 사진을 찍어왔는지,

왜 사진을 찍는지,

사진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을 에세이처럼 자유로이 풀어 놓으며

조선희만의 사진 세계로 초대한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나는 사진에 문외한이다.

보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찍고 찍히는 것은 영 낯설다.

그래서 요즘같이 너도 나도,

똑딱이나 DSLR을 하나씩 들고 다니며 언제 어디서든 앵글을 들이대는

풍경이 다소 부담스럽고 불편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왜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며, 사진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도 기회가 된다면, 카메라를 들고

용감히 이 세계를 향해 셔터를 눌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아마도 내가 지금까지 조선희의 사진을 보았다면,

이 책을 통해 비로소 조선희의 사진 너머 조선희를 만났기 때문이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