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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만화로 제국을 그리다 - 조선병탄과 시선의 정치
한상일.한정선 엮음 / 일조각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지난 월드컵 때 네덜란드 축구대표팀 감독 거스 히딩크는 한국을 위해 반드시 일본과의 시합에서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온 국민은 이 말을 듣고,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네덜란드의 승리를 기원했다.
그런데.... 왜?
일본은 어쨌든 '이웃나라'이고, 히딩크는 저 멀리 유럽 사람이다. 게다가 아시아 월드컵 진출 티켓 확보를 위해서라도 같은 아시아 국가를 응원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거늘....
한국의 일본에 대한 뿌리 깊은 미움. 그것은 그것은 역사속에서 전혀 '이웃나라'답지 않았던 일본의 행태 때문이다. 게다가 전후 끊임없이 사과하고 용서를 빌던 독일과는 달리 뻔뻔하기 그지없는.. 그래서 8. 15 광복절에도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하겠다고 우기는 사람을 국가의 우두머리 자리에 올려 놓는 일본의 모습을 보면 '용서'와 '화해'의 실마리는 찾기 어렵다.
그런데 의문이 드는 것은 과거에나 현재에나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그런 행동들이 일본 소수만의 참여가 아니라 국민들의 동의 아래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이다.
과거 일제 강점기 시기를 돌아봐도 그렇고, 최근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하는 수상에게 환호하는 일본 국민들의 모습을 볼 때 일본 국민들은 원래 전쟁광 또는 국수주의자들뿐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일본 내에서도 그것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기는 하겠지만, '상식적이지 못한' 일에 대한 목소리치고는 턱없이 작다.
이 책에서는 이런 의문에 대한 해답을 '매체'를 이용한 국민 세뇌(?)에서 찾고 있다. 물론 100%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일리는 있다는 생각이다.
더구나 19세기 말이라면 지금과 달리 국민들이 정보를 얻을 곳은 오로지 신문이나 잡지뿐이었을 거고, 일방적인 공급과 수요만 있을 뿐이었다. 그러니 이런 저런 정보를 가지고 판단하기 보다는 주어진 정보를 사실인 양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 책에 실린 만화들은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만약에 내가 한국 사람이 아니었더라면 낄낄 거리며 한번 보고 웃고 넘겼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국인이라면 그 재미있는 그림들 속에 감춰진 일본의 의도를 읽을 수 있을 것이고, 나처럼 웃음 뒤에 감춰진 치밀함과 교활함에 치를 떨게 될 것이다.
마지막 에필로그에 실린 만화 혐한류의 그림들도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한류 열풍에 박수치고 있을 때 일본 한쪽에서는 그런 그림들이 그려지고 있었다니 섬뜩한 생각마저 든다.
왜곡된 교과서, 과거 전쟁을 옹호하는 그림과 만화, 국가주의에 빠져 있는 지도층들... 이런 환경속에서 자라난 일본 청소년들이 제대로 된 역사인식을 갖게 된다면 그것이 더 아이러니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과거에 일본이 이런 시사만화들을 이용해서 국민들을 선동했던 것을 생각하면 오늘날이라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도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