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의 작은 비밀 -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행복해지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
크리스토프 앙드레 외 지음, 이은정 옮김 / 열림원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어느덧 내 나이 서른 중반.

 

대학교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로 줄곧 앞만 보고 달려왔다. 여자라는 이유로 근거 없이 폄하되고 싶지 않았고, 어리다는 이유로 무턱대고 매도되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냥 뭐든지 열심히 했다. 그랬다. 그때는 마냥 열심히 하기만 하면 되는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막상 십여 년이 지나 돌아보니 그동안 내가 뭘 했나 싶더라.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고…… 숨 가쁘게 살아온 것 같기는 한데 정작 뭐 하나 제대로 이룬 것은 없으면서 이십대 열정은 한풀 꺾인 참으로 어중간한 나이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그럴까. 요새 부쩍 마음이 헛헛하다. 자꾸만 울적하고 서글퍼져서 이러다 나도 말로만 듣던 우울증이 오는 게 아닌가 싶어 겁이 덜컥 났다. 그리고 바로 그때, 나는 이 책을 만났다.

 

<심리학의 작은 비밀>은 심리학적 관점에서 조곤조곤 들려주는 에세이가 아니다. 그냥 괜찮다고 위로해 주는 것이 아니라, 병든 마음을 들여다보고 치료해주는 심리학자와 정신과 의사들이 겪은 심리적 문제와 그 치료 방법과 심적 역경 극복의 사례를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기술하고 있다.

 

이 책이 마음에 든 이유는 사탕발림같이 쓸데없는 위로를 남발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원래 나는 오글거리는 건 딱 질색인 데다 근거 없이 무턱대고 괜찮다는 둥 책임지지 못할 발언을 남발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참으로 까칠하게도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나란 여자-_-) 그리고 심리학자와 정신과의사들도 똑같은 사람이며, 그들이 어떻게 심리 치료의 덕을 보았는지를 아주 효과적인 방법을 통해 조목조목 알려 주고 있다. 무엇보다 내가 열광한 것이 바로 이점이다! 우리가 과연 무엇에 고통 받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막연하지 않고 아주 명료하고 체계적으로 제시하여 나침반을 잃어버리고 뱅글뱅글 제자리를 맴돌던 내 마음에 다시 새로운 나침반을 선물한 기분이 들었다.

 

특히 나는 <직장인 여성으로 살기 - 직장에서의 여성들>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 글이 도대체 프랑스에서 쓰인 글인지 우리나라에서 쓰인 글인지 알 수 없을 만큼 소름끼치도록 적나라한 현실 고발에 공감하고, 내가 고통 받고 힘들어하는 ‘그것’에 대해 지금까지 외면과 무시로 일관해 왔다면 이 책을 통해 조금 더 분명하고 객관적으로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참 부러웠던 것이 “프랑스에서 제대로 된 의료 기관들은 환자가 의학적으로, 심리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총체적인 관점에서 다양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라는 부분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이 부분에서는 확실히 우리나라는 한참 뒤떨어져 있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나마 요즘 들어 우울증과 공황 장애 같은 심리적 문제를 단순히 ‘미쳤다’거나 ‘의지박약’으로 보지 않고 ‘마음의 병’으로 접근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정신적인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은 게 우리나라 실정이 아니던가. 정말 어지간해서는 선뜻 내 발로 정신과 상담이나 심리 치료를 찾아 나설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게 대다수의 현실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참 좋다. 내가 스스로 찾아가지 못하는 정신과 상담이나 심리 치료를 내 방에서 오롯이 나 혼자 내가 가장 편안하고 안정된 상태로 맛볼 수 있으니 말이다. 이 책에 소개된 사례를 읽고, 나를 돌아보며 내가 지금 어떤지를 찬찬히 진단해 보고 내게 지금 무엇이 필요하며 앞으로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해 나갈 수 있다. 바로 이 책만 있으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