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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웨이스트 가드닝
벤 래스킨 지음, 허원 옮김, 정영선 감수 / 브.레드(b.read) / 2021년 9월
평점 :


요즘 미세먼지와 황사 때문에 집안의 공기를 정화하기 위해 식물을 찾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온라인 카페에 가보면 공기청정이나 공기정화에 효과가 좋은 식물들의 리스트를 공유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집에서 미세먼지를 먹는 식물을 기르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어요. 거기다 요즘은 코로나19로 인해 외출이 어려워지면서 집콕, 실내 생활을 하는 시간이 늘어나자 식물을 기르며 심신을 건강하게 하는 식물테라피를 위해 식물을 키우는 일도 많다고 하네요. 그런데 예전에는 단순히 관상용으로만 키우던 식물을 요즘에는 공기정화, 인테리어 뿐만 아니라 식용까지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기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물론 그러한 특별한 목적이 아니더라도 식물을 키우는 것은 정서적으로도 좋고 지구를 건강하게 만드는 일이기 때문에 식물을 키우는 것은 여러모로 좋은 취미라고 생각해요.
식물을 키우는 목적에는 앞서 말한 것처럼 공기정화, 인테리어 같은 것들도 있겠지만 채소나 과일을 직접 재배해서 먹는 것도 식물을 키우는 큰 즐거움의 하나입니다. 채소 가격이 너무 높은 요즘엔 마트에 가서 채소를 사는 게 겁날 정도에요. 부자들은 야채를 먹고 돈이 없으면 고기를 먹는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니까요. 실제로 이런 이유로 집이나 주말농장에서 채소나 과일을 키우는 도시농부도 굉장히 많다고 하네요. 맛 좋은 과일과 채소를 직접 키우고, 수확하는 기쁨과 함께 수확한 재료들로 식탁을 차리는 재미와 보람을 느낄 수도 있고, 마트에 사 오는 식재료를 보완해서 경제적으로도 득이 되고, 또 텃밭 농사는 스트레스나 우울증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하니 이보다 더 좋은 취미생활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도시에서, 그것도 꽉 막힌 아파트에서 식물을 키우는 것은 솔직히 쉬운 일은 아닙니다. 물론 본격적으로 텃밭을 경작하는 것도 만만하게 볼 일이 아니구요. 식물을 키워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저 햇볕 잘 드는 곳에서 물만 잘 주면 알아서 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래서 쉽게 생각하고 식물 키우기에 도전했다가 식물을 죽이는 일도 많이 있습니다. 저같은 똥손은 식물을 키우기만 하면 죽이기 십상인데 식물은 동물과는 달라서 죽는다는 것을 크게 생각하지 않고 키우다가 죽으면 별 생각없이 버리게 됩니다. 그러나 식물도 하나의 생명이라고 생각하면 식물을 키우는 것을 쉽게만 생각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리고 애초에 채소, 과일 등의 농작물을 키우는 건 아파트 베란다에서 꽃화분을 키우는 것과는 그 차원이 다르기 떄문에 기본적인 지식이 꼭 필요할 것 같아요.
이 책은 가드닝이 처음인 초보 농사꾼을 위해 가드닝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알려주는 책인데 여기서는 특히 제로 웨이스트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쓰레기도 줄이고, 일손도 아끼고, 잉여 수확물도 남김없이 먹는 법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요즘들어 제로 웨이스트란 말을 많이 들을 수 있는데 제로 웨이스트는 모든 제품이 재사용될 수 있도록 장려하며 폐기물을 방지하는데 초점을 맞춘 원칙이라고 해요. 한마디로 환경을 생각하며 일상 속에서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 하자는 캠페인인데 가드닝에서도 불필요한 쓰레기를 줄이고, 버려지는 농산물과 부산물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비법을 배워보자는 것입니다. 땀흘려서 힘들게 키워놓은 식재료들이 여러가지 이유로 버려진다면 너무 속상한 일이겠죠.
아파트에서 화분으로 식물을 기르다가 처음으로 텃밭 농사를 하는 사람이라면 어떤 작물을 심을지, 모종이 얼마나 필요할지, 원하는 식물을 키우기 위해 얼마 정도의 공간이 필요한지, 수확량이 얼마나 될지 등 거의 모든 면에서 감이 오지 않고 막막하기만 할 것입니다. 저자도 처음에 텃밭 농사를 지었을 때 막막했었다고 하는데 그런 초보 농부들을 위해 필요한 공간, 수확량 예측 등 실제로 가드닝을 해보지 않으면 감을 잡기 힘든, 그리고 아무리 인터넷을 찾아봐도 알 수 없는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알짜 정보들을 전수해 주기 위해 책을 썼다고 하네요. 가드닝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도 배우고, 경험 부족으로 힘들게 키운 농작물을 죽이거나 버려지는 일이 없게 도와주는 것이죠.
우선 가드닝에서 쓰레기는 언제 발생하는지부터 알아봐야 할텐데 저자는 채소나 과일을 잘 키워서, 수확하고 요리하여 먹고, 남은 재료를 보관하는 모든 과정에서 쓰레기가 발생하게 된다고 합니다. 쓰레기라고 하면 채소의 먹지 못하는 껍질이나 상해서 버리는 것 정도만 생각했었는데 발아하지 못한 씨앗도 쓰레기라고 하네요. 아까 식물을 키우다가 잘못해서 죽이면 그냥 아무 생각없이 버렸다고 했는데 그게 다 쓰레기에 해당되는 셈이죠. 씨앗을 사서 심고, 키우는 작물의 생장단계마다 작물이 죽어버릴 위험이 있습니다. 해충, 질병, 가뭄, 홍수, 잡초와의 경쟁 등 작물이 커가는 모든 단계에서 작물은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되는데 이때 작물이 죽으면 바로 쓰레기가 되는 것이죠. 말하자면 제로 웨이스트 가드닝이란 쉽게 말해서 작물을 죽이지 않고 끝까지 살려서 잘 키우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도 있겠어요.
작물을 죽이지 않고 잘 키우는 것과 더불어 힘들게 수확한 채소와 야채를 주방에서 잘 손질하여 버리는 부분을 최소화하여 음식을 만들어서 남김 없이 먹고, 냉장고에 보관할 때에도 관리 소홀로 상해서 버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한다고 말합니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말이고, 또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하지만 식재료를 구하기가 너무 편해진 요즘 사람들은 언제건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구할 수 있다보니 그런 것들을 아까워하는 마음이 덜한 것도 사실입니다. 저부터 반성하게 되네요. 그런데 주방과 보관 단계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는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면 줄일 수가 있겠지만 작물을 기르고, 수확하는 단계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는 역시 경험과 지식이 있는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합니다.
저자는 쓰레기를 최소화하며 농사를 지으려면 계획을 잘 짜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우선 무엇을 기르고 얼마나 심을지를 결정하고, 땅을 고르고 비옥하게 만들고, 씨를 뿌리고, 모종을 키우고, 키우는 작물의 특징에 따라 맞춤형으로 작물을 관리하여 수확량을 늘리고, 수확하는 과정에서 작물이 최대한 죽지 않게 잘 관리하고, 남김없이 수확하는 기술과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하겠네요. 책에는 그런 비법들이 초보자들도 알기 쉽게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자꾸 제로 웨이스트에 촛점이 맞춰지다보니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에만 집중하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실제로는 그만큼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가드닝 지식과 테크닉을 배우는 거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식물이 죽지 않게 잘 크게 하기 위한 여러가지 가드닝의 기초를 배우게 되고,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가드닝을 하는 법을 배우게 되니 자연히 필요 이상의 에너지와 수고를 덜게 됩니다. 가령 필요 이상으로 물을 주고, 거름을 주는 것은 오히려 식물을 죽일 수가 있잖아요. 화분을 키울 때도 괜히 물을 많이 줘서 뿌리가 썩게 만드는 일도 많은데 말하자면 굳이 안 해도 될 노동을 해서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식물은 죽거나 수확량이 줄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는데 적절하고 효율적인 가드닝을 통해 그런 에너지와 일손을 줄일 수도 있는 것이죠. 이런 노동력을 줄일 수 있는 바로 적용 가능한 다양한 방법들도 공유하고 있어서 매우 유익하네요.
보통 도시 농부들은 키우기 쉬운 허브류나 잎채소, 방울토마토 같은 것을 많이 키우는 것 같은데 책에는 굉장히 다양한 농작물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도 직접 키울 수가 있는지 몰라서 도전하지 못했던 작물도 있고, 막연히 키우기가 어려울 거란 생각 때문에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작물들도 많이 소개되고 있어서 책의 도움을 받아서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들이 참 많아요. 책에는 도시 농부들이 텃밭에서 키울수 있음직한 채소와 과일들을 하나씩 맞춤형으로 자세히 소개하고 있는데 씨뿌리기, 모종심기, 수확, 먹는 방법 같은 가장 기본적인 정보부터 1회 수확량과 어느 정도의 땅이 필요한지 같은 어디에서도 알려주지 않는 알짜 정보까지 수록해놓고 있네요. 또 해당 작물을 키우는 방법을 굉장히 상세하게 설명하고,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제로 웨이스트 팁과 보관 방법까지 빠트리지 않고 알려주고 있습니다.
텃밭 농사는 최소의 인력과 자원으로 가능한 한 많은 햇빛과 수분을 확보해 최대한 많은 수확을 하는 데 달려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거둔 농산물을 남김없이 다 먹는 것을 목표로 채소를 키워보면 우리 가족이 어느 정도 먹고 어느 정도가 남는지 감이 생기고, 이를 파악하면 식재료를 낭비 없이 활용할 수 있다고 하네요. 사실 그 전까진 그저 농작물을 키워서 얼마나 열리건 먹을 수 있는 건 먹고 그렇지 못하는 건 버린다고 가볍게 생각했었는데 제로 웨이스트의 관점으로 접근하니 텃밭 농사와 수확, 보관이라는 모든 과정이 새롭게 보이네요. 단순히 쓰레기를 줄인다는 개념이 아니라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효율적인 가드닝 비법을 배운다고 생각하니 매우 유익하게 느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