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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하기 좋은 날 - 감자의 자신만만 직장 탈출기
감자 지음 / 42미디어콘텐츠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일을 하다보면 퇴사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는 순간이 옵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시점은 오래 일을 한 후가 될 수도 있고, 입사를 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퇴사에 대한 결심을 하게 되는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사직서를 내지 못하고 아침에 눈을 뜨면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옮기게 됩니다. 회사 문제와, 그로 인한 퇴사에 대한 고민을 말하면 주위 사람들은 하나같이 참고 그냥 다니라고만 합니다. 어딜 가나 똑같고, 내 마음에 다 드는 직장은 없으니 그냥 하루하루 참으며 꾸역꾸역 다니라고 말을 합니다. 그런 지하철 안내방송만큼이나 영혼없는 조언에 퇴사하겠다는 마음을 억누르며 회사에 계속 다니게 됩니다.
매일매일 답 없는 출근길과 상사의 갑질, 쌓여 가는 업무에 고통받고 있는 직장인들이라면 많은 공감이 될거에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이 놈의 회사 그만두고 만다'라는 생각을 품고 살고 있을 겁니다. 드라마에서처럼 갑질하던 상사의 얼굴에 사직서를 던지고 당당하게 걸어나오는 상상을 자주 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러기엔 걸리는 게 너무나 많습니다. 주택대출금, 자동차 할부금, 적금, 보험료, 각종 세금과 관리비, 만만치 않은 생활비.. 대부분 경제적인 문제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할텐데 이런 차가운 현실이 발목을 잡고 환상에서 깨어나게 해주죠. 그러면서 울분을 삭히고, 사직서도 숨겨버리고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영원히 퇴사미수에 그치고 맙니다.
주위의 조언 때문이건, 경제적이고 현실적인 이유에서건 퇴사를 유보하게 되면 회사에 얽매여서 점점 자존감이 떨어지고 퇴사하면 안되는 이유만이 쌓여갑니다. 그 결과 퇴사는 요원해지고 계속 부당하고 불합리한 회사의 처우에도 지박령처럼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측은한 모습으로 계속 머무르게 됩니다. 퇴사하는 것에도 타이밍이 있습니다. 그 타이밍을 놓치면 퇴사라는 거사는 영영 이루지 못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계속 을의 입장에서 소모되는 삶을 살게 됩니다.
취업이 어렵다고들 말하지만 정작 퇴사도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퇴사 후의 재취업이 어렵기 때문에 그와 맞물려 퇴사도 어려운 것이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급여가 적고, 일이 많고, 회사구조가 엉망이고, 전문 업무가 아니라 멀티로 다른 업무까지 해야 하는 말도 안되는 블랙회사일수록 퇴사하기도 어렵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블랙회사에 다니며 자신을 혹사하며 나쁜 처우에 익숙져서 거기 안주하다보면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서 블랙회사와 자신을 동일시해서 자신은 겨우 그런 회사에 밖에 들어가지 못할 능력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경력도 없고, 모아둔 돈도 없고, 잡일만 하다보니 전문성도 떨어지고, 다른 곳에 가더라도 이런 생활이 다시 시작된다면 차라리 계속 여기서 버텨보자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책에서 고구마가 보여주는 바로 그런 모습입니다. 그래서 블랙회사에 다니며 굉장히 힘들어하면서도 그곳을 나오지 못하고 그곳에 얽매여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이 보입니다.
퇴사는 큰 결심과 용단이 필요합니다. 특히 한번도 사직서를 내본적 없는 사회 초년생에겐 굉장히 떨리는 일이고 언제 그만둘지 타이밍을 재고, 언제 통보를 해야하는지에 대해서도 감이 서지 않습니다. 이 책은 감자양이 퇴사를 결심하고, 퇴사를 통보하고 회사를 나오게 되는 퇴사의 타임라인을 따라가며 진행되기 때문에 입사부터 퇴사까지의 루틴을 볼 수 있어서 퇴사에 도움이 되는(?!) 본격 퇴사 장려 공감툰입니다
감자양은 소기업(aka 가족같은 분위기의 작은 회사)에 어렵게 취직해 열심히 살아가는 30대 디자이너입니다. 실제 친구 중에 이런 친구가 한 명 있어서 항상 이 책에서와 같은 불평 불만을 이야기하는 것을 일년동안 듣다보니 이 책의 내용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도 않고, 멀게만 생각되지도 않았습니다. 마치 제 친구의 일처럼, 친구의 하소연을 듣듯이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항상 퇴사할 타이밍만 재며, 연차와 퇴직금을 계산하던 친구처럼 직장 탈출을 꿈꾸는 평범한 직장인 감자양의 이야기에 많은 공감이 되었어요. 캐릭터들도 주위에서 많이 보아오던, 회사에 꼭 한명쯤은 있는 캐릭터라서 더욱 공감이 가고 내 이야기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가슴속에 사직서를 넣고 다니는 직장인들에게 나만 힘들고, 나만 현실이 시궁창이 아니라는 위로와 직장 탈출이라는 사이다 같은 환타지의 대리만족을 전해주는 감자의 [퇴사하기 좋은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