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내내 여자의 문장만 읽기로 했다 - 김이경 독서집
김이경 지음 / 서해문집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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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내내 여자의 문장만 읽기로 했다!?>

그냥 흘려버리지 않고
무슨 소리야?!
라는 생각으로 읽어주셨으면 좋겠다.

지금의 나를 만든 건 무얼까?
무언가를 알기 시작한 초등 3학년 이후로 같은 반은 물론 대학에서까지 같은 과에 여자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꼭 경험을 해야 알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결핍임이 분명하다. 그래서인지 나는 여전히 여자사람과 관계가 어색하고 이해하고 대화나누고 공감하는 데 서툴다.

어머니와 누님들, 연인들, 아내를 제외하고, 지금껏 나를 가르치고 나랑 같이 성장하며 놀고 경쟁하고 술마시고 얘기나누며 지금의 나를 만든 대부분은 남자사람이었다. 내가 읽은 책의 99% 이상도 남자사람이 쓴 것이었으리라.
이렇게 편식.편중한 내가 과연 공정하고 합리적인 젠더관점과 사회의식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사회문제를 객관적으로 보고 판단할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그래서
일년 내내 여자의 문장만 읽기로 한 김이경 작가의 다짐은 사실 나와 같은 남자사람들에게 더 절실한 요청이다.
시사인 칼럼을 볼 때마다 독자로서 깨우침을 얻곤 했지만 여전히 나의 편벽은 간고하다. 아마도 죽을 때까지 여자의 문장만 읽어도 모자랄 것 같다.

남성들이여!
지독한 결핍과 편식.편중을 조금이나마 느끼시는가?
부디 이 책을 통해 치우친 그 빈 자리를 다른 시선과 관점으로 채우며 스스로 느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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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 덤으로 오는 것들.

- 페미니즘의 고전부터 문학․철학․예술․역사․과학을 아우르는 전방위적 독서
- 이 책의 또 하나의 매력은 ‘좋은 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탁월한 안목이다. 편집자, 독서회 강사, 책 칼럼니스트, 작가 등 평생을 책의 자장 안에서 살아온 저자의 이력이 ‘책에 대한 책’의 지평을 더 없이 확장시킨다. 나아가 한 권의 책이 또 다른 연쇄 독서로 이어지는 지적인 쾌감을 선사한다.
(※ 책에 수록된 ‘이 책에서 소개한 도서 목록’을 보라! 더불어 80권의 책을 모두 다 읽은 듯한 뿌듯함은 덤이다.)
- 이 책에는 페미니즘의 고전으로 꼽히는 시몬 드 보부아르, 거다 러너, 벨 훅스, 록산 게이, 앨리슨 재거 등을 비롯해 한나 아렌트, 레이첼 카슨, 케테 콜비츠, 나혜석, 이이효재 같은 저명한 이름도 즐비하지만, 청계천 여공이나 간호사, 해외입양아, 성폭력 피해자와 가해자, 식물학자, 수학자, 사진작가, 음악가, 대법관도 등장한다. 또한 장애학, 죽음학, 직업보건, 시험제도, 페르시아 역사, 조선인 강제동원, 한국 구전서사에 이르기까지, 그 시공간과 장르가 그야말로 전방위적이다. 그리고 이 모든 책을 관통하는 시선은 바로 ‘여성’의 눈이다.
- 보이는 세계 너머를 보고, 우리의 역사를 다르게 적는 것. 평생을 사회적 차별과 독재, 전쟁에 맞서 싸운 시인 뮤리얼 루카이저는 어느 시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 여자가 자기 삶의 진실을 말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세계는 터져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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