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산 삼중바닥 프라이팬
오영이 지음 / 산지니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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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이 소설가의 두 번째 소설집 『독일산 삼중바닥 프라이팬』은 네 가지 이야기가 들어있습니다. 모두 다른 이야기지만 그것들은 현실이라는 단어에 서로 엉키고 묶여있다. 어쩔 수 없이 벼랑 끝으로 내몰린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 그 끝은 무엇일까요.

허구의 공간에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이 책은 읽은 독자들에게 가슴 한 켠의 먹먹함을 선물로 건네는 듯 보인다. 빠르고 쉽게 읽혀 가볍다고 착각할 수 있으나, 이 책은 그 어떤 책보다 무겁고 아픕니다.

『황혼의 엘레지』는 안성댁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고 있습니다. 알코올 중독으로 세상을 떠난 아들과, 행방불명된 며느리 그리고 하나밖에 없는 손자 태주를 키우기 위해 안성댁은 오늘도 공원에 나가 노인들에게 박카스를 팔며 생계를 유지합니다. 박카스를 파는 것이지만 사실상 자신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갑자기 나타난 한 여자에 의해 안성댁은 불안감을 느끼고, 결국 여자와 갈등에 부딪힙니다. 하지만 안성댁은 여자와 동질감을 느끼고, 여자와의 대화로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한 때 '박카스 아줌마'가 이슈되면서 노인의 복지문제에 대해 목소리가 커졌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황혼의 엘레지』에서도 박카스를 파는 안성댁을 캐릭터로 설정해 현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박카스에서 가지쳐서 나온 노인의 성에 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마왕』은 쇼핑중독에 걸린 여성의 시점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빈자리에 쓸쓸함을 느끼는 것도 잠시 여자는 또다시 백화점으로 향합니다. 밤마다 밖으로 향하는 어머니를 기다렸고, 결국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여자는 그것이 트라우마로 남아 마네킹에 입혀져 있는 치마들을 구매하게 됩니다. 하지만 현실은 백화점 내에 있는 네일샵에 직원인 여자는 결국 사채까지 빌려 자신의 빈자리를 채워 넣습니다.

카드를 만들면서 자신의 삶이 이렇게 되었다고 이야기는 하지만, 사실 여자의 삶은 누군가의 빈자리에서부터 시작되어 충동구매와 빚이라는 자본주의인 현 상황의 결론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상 깊은 것은 슈베르트의 가곡 '마왕'을 삽입하여 악마의 속삭임을 여자의 삶에 그리고 있는 점이었습니다. 여자 속에 내포되어 있는 이상심리들이 작용하여 그녀 스스로 삶에 혼란을 느끼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자는 그녀가 만들어낸 작은 공간에서 벗어나오지 못합니다.

『핑크로드』는 사촌 누나를 마음에 품게 된 남자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각자의 삶을 살던 남자와 여자는 시간이 흘러 다시 재회합니다. 하지만 그것의 결과는 환영받지 못한 사랑이었습니다.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되면서 그들은 파국에 치닫습니다. 이미 예상한 결과이지만, 그 끝은 그들에게 상처만을 남길 뿐이었습니다.

만남 속에는 언제나 마음 한 구석이 불편했지만, 그들에게는 본능이 먼저인 듯 보였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사촌간의 사랑을 그리고 있으나, 남자의 초점에 집중해서 읽어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초반부는 여자를 향한 남자의 육체적인 사랑이 우선시 되어 나타납니다. 하지만 후반부로 향하면서 사라진 여자를 찾기 위한 남자의 심리가 드러나는데, 이때 여자의 아픔이나 외로움을 남자는 생각하고 뒤늦은 것에 대해 후회합니다. 여자를 멈추게 하지 못한 자책과 이미 늦어버려 되돌리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드러납니다.

『독일산 삼중바닥 프라이팬』은 뒤스부르크에서 만들어진 프라이팬이 한국으로 넘어와 자신을 구입하거나 주운 사람들의 모습들(입시전쟁 속의 엄마와 아들, 팍팍한 현실에 사랑을 잃은 청년, 생활고에 시달리는 노부부)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감정과 생각을 지니고 있는 프라이팬의 시점은 사람들의 아픔을 더 가슴저리게 보여주는 듯 했습니다. 기분 좋은 모습으로 자신이 사용되지 못함을 프라이팬은 안타까워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삶에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책을 다 읽고 덮은 뒤 잠시 동안은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가슴 한 켠에 먹먹함과 안타까움이 자리 잡은 채 그들 삶을 계속해서 생각하게 만들었는데요. 그들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따위 생각할 틈이 없었습니다. 이야기 중간중간 다른 이들이 자신을 향해 아니꼬운 시선을 보내지만 들은 체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것보다는 삶을 이어가는 것이 더 급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모습들에서 소설의 강점인 현실반영이 여실히 보여지고 있어 더 가슴에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삶에 해답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 읽은 독자에게 더 진한 씁쓸함을 남겨주는 이유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쩌면 어쩔 수 없이 절벽 끝으로 내몰린 그들은 지금도 외로운 현실을 살아가기 위해 마지막 발버둥을 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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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이 소설가의 두 번째 소설집 『독일산 삼중바닥 프라이팬』은 네 가지 이야기가 들어있습니다. 모두 다른 이야기지만 그것들은 현실이라는 단어에 서로 엉키고 묶여있다. 어쩔 수 없이 벼랑 끝으로 내몰린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 그 끝은 무엇일까요.

허구의 공간에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이 책은 읽은 독자들에게 가슴 한 켠의 먹먹함을 선물로 건네는 듯 보인다. 빠르고 쉽게 읽혀 가볍다고 착각할 수 있으나, 이 책은 그 어떤 책보다 무겁고 아픕니다.

『황혼의 엘레지』는 안성댁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고 있습니다. 알코올 중독으로 세상을 떠난 아들과, 행방불명된 며느리 그리고 하나밖에 없는 손자 태주를 키우기 위해 안성댁은 오늘도 공원에 나가 노인들에게 박카스를 팔며 생계를 유지합니다. 박카스를 파는 것이지만 사실상 자신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갑자기 나타난 한 여자에 의해 안성댁은 불안감을 느끼고, 결국 여자와 갈등에 부딪힙니다. 하지만 안성댁은 여자와 동질감을 느끼고, 여자와의 대화로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한 때 '박카스 아줌마'가 이슈되면서 노인의 복지문제에 대해 목소리가 커졌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황혼의 엘레지』에서도 박카스를 파는 안성댁을 캐릭터로 설정해 현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박카스에서 가지쳐서 나온 노인의 성에 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마왕』은 쇼핑중독에 걸린 여성의 시점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빈자리에 쓸쓸함을 느끼는 것도 잠시 여자는 또다시 백화점으로 향합니다. 밤마다 밖으로 향하는 어머니를 기다렸고, 결국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여자는 그것이 트라우마로 남아 마네킹에 입혀져 있는 치마들을 구매하게 됩니다. 하지만 현실은 백화점 내에 있는 네일샵에 직원인 여자는 결국 사채까지 빌려 자신의 빈자리를 채워 넣습니다.

카드를 만들면서 자신의 삶이 이렇게 되었다고 이야기는 하지만, 사실 여자의 삶은 누군가의 빈자리에서부터 시작되어 충동구매와 빚이라는 자본주의인 현 상황의 결론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상 깊은 것은 슈베르트의 가곡 '마왕'을 삽입하여 악마의 속삭임을 여자의 삶에 그리고 있는 점이었습니다. 여자 속에 내포되어 있는 이상심리들이 작용하여 그녀 스스로 삶에 혼란을 느끼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자는 그녀가 만들어낸 작은 공간에서 벗어나오지 못합니다.

『핑크로드』는 사촌 누나를 마음에 품게 된 남자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각자의 삶을 살던 남자와 여자는 시간이 흘러 다시 재회합니다. 하지만 그것의 결과는 환영받지 못한 사랑이었습니다.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되면서 그들은 파국에 치닫습니다. 이미 예상한 결과이지만, 그 끝은 그들에게 상처만을 남길 뿐이었습니다.

만남 속에는 언제나 마음 한 구석이 불편했지만, 그들에게는 본능이 먼저인 듯 보였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사촌간의 사랑을 그리고 있으나, 남자의 초점에 집중해서 읽어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초반부는 여자를 향한 남자의 육체적인 사랑이 우선시 되어 나타납니다. 하지만 후반부로 향하면서 사라진 여자를 찾기 위한 남자의 심리가 드러나는데, 이때 여자의 아픔이나 외로움을 남자는 생각하고 뒤늦은 것에 대해 후회합니다. 여자를 멈추게 하지 못한 자책과 이미 늦어버려 되돌리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드러납니다.

『독일산 삼중바닥 프라이팬』은 뒤스부르크에서 만들어진 프라이팬이 한국으로 넘어와 자신을 구입하거나 주운 사람들의 모습들(입시전쟁 속의 엄마와 아들, 팍팍한 현실에 사랑을 잃은 청년, 생활고에 시달리는 노부부)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감정과 생각을 지니고 있는 프라이팬의 시점은 사람들의 아픔을 더 가슴저리게 보여주는 듯 했습니다. 기분 좋은 모습으로 자신이 사용되지 못함을 프라이팬은 안타까워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삶에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책을 다 읽고 덮은 뒤 잠시 동안은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가슴 한 켠에 먹먹함과 안타까움이 자리 잡은 채 그들 삶을 계속해서 생각하게 만들었는데요. 그들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따위 생각할 틈이 없었습니다. 이야기 중간중간 다른 이들이 자신을 향해 아니꼬운 시선을 보내지만 들은 체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것보다는 삶을 이어가는 것이 더 급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모습들에서 소설의 강점인 현실반영이 여실히 보여지고 있어 더 가슴에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삶에 해답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 읽은 독자에게 더 진한 씁쓸함을 남겨주는 이유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쩌면 어쩔 수 없이 절벽 끝으로 내몰린 그들은 지금도 외로운 현실을 살아가기 위해 마지막 발버둥을 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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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쿠 - 2016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도서
정광모 지음 / 산지니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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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장박사는 보라카이로 휴가를 떠나고, 돌연 '토스쿠'를 만났다는 메일을 끝으로 사라져 버립니다. 그들은 사라진 장박사를 찾기 위해 뒤따라 필리핀으로 향했고, 그 여정 동안 그들도 '토스쿠'의 존재에 조금씩 가까워지기 시작합니다. 『토스쿠』는 필리핀의 바다, 보라카이 섬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항해 속에서 잔잔한 바다 뒤에 숨겨진 이면을 만나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 혹은 누군가의 죽음을 맞이하기도 합니다.

 

 그들은 그 경험 속에서 마음 깊은 곳에 넣어두었던 자신만의 판도라 상자를 열어 다른 이에게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기도 합니다. 과연, 그들이 마주친 그들의 '토스쿠'는 무엇이었을까요?

 

 '토스쿠'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수록 그들은 실제로 보기 전까지는 믿지 못한다는 반응을 보였고, 그들 스스로 가상의 존재, 환영이라 단정 지어버립니다. 그저 장박사가 '토스쿠'라는 것에 미쳐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만이 그들을 사로잡고 있었습니다.

 

 익숙했으나 낯선 것들에 대해 그들은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장박사를 찾으러 갔다 우연하게 '토스쿠'를 만난 그들도, '토스쿠'와 대화까지 나눈 장박사도 모두 실제로 보았으나, 자신의 눈에 보이는 것을 부정하였습니다.

 

 작가의 말처럼 '토스쿠'는 인간의 내면 안에 있는 또 다른 나입니다. 모든 사람들은 선과 악을 전부 가지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선함을 추구하던 자아가 악이라는 내면을 만났을 때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은 상당할 거라고 생각이 됩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장박사의 선택도, 선욱의 선택도 아무 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조심스레 이야기해봅니다.

 

 인물들은 개인마다 가지고 있는 아픔들을 치유해간다고 하지만, 사실 제가 생각하기에 인물들은 자신의 아픔들을 그저 가슴 속에 묻어둔 체 그저 꺼내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다른 이와 공유하면서 지난 일이라 이야기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내면인 '토스쿠'를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혹시, 그들은 '토스쿠'를 만나기 무서웠던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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